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페 시장 ‘두 거인의 승부’, 바이낸스의 ‘완승’

세계 1위 바이낸스, 유동성 위기의 2위 업체 FTX 인수․합병 바이낸스 CEO “FTT 신뢰못해 대거 처분할 것” 트위터가 촉발 사용자들 FTT투매와 이탈, FTX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 처해 “세계 1, 2위 업체 간의 한판 싸움, 1위 바이낸스 승리로 매듭”

2022-11-09     이보영 기자
바이낸스 CEO 자오 창펑(왼쪽)과 FTX CEO 뱅크맨 프리드(오른쪽).(사진=디크립트)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오랜 시소게임 끝에 마침내 경쟁사인 FTX를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8일 그의 회사가 경쟁사인 샘 뱅크먼 프리드의 FTX를 비공개 금액에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의 폭락과 급등, 바이낸스 BNB의 급등, 그리고 밈이 홍수를 이루는 등 대혼돈을 유발하고 있다.

이같은 양사의 합병 소식은 9일 새벽(미 현지시각)부터 AP, 로이터 등 통신사와 WSJ, 블룸버거가 이를 속보로 다루는가 하면, 디크립트, 코인데스크 등 암호화폐 전문매체들은 지난 수 일 간 양자 간에 벌어진 ‘샅바싸움’을 소상하게 전하고 있다. 일단 최종 합병이 이뤄지면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2위인 FTX가 합쳐지게 된다. 8일 오전(현지시각) 기준으로 ‘코인게코’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바이낸스와 FTX를 합치면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4분의 1인 340억 달러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바이낸스의 자오와 FTX의 뱅크맨-프리드는 합병을 위해 각자의 거래에 대한 실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뱅크만 프리드는 트위터를 통해 “모든 것이 ‘풀 서클’(동일체)이 되었고, 바이낸스와의 전략적 거래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후 양자 간의 협상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 보도해온 ‘디크립트’ 등에 따르면 그간 두 사람은 치열한 힘겨루기와 우여곡적을 겪어온 것으로 보인다.

애초 바이낸스는 지난 2019년 FTX가 출범할 때부터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였다. 그러나 지난 7월 (FTX에 대한 투자에 대해) 바이낸스에 대한 규제 당국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FTX가 바이낸스의 지분을 사들였다. 뱅크맨-프리드는 당시 “우리(바이낸스와의)가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일종의 ‘결별’을 선언했다.

당시 뱅크맨-프리드는 “우리는 규제당국과 최대한 협력하려고 노력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규제당국이 매우 엄격하게 규제를 하고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디크립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낸스의 경영 스타일을 간접벅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가 당시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바이낸스가 자신보다 더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느낀 셈이다. 당시 FTX는 바이낸스의 지분을 회수히기 위해 FTT를 지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두 거래소는 암호화폐 폭락 직전인 지난 3월까지 나름대로 시장 영역을 넓히는 등 열띤 경쟁자처럼 보였다. 지난 9월만 해도 바이낸스와 FTX는 도산 위기의 거래소 ‘보이저’의 자산을 확보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경쟁을 벌었다. 당시 뱅크맨-프리드는 “도산 위기의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구제하는 데 10억 달러를 쓸 수 있다”고 밝히면서 “최악의 암호화폐 위기는 지나갔다”고 선언하는 등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당시 보이저는 FTX의 제안을 “백기사 구조대 복장을 한 싸구려 입찰꾼”이라고 부르며 FTX의 제안을 거절했지만, 결국 14억 달러에 회사를 넘기기로 했다.

그런 가운데 10월 들어 바이낸스는 일론 머스크의 440억 달러 트위터 인수를 지원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에 텍사스주가 이 회사의 증권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도 했다. 공교롭게 이 무렵 ‘코인데스크’가 역시 뱅그맨 프리드가 설립한 블록체인 투자업체 알라메다의 보유자산 대부분이 FTT라는 이유로 재무건전성이 열악하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심지어는 “그로 인해 거래소인 FTX의 뱅크런(파산)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경쟁사인 바이낸스의 CEO 자오는 “마치 ‘루나’처럼 신뢰할 수 없으므로 현재 보유 중인 FTT를 시장에 던지겠다(투매)”고 언급한 것이 새로운 시장 혼란의 도화선이 되었다. 본래 FTX 설립 당시 초기 투자자였던 바이낸스는 작년에 지분 청산을 하며 다량의 FTT를 보유하고 있던 중이었다. 비록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수 개월에 걸쳐 차츰차츰 매도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후폭풍은 곧장 FTX에게 닥쳤다.

