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 밸리, 새해 벽두부터 또 ‘대량해고 사태’

아마존, 사상 최대 1만8천명, 세일즈포스, 전체 직원의 10%, 8천명 해고 ‘팬데믹’ 특수 대거 채용, 신사업 확장 부작용, “엔데믹으로 급속히 실적 부진” 작년 메타, 트위터, 스냅, 리프트 이어 새해도 실리콘 밸리 해고 열풍 이어질듯 “무분별한 사업 확장 기도한 최고경영자들부터 책임져야” 목소리 높아

2023-01-05     김향자 기자
아마존과 세일즈포스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다시 대량 감원조치에 나섰다. 사진은 아마존 온라인쇼핑몰 화면 캡처한 이미지.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지난해 가을 메타와 트위터, 스냅 등에 이어, 새해 벽두부터 다시 실리콘 밸리에 대량 해고와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5일 아마존은 지난 해 이후 절대 숫자로는 글로벌 산업계 최대 규모인 1만8천명을 해고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조치를 오는 18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Salesforce) 역시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8천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혀 해고 태풍이 실리콘밸리에 도미노 현상처럼 번지고 있다. 감원 사태만을 추적 보도하는 사이트인 ‘릴리즈’(Release.fyi)에 따르면, 작년에만 실리콘 밸리에서 15만 명 이상의 기술직 인력들이 해고되었다. 이같은 해고와 구조조정 사태는 그렇잖아도 2023년도엔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분위기에서 세계 각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란 점에서 특히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마존, “1월18일부터 구조조정 시작”

이날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모두 이들 기업의 전격적인 구조조정 발표를 ‘테크’ 섹션의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특히 아마존의 경우는 애초 1만명 정도로 예상되었던 해고 규모보다 크게 늘어난 셈”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조치는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산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함에 따른 것으로 지난 1년 간 있었던 주요 빅테크의 구조조정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했다.

아마존의 해고 인력은 특히 관리자급이나 간부 사원들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전체 간부급 직원의 약 5%, 그리고 전체 직원 150만 명의 1.2%에 해당하는 숫자다. 아마존 최고 경영자인 앤디 재시는 이런 내용을 5일자 전직원 이메일을 통해 통보하면서 “이번 해고는 관리자급과 소매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비용 절감 계획을 대폭 확대해 오는 1월 18일부터 1만8000개의 일자리를 없앨 계획”이고 덧붙였다. 애초 아마존은 이미 작년에도 있었다. 당시엔 사내 장비 분야와 출판 부문, 그리고 인사부서 직원들이 타깃이 되었다. 이에 비해 이번 해고 부문은 주요 온라인 사이트, 방대한 현장 운영 및 창고 관리, 매장 관리, 기타 소비자 팀이 포함된다. 다만 창고의 시간제 노동자들은 해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코로나 특수’ 실종이 빚은 후폭풍

이런 조치는 그러나 경영자들의 책임도 크다는 비판이 따른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이 회사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서비스로 몰려들면서 인력을 두 배 이상 늘렸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말 전체 직원이 약 150만 명에 달한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 다음 국면인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 특수’가 시들었고, 결국 아마존의 성장은 20년 만에 가장 낮은 속도로 둔화되었다. 이에 정작 과도하게 회사를 확장한 앤디 재시 등 경영진들은 대량 해고를 단행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아마존은 2001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로 성장세가 약화될 수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세일즈포스’, 사무실 공간까지 축소

한편 ‘세일즈포스’도 전체 직원의 10%를 감축하고, 사무실 공간을 축소한다고 같은 날 뉴욕타임즈 등을 통해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회사의 공동 최고 경영자인 마크 베니오프는 “빅테크들의 사업이 최근 부진함에 따라 본사도 약 8,000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라며 “그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을 고용해 이번과 같은 경기 침체를 초래했다”고 직원들에게 보내는 사내망을 통해 구조조정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이 회사 역시 ‘팬데믹’ 기간엔 그야말로 때아닌 ‘호황’을 한껏 누렸다. 특히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원격으로 부서 간 혹은 동료들과 협업하기 위해 SW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덕분에 창사 이래 가장 큰 성업을 이룬 것이다. 베니오프는 “그 기간 동안 너무 무분별하게 인력을 채용했다”고 자인했다. 최고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세일즈포스의 전체 직원은 지난 10월 말 현재 8만 명에 달해, 3년 전 4만8천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숫자다. 베니오프 스스로도 “목전의 경제 침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을 고용했고, 나는 그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해고 사태는 빅테크들의 침체 국면이 완화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수 개 월 동안 아마존과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은 채용을 늦추고 감원했으며 ‘리프트’와 ‘스트라이프’와 같은 중견기업들도 해고를 단행했다. 또 기술 업계의 많은 대기업들이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의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하는 재무 결과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최고 경영자들의 책임이 가장 커” 비판도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특히 디지털 광고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한 메타는 이미 지난해 11월 직원의 13%를 감축했으며 올해 말까지 직원 숫자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으나 두고 볼 일이다. 스냅챗의 모회사인 스냅도 어려운 거시경제 상황을 이유로 이미 지난해 8월 직원의 20%를 해고했다. 또 지난해 10월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인수하자마자 회사 전체 인력의 절반 이상을 내쫓아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에 대량 해고를 단행한 세일즈포스는 가장 최근이라고 할 지난해 3/4분기 매출이 14% 성장에 그쳐 수 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아직 최종 집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2022년 4/4분기는 그보다 훨씬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조정 사태에 대해 결국은 “최고 경영진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은 “(스스로) 너무 많은 사람들을 최근 단기간에 고용했다”고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번에 대량 해고를 단행하는 세일즈포스 역시 이미 지난해 11월 브렛 테일러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직을 사임하고 이달 말 퇴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월에는 세일즈포스가 소유한 직장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슬랙’의 스튜어트 버터필드 최고경영자(CEO)도 이달 말까지 자리를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일즈포스가 2020년 슬랙을 277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정작 그 회사 역시 실적 부진을 보이며 사실상 사업 확장의 취지가 무색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