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인가 독인가”…출시 한달 ‘챗GPT’ 논란 가열
“비판적 사고·문제 해결 능력 저해”…뉴욕 공립학교서 사용 금지 “생각지 못했던 방식의 사고 유도, 의사소통에도 유용” 긍정론도 이미 사용자 100만 돌파, 실용화 확산될수록 찬․반 논란 뜨거울듯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오픈AI가 개발한 GPT-3의 버전을 한 단계 높인 대화형 AI 챗봇 '챗GPT(ChatGPT)-3.5'가 교육 현장에서 사용이 제한되면서 새삼 논란이 뜨겁다. 멀티 모달을 기본으로 한 초거대AI가 자칫 학생들에게 역효과를 부를 것이란 얘기다. 반면에 ‘챗GPT’의 효용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찬․반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6일 '테크크런치'와 'CNN'등 외신 등에 따르면 뉴욕시 당국은 성명을 통해 “뉴욕 공립학교들의 네트워크와 기기에서 챗GPT 접근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챗GPT가 "질문에 대해 빠르고 쉽게 답을 할 수 있지만, 학업에 필수적인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뉴욕 공립학교들은 또 학생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다른 웹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필터링 시스템을 챗GPT를 상대로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만 이를 사용할 수 있다.
챗GPT는 출시 직후부터 ‘괴물 챗봇’으로 불리며, 구글 검색기능을 무력화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왔다. 그런 가운데 뉴욕시가 챗GPT가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에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다. 뉴욕과 미국이 차지하는 글로벌 위상을 고려할 때, 사용 제한 조치가 곧 미국 전역을 넘어 전세계에도 도미노처럼 뻗어나갈 수 있다.
사실 챗GPT는 출시 직후부터 교육 현장에서 말이 많았다. 학생들이 챗GPT를 이용해 몇 분만에 에세이를 제출하는 등 비판적 사고 없이 기기가 답변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동화 답변임에도 일부 표절 검사기에 걸리지 않아 폐해가 심각해질 거라는 우려도 나왔다. 또 온라인 상의 차별적이고 부정확한 정보까지 흡수하는 모델에 기반하고 있어 이를 학생들이 자칫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위험도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실용화함으로써 실익이 많다는 긍정적 시각도 만만찮다. 실제로 뉴욕시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챗GPT가 교육 현장에서 금지되는 사태로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은 뉴욕시 교육부 대변인이 "챗GPT를 개발한 OpenAI가 교육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 지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인용했다. 모든 학생이 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철저하게 감시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므로, 최대한 건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향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일부 교육계 인사들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기술에서 긍정적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교육학과 부교수인 빅터 리(Victor Lee)는 "챗GPT는 학생들이 생각치 못했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며 "교사들은 같은 내용을 가르치더라도 구문, 양식, 문법을 달리할 수 있어 학생들이 형식과 내용 간 관계를 더 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챗GPT에 대한 경계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루클린 테크의 아담 스티븐즈 역사 교수는 챗GPT를 금지하는건 역효과만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현재 이 도구를 두고 말하는 방식은 15~20년전 구글이 처음 나타났을 때 말하는 방식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챗GPT가 현재로서는 큰 부작용을 낳을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구글처럼 상용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아예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 컨설턴트 마이클 펠트스타인은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이 '제 2의 헤밍웨이'가 될 지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의사소통이 목적이라면, 챗GPT는 이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CNN에 밝혔다. 학습의 최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시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계가 새롭게 등장한 챗GPT을 인정하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표절 검사 소프트웨어 터니틴(Turnitin)의 제품 책임자 Annie Chechitelli는 '오디세이' 작품 숙제를 예를 들어 "특정 작품이나 사안을 단순히 요약하는 과제를 주던 시절에서 벗어나, AI가 최신의 정보는 흡수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현재의 맥락에서 '오디세이'를 연결하는 과제를 내야 한다는 식이다.
지난해 11월 말 공개된 OpenAI의 챗GPT는 단순한 질문부터 철학적이고 심오한 질문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기존처럼 구글, 네이버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일일히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대화창에 원하는 정보를 의문형으로 입력하기만 하면 챗GPT가 답을 내놓는 식이다. 지난달에는 사용자가 100만명을 돌파하며 전통 검색엔진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