처음엔 뱅크맨 프리드는 마치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듯, “(바이낸스가) 던지는 FTT를 모두 22달러에 사겠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정작 1코인당 22달러선이 무너졌고, FTX거래소 사용자들 다수가 이를 투매하며 이탈해갔다. 본래 FTX에서 발행한 FTT를 거래하면 최고 60%의 트레이딩 수수료 할인까지 해주기도 한다. 거래수수료에서 수익을 창출하던 FTX는 이같은 이탈 현상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당시 모기업 격인 알라메다 포트폴리오는 FTT외에도 솔라나를 상당수 있었다. 그래서 솔라나를 팔아서 FTT 가격을 지지하는데 이용하는 바람에 시총 10위권의 솔라나도 덩달아 폭락했다. 이처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함께 하락했으며, FTT코인은 하루새 –30%내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당시 ‘코이데스크’는 “FTT가 계속 급락하면 FTX와 알라메다 자산이 소각되는 것이어서, 자칫 이들 회사의 파산이 우려된다”고 보도한 것이다. 이를 두고 ‘디크립트’는 “세계 암호화폐 시장 1위인 바이낸스가 짧은 시간에 코밑을 바짝 추격해온 FTX를 견제하며 벌여온 싸움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FTX는 순식간에 전례없는 유동성 위기에 처하며, 실제로 뱅크런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바이낸스의 자오는 지난 4일 이미 자사 FTT 5억8400만 달러어치를 전송했다는 온라인 자료를 공개하며, 사태를 더욱 부추겼다. 그 다음 날 곧바로 트위터에 “바이낸스가 FTT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사실상 도산 위기의 FTX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야말로 강력한 라이벌에 대한 “결정타”를 먹인 셈이다.

그 발표의 영향은 컸다. ‘디크립트’가 전하는 블록체인 데이터 업체 ‘난센’의 집계에 따르면 그날 하루 동안 FTX에서 12억 달러 상당의 이더리움과 ERC-20 토큰이 빠져나갔다. 난센에 따르면 또 지난 이틀 동안 FTX의 스테이블 코인 잔액이 3억 7천 7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 주말 1억6400만 달러였던 거래소 코인(USDC) 잔액이 졸지에 3000만 달러로 줄었고, 테더(USDT) 잔액이 같은 기간 1억4000만 달러에서 32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난센에 따르면 또 암호화폐 대출업체 ‘넥쏘’가 이더리움 2억100만 달러어치를 빼가고, 자산운용사 ‘아르카’가 FTX에서 3700만 ETH, 2500만 USDT를 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FTX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사태였다. 이를 두고 ‘디크립트’는 “트위터에서 자오는 ‘바이낸스가 FTT를 청산하기로 한 결정은 경쟁사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성, 의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직적인 플레이가 아니’라고 주장해왔지만 실상은 그 반대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FTX의 뱅크맨-프리드는 손을 들었다. 사태가 긴박해지자, 긴급히 자오와 물밑 협상을 이어갔고 결국 합병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자오는 트위터를 통해 “오늘 FTX는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다. 중요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으며,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FTX를 완전히 인수하고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돕기 위해 구속력이 없는 의향서(LOI)에 서명했다. 우리는 앞으로 며칠 안에 완전한 최종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합병에는 양사가 만든 별도 미국법인 FTXUS나 바이낸스US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FTX로부터의 이탈 현상이 주춤해지자, 14.57달러까지 폭락했던 FTT 토큰은 잠시 반등했다.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FTT의 상대역인 바이낸스코인(BNB)은 거래 보류 소식에 10% 급등한 368.07달러를 기록했다. 사태 초기의 FTX의 FTT 가격은 경쟁사 바이낸스가 보유 중인 FTT를 모두 청산하기 시작하면서 폭락했다. 그러나 이처럼 사태가 돌변하면서, 다시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거래소의 두 토큰 모두 현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실제로 ‘코인게코’의 데이터를 보면, FTT는 9일 아침 1시간 동안 25% 상승한약 18.30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바이낸스의 BNB 토큰은 지난 1시간 동안 토큰당 377달러 이상으로 17% 상승했으며, 지난 하루 동안 약 12%나 상승했다. FTX가 유동성 위기와 파산 위기를 모면할 것으로 보이면서 다시 다른 암호화폐 시장도 급등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도지코인 등 톱코인이 9일 아침 1시간 동안 일제히 크게 올랐다. 결국 세계 1, 2위의 암호화폐 거래소들 간에 벌어진 ‘세기의 승부’는 바이낸스 주도의 합병으로 그 막을 내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