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력난 심화 속, ‘IT 구인시장’도 양극화

IT업계 ‘IT인재 선점’에 금융권은 ‘IT인력난’으로 발만 동동 IT업계, 다양한 유인책․보상․파격적 성과급, 재택근무 등 공격적 스카웃 디지털화 지향 금융권, 보수적 조직문화로 인재 영입못해 “자체 양성”

2023-01-05     전윤미 기자
사진은 '2022 국제인공지능대전'의 현장.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의 감원 사태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에선 여전히 개발자와 보안전문가, 프로그래머 등 IT인력난이 심각한 실정이다. IT업계와 핀테크 업계 등에선 갖가지 보상책이나 파격적인 대우로 IT인재를 다수 확보하는가 하면, 특히 디지털화가 절실한 은행 등 금융업계에선 IT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등 ‘양극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머스크의 트위터 등 실리콘 밸리의 최근 대량 해고 열풍 역시 비(非)IT부문에 집중되어 있음도 이같은 국내 현실과 맞닿는 대목이다.

특히 DX로 인해 기업들의 IT인력 수요가 폭발하는 가운데 그나마 IT기업은 관련 인재들을 선점하고 있다. 반면에 디지털금융을 표방하고 있는 국내 금융권들은 그에 걸맞은 IT인재들을 제대로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연구소의 김지현 연구원이 펴낸 이슈분석 ‘은행의 디지털 인재 확보를 위한 HR제도 확대 필요’는 IT인력난에 애를 태우는 금융권의 초조함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다.

4대 시중은행, 전체 임직원 중 IT인력 비중 미미

김 연구원은 “전통은행은 경쟁력 부족으로 IT 인력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 테크기업들은 파격적인 보상이나 복지제도, 개인의 업무와 성과 중심 평가, 원격근무 확대, 단축근무 등 유인책을 인재를 선점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반면에 전통적인 금융권은 보수적인 기업문화와 IT인력에 대한 보상이 미미해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 연구원과 뉴미디어에 따르면 기업들의 전체 임직원 중 IT 인력 비중(2022년 3월말 기준)을 보면, 하나, 신한, KB,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7.7%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에 비해 토스뱅크는 58.9%, 카카오뱅크는 38.7%, 토스 52%, 카카오페이 50%, 네이버파이낸셜 48.7% 등으로 절반 내지 과반수가 대부분이다. 업계별로 보면 빅테크가 46.3%, 인터넷은행이 37.6%에 달한다.

그 만큼 IT업계나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이 IT인재들을 유인하기 위해 구사하는 혜택과 보상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인터넷은행인 토스의 경우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입사 전 다른 직장에서 받은 연봉의 1.5배를 제시하거나, 1억원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재를 스카웃한다. 또 상당의 스톡옵션도 제공하기도 한다.

IT업계, 역대급 보상과 파격적 근무조건 제공

네이버는 매년 전직원을 대상으로 1천만원의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별도의 성과급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또한 주5일 출근제도를 없애고 6개월 단위로 전면 원격근무를 실시하거나, 주 3일이상 출근하는 방식을 두고 개인이 자율적을 선택할 수 있게함으로써 인재 유출을 방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경력과 연차와 상관없이 성과와 수행한 프로젝트 자체만으로 능력을 평가하고 성과급을 지급한다. 카카오 역시 사무소에 출근하거나, 아니면 조직 내 협의에 따라 원격근무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며,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휴무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주4일 근무제를 한 달에 한 번씩 실시하는 셈이다.

휴넷은 무제한 자율 휴가제와 5년마다 한 달 기간의 안식휴가를 제공하며, 장기근속 포상제도 실시하고 있다. 요기요는 48시간 내 지원자 서류를 검토하고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진행함으로써 IT 인력 채용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은 자체 IT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김 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IT인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IT인력 육성에 주력 중이나, 보상제도와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IT 인력 시장내 경쟁력 확보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속적인 IT 인력 유입을 위해 경쟁력 있는 인재 채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IT업계에 비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금융권의 고민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