인간 신체와 흡사, ‘생체모방형 카무플라주 소프트로봇’
인간과 같은 피부, 유연한 근육, 주변환경 따라 색 변화, 투명인간으로 변신도 “가장 인간과 닮은 로봇”…웨어러블, 바이오 메디컬, 생체모방 로봇 수요 충족 “기존 강체 로봇의 기계적 한계 극복”, 군사용, 건축, 예술, 의류, 패션에 활용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인간의 신체와 흡사한 이른바 생체모방형 카무플라주 소프트로봇이 최근 개발되면서, 날로 그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기존 로봇은 기계의 특성상 인체와 같은 유연성이나 생체 적합도가 떨어진다. 그 대안으로 최근엔 인간의 피부나 신체와 흡사한 부드러운 물질로 만들어진 소프트로봇이 등장했다.
이는 특히 주변 환경에 따라 색깔이 변하거나, 투명하게 변하는 등의 생체모방형 카무플라주 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부드러운 생체 조직, 피부 조직을 갖춘 카무플라주 로봇은 말 그대로 위장(카무플라주)이나 변신 등의 기능을 갖춘, 가장 인간과 닮은 로봇이다.
“기존 로봇 뛰어넘는 기능에 대한 요구많아”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의 김현석 박사는 최근 한인과학기술자네트워크를 통해 공개한 동향 보고서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바이오 메디컬 디바이스, 생체모방 로봇 등 기존에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능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강체 로봇의 기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소프트로봇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흐름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소프트로봇은 기존의 딱딱한 로봇과 달리 탄력적이면서 쉽게 변형될 수 있고, 빛이나 열, 전기, 화학적 자극 등 다양한 원리로 기계적인 동작을 해낸다. 특히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외부 환경에 적응할 수 있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게 장점이다.
소프트로봇을 구성하는 재료는 다양하다. 스마트 고분자 소자나, 형상기억합금(SMA), 액체금속, 하이드로겔, 종이, 금속나노물질, 카본나노물질 등이 있으며, 이들 재료를 모두 조합하거나 합성하기도 한다.
자연의 카멜레온처럼 색 변화, 변신도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카무플라주’라는 명칭이다. 즉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색깔이 변하면서 위장을 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이는 자연의 많은 동물들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포식자나 먹잇감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다.
김 박사는 “최근 각국에서 이런 동물 고유의 위장 능력을 사용하여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눈에 띄지않도록 하는 소프트로봇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생체를 모방한 위장 로봇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로봇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해 우선 광학적으로 투명하거나, 색이 변화할 수 있는 물질을 이용하거나, 조합하여 ‘소프트로봇’의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 주변 환경에선 감지하기 어려운 형태의 소프트로봇도 만들 수 있다.
‘카무플라주’를 위해 김 박사는 우리 주변의 투명한 물질들을 그 원리도 들었다. 유리, 비닐테이프, 비닐봉지, 물 등과 같은 물질이 그런 것들이다. 그 중 “비닐봉지로 쉽게 이해되는 투명 폴리머 물질로 원리가 간단하면서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투명 소프트로봇’ 제작도 곧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폴리에틸렌 성분 활용, 변신하는 기능
폴리에틸렌의 일종인 LDPE(Low density polyethylene)도 유연하고 투명한 카무플라주 소프트로봇의 중요 재료가 된다. 이를 소재로 만든 필름은 열을 받으면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에 이를 투명한 소프트로봇 재료로 응용하기도 한다. 열팽창계수가 다른 두 물질을 붙여 열을 가하면 열에 의한 팽창의 차이로 기계적 굽힘이 발생한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LDPE와, 투명하고 유연성을 지닌 은나노 와이어 네트워크, 그리고 열팽창계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고분자 PVC를 순차적으로 쌓은 얇은 필름형 구조의 소프트로봇 소자도 개발되었다.
자연에서 카멜레온은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노크리스털 스트럭처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반사된 빛을 조절한다. 이와 유사한 원리를 지닌 열감응성 액정(Thermochromic liquid crystal) 물질을 통해 소프트로봇 역시 색을 변화시킬 수 있다. “열감응성 액정은 온도에 따라 분자 내에 꼬여있는 사슬의 길이가 달라지며, 반사되는 빛의 색을 RGB(빨간, 녹색, 파랑)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또 얇은 은나노와이어 네트워크 히터와 복합 소재를 소프트로봇의 피부색과 패턴을 변화시키는 인공 카무플라주 소자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로 인공 카멜레온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소프트 전자소자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의 바탕
김 박사는 “빠르고 정밀한 색 변화를 제어하기 위해 은나노와이어 고유의 온도-저항계수를 활용하여 전기적 에너지를 열에너지 전환, 주변 환경과는 무관하게 안정적 발색 능력을 가진 유연한 색 변화 소자를 개발한 사례가 있다”면서 “또한 마이크로 컬러 센서와 통합하여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표면 색상을 자연스럽게 이와 흡사한 색으로 바꾸는생체모방형 인공 카멜레온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고 최근 로봇 기술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로봇 기술의 첨단으로 평가할 만한 ‘카무플라주 소프트로봇’은 앞으로 군사용 은폐 로봇에 특히 많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또 투명하고도 자유자재로 색을 변화시킴으로써 웨어러블 디바이스, 건축, 예술, 의류, 패션 등에서 주목받을 미래 유망 기술로 꼽힌다. 나아가선 다양한 소재 기술에 응용되고, 소프트 전자소자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술의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