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IT 기업들, 재택근무 두고 갈등 확산

트위터, 애플, 구글 등 ‘사무실 복귀’ 명령에 직원들 ‘사표’로 맞서 국내서도 카카오 “3월부터 사무실 복귀”에 반발, 대거 노조 가입 네이버, SKT, 넥센 등 확산, ‘포스트 코로나’ 노동조건 걸린 문제

2023-01-12     안정현 기자
(사진=픽셀)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국내외 IT 업계에서 사측과 직원들 간에 '재택근무'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선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그리고 구글과 애플 등도 코로나 유행세가 잠잠해지고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자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사무실 출근을 명령, 직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사무실 전면 출근 등 노동 환경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거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장기적으로는 원격근무가 필요하지 않은 업종에 국한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우는 사무실 복귀에 저항하며 즉각 사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 재택근무 종료 움직임

최근 실리콘 밸리에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무실 복귀에 저항하거나 이른바 ‘워라벨’의 삶을 찾아 일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대량 사직(Grand Resign)의 맞바람도 불고 있다. 그로 인해 애플, 트위터, 구글 등에선 정작 고급 인재 유치전에 나서는 등 모순된 현상이 일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이를 틈타 국경을 초월해 인력을 파견하거나 채용을 알선하는 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 이 또한 새로운 풍조로 관심을 끌고 있다. HR 테크 기업 '딜(Deel)'의 경우는 국경과는 무관하게 인재를 고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서도 카카오 등 강행…노조 가입률 '50%'로 치솟아

국내에선 이와는 좀 다른 양상으로 ‘포스트 코로나’의 직장 풍토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유행세가 수그러들고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지자 IT 기업들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며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통보하고 있다. 몇 년간 재택근무를 이어왔던 직원들은 '싫으면 나가라' 식의 통보를 철회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카카오다. 지난해 말 카카오는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올해 3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발표 직후 일주일 만에 카카오 노동조합 가입률은 50%에 가까워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10%대 였던 노조 가입률이 이렇게 폭증한 것은 그만큼 사무실 출근에 대한 반감이 심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게임업계도 지난해 중순부터 사무실 출근제를 시행 중이다. SK텔레콤은 다음달부터 재택근무 일수를 주 1회로 제한할 예정이다.

IT 업계가 줄지어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는 반면 네이버는 △주 5일 원격근무를 하는 'R타입'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O타입'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커넥티드워크' 제도를 올해도 이어나간다.

‘워라밸’ vs ‘업무 효율성, 갈등 증폭

기업들이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모으는 이유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부서 간 협업 같이 대면 소통이 불가피한 업무는 재택근무 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또 직원들의 근태 관리를 재택근무 중에는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최근 심각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만큼 직원들의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사무실 출근제가 시기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100% 원격근무는 아니더라도 주 5일 사무실로 출근하라는 것은 복지와 생산성 측면에서 비판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회의를 위한 회의, 상사로 인한 인간관계 스트레스, 출퇴근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모두 줄일 수 있는 재택근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또 얼굴을 맞대는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에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재택근무일 때가 높다고 지적한다.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잦은 이직을 막을 수 있고 사무실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온다.

원격근무를 둘러싼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앞으로 사무실 출근제가 현재와 같은 강제력을 가질 지는 미지수다. 이미 재택근무의 '맛'을 본 근로자들이 경험하기 이전의 빡빡한 사무실 규칙을 제대로 따를 수 있을 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또 MZ세대는 회사에 무조건 충성하기 보다 본인의 '워라밸(work+life+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회사가 제공하는 가장 큰 복지인 재택근무를 포기할 가능성이 적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노동에 대한 가치관도 크게 변해 결국 노동자의 편의를 들어주는 쪽으로 힘의 균형이 쏠릴 공산이 크다.

국경 초월 HR 테크 기업, 폭풍 성장도

그런 가운데 HR 테크 기업 '딜(Deel)'처럼 이러한 노동 환경 변화를 또 다른 기회로 빠르게 포착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160개 국가에서 8000개가 넘는 고객사를 보유한 이 회사는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원격으로 외국인 직원을 고용할 때 필요한 현지 노무·급여·통화 서비스를 지원한다.

HR 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이미지.

딜은 이해관계가 맞는 노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기업은 전세계로 인력 풀을 확장하고, 근로자는 국경을 넘어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회사에 채용될 수 있다. 앞서 일부 IT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줄이고 사무실 출근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회사는 설립 2년 만에 유니콘 기업에 선정된 후 지난해 한국에도 진출했다. 한국이 IT 선도 국가인 만큼, 해외 인재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면서 딜은 올해 ‘인사관리 트렌드’로 △원격 근무를 관리하는 '최고 원격 관리자(Chief Remote Officer)' 직책 탄생 △사무실 출근 경험이 없는 신세대 출현 △유연근무 선호도 증가 △고급 인재 채용 경쟁 심화 등을 제시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원격근무가 대중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