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술 있었으면 ‘대형 참사’ 막을 수 있었을까
민․관 합동 개발, ‘119 인공지능 사고 신고 접수’ 시스템 ‘‘시각지능 딥뷰 기술’…길에 쓰러진 사람 즉각 인식, 구조 ‘이태원 참사’ 계기 재난․구조기술 필요성 고조, 특히 ‘눈길’
[애플경제 박문석 기자]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재난방지와 구조기술의 필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선 각종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기술이 다수 개발되었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스마트 거푸집’에 의한 붕괴사고 방지 기술이나, 민․관 합동으로 개발한 ‘인공지능 사고 신고 접수’ 시스템이나 도심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시각지능 딥뷰 기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중에서도 특히 후자의 경우는 이번 ‘참사’의 경우에 꼭 필요할 법한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골든타임 사수 119 인공지능 신고접수’
전자통신연구원의 권은정 연구원이 개발을 주도한 ‘골든타임 사수 119 인공지능 신고접수’ 시스템은 이른바 119 신고 초동 대응을 돕는 ‘똑똑한’ 신고시스템이란 평가를 받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우수기술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난 안전 플랫폼 기술개발 사업’에서 소방청의 수요를 받아 진행한 것이다. 또 서울시립대학교, ㈜셀바스 에이아이, ㈜엔에이치엔다이퀘스트, ㈜위니텍, 이에스이㈜가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는 한 마디로 ‘지능형 119 신고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음성전화를 문자로 변환하는 등 소방매뉴얼의 디지털화로 출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개발 직후 실제로 대전소방본부에 빅데이터 분석·AI적용 지능형 119 시스템이 구축되기도 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119 신고 접수는 긴박한 현장 특성으로 인해 통화에 잡음이 많고, 긴장한 신고자와 대화가 이뤄지므로 신고내용과 재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에 119 신고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여 재난 상황에 신속ㆍ정확하며 효과적인 초동 대처를 하기 위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119 신고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재난 상황인지 및 대응지원 시스템’이다.
이는 ▲대화 음성인식 ▲접수자를 위한 상황별 질문 추천 ▲재난 분류 및 자동 대응 정보 제공 기능 등을 제공한다. 실제 연구진이 개발한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재난 상황인지 및 대응지원 시스템 구성을 보면 왼쪽에 신고자의 통화내용을 문자로 보여주는 기능(STT), 중앙 상단에는 추천 질의 목록을 배치하여 접수자가 신고자와 대화 할 때 꼭 필요한 질문을 모아두었다.
시스템 오른쪽 윗부분에는 재난 발생 위치정보 표출과 긴급구조표준 재난분류체계에 따른 재난 자동 분류, 중앙 하단에는 재난 분류에 따른 적합한 대응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면서 아울러 운용 중인 119 신고 접수시스템과 연계해 출동대를 자동으로 편성하는 기능을 넣어 재난 대응 초동조치 능력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
연구진이 이런 시스템을 개발한 후 실제로 현장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119 신고 접수 업무 관계자 50명에게 사전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 응답이 85%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실증기관인 대전소방본부로부터 개인정보 가명처리 및 관리 계획 기준에 따라 119 신고접수 음성 데이터 13만 건, 관제이력 데이터 1만 6천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받아 전처리와 데이터 분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연구원은 앞으로 3년간 ▲실시간 119 신고 환경에 특화된 음성인식 텍스트 변환을 통한 대화 분석기술 ▲딥러닝 기반 119신고 접수 재난 상황인지 및 대응지원 모델링 기술 ▲인공지능 기반 119 신고접수ㆍ출동 지령 지원시스템 구현과 실증을 위한 연구를 고도화할 계획이다.또 음성인식, 재난 상황 분류 정확도가 현재 80%대인 기술력을 소방, 재난 상황에 특화하여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도심 안전사고 신속 대응 ‘시각지능 딥뷰 기술’
역시 같은 전자통신연구원은 도심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시각지능 딥뷰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도로상의 CCTV 영상에서 쓰러진 사람을 실시간으로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도심지역에서 주취자, 노숙자, 실신 등 쓰러진 사람을 실시간 탐지하는 행동인식 AI 기술이다. 이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생기면 신속히 응급 구조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과 같은 경우도 이런 기술이 투입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기술은 먼저 사람을 탐지하고 자세를 인식하는 등 2단계 구조로 이루어진 기존 행동인식 기술과도 다르다. 기존의 기술은 서 있는 사람에 비해 비정형 자세의 사람, 즉 웅크리거나 쓰러진 사람은 잘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각지능 딥뷰’는 CCTV 영상 속 사람의 18가지 관절 포인트와, 6가지 자세 정보 등을 종합해 행동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연관성이 높은 데이터를 동시에 이해하여 판단하는 최적의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으며, 이로써 비정형 자세 인식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탐지 시간을 단축했다. 즉 “사람 영역과 세부 관절 위치, 자세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하여 사람의 행동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연구진의 설명이다.
즉, 단계별로 행동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판단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모델이다. 연구진은 “그 덕분에 실제로 특정 영역에서 사람이 쓰러졌는지 아닌지 등을 자동으로 검출할 수 있다”면서 “개발 과정에선 사람을 포함하여 자체적으로 구축한 5만 5천여 건의 이미지 데이터와 9만여 건의 사람 영역, 세부 관절 위치, 자세로 구성된 고품질 데이터셋을 딥러닝 학습에 함께 활용하면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기술로 인해 사람이 쓰러지는 경우 즉각적인 실시간 대응 및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해진다. 딥뷰는 CCTV 영상 관제 시스템과 연동하여 쓰러진 사람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관제센터에 알린다. 이 기술이 본격 적용되면 광역 감시를 통해 CCTV 관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112, 119 등과 연계해 사고의 신속하게 대응하고 예방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진은 시각지능 딥뷰를 활용한 실시간 쓰레기 무단투기행위 탐지 기술을 개발해 서울 은평구 및 세종시에 성공적으로 실증을 하기도 했다. 또 기술이전을 통해 대전 유성구에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시스템 적용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는 등 공공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기술에 대한 실증을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연구진은 “향후 지속적인 학습데이터 보완을 통해 정확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라며 “모델 안정화, 채널 확대를 위한 경량화 작업 등도 병행하고, 사람 상태 이해 기술 및 데이터셋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