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반복되지 않도록 ICT기술로 예방․구조해야”
국내 인명 구조 로봇 기술 상당한 수준, “특히 ‘스마트건설’ 기법 응용 필요”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기반 첨단 감시 및 경보 시스템’도 실용화 눈앞 ‘생명선’으로 공기나 물 주입해 구조, “D.N.A 활용 재난안전플랫폼 기술 활성화”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ICT기술을 활용한 재난 대비와 구조의 필요성이 높아가고 있다. 시민사회 일각에선 구조를 위한 초능력 AI휴먼이나, 날아다니는 로봇 기술을 상상할 만큼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내 연구기관이나 건설업계, IT업계에선 각종 재해, 재난의 예방과 구조 등에 응용할 수 있는 ICT기술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사고 발생 직후 국무회의에선 ‘드론과 빅데이터 분석’ 등의 ‘첨단 기술’을 재난 구조에 활용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그 정도는 ‘첨단’이랄 것도 없으며, 디지털 기술 수준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그런 발언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 ‘뜬금없이’ 과학 기술을 강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히려 빅데이터 분석 때문에 긴급 구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견도 많다.
그 보다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스마트건설이나 ICT기술에 의한 현장 안전 기술을 이번과 같은 대규모 압사사고 구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2022로보월드’에 자사 로봇기술을 출품한 ㈜하이크로봇의 한 관계자는 “재난이나 재해 현장의 인명 구조를 위한 국내 로봇 기술은 이미 본격적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 만큼 발달한 상태”라며 “특히 건물 붕괴나 해상 사고 등의 구조작업을 위한 로봇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수준이라면 ‘이태원 참사’의 경우도 충분히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스마트건설 분야에선 다수의 재난 예방과 구조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이번과 같이 대규모 군중이 좁은 공간에 밀집할 경우는 거의 아날로그 방식에 가까운 ‘드론’에 의존하기보단, 실시간 ‘엣지 컴퓨팅’으로 감시, 대처하는 기술은 이미 실용화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이 지난해 개발한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Mobile Edge Computing) 기반 첨단 하천 감시 및 경보 시스템’도 그런 종류다. 이는 첨단 센싱 및 IoT 기술을 이용하여 중소 하천을 24시간 능동적으로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다. 비록 그 대상이 하천이라곤 하나, 이를 대규모 집회나 축제, 행사장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건설연은 개발 당시부터 이에 대해 “보다 신속·정확한 분석으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바 있다.
특히 모바일 엣지 컴퓨팅은 사용자(혹은 구조대상자) 위치 근처(엣지)에서의 컴퓨팅을 통해 서버와의 응답시간을 줄임으로써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그 핵심 요소 기술은 초소형 첨단 하천감시 단말장치 RF-WAVE(RainFall, Water-level And VElocity)다. 이는 홍수 예방을 위해 하천 감시를 위해 개발되긴 했으나, 전파(RF Wave) 센서를 포함한 다중센서를 이용하여 어떤 현장이라도 그 상황을 측정 및 모니터링하고, 무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송수신 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는 외부 잡음들과 분류할 수 있는 신호처리 기술이 탑재되어 있어, 이번 참사 현장처럼 소음이 난무하는 장소에도 매우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국내 스마트 건설 분야에선 건물이 붕괴될 경우 긴급 인명구조를 할 수 있는 신기술도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바 있다. 이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드론으로 탐색, 위치탐지와 함께 구호지점을 특정한다. 그런 다음 공기나 물을 주입하기 위해 100mm 규모의 1차 생명선(라이프라인)을 설치하여 생존 매몰자의 안전을 우선 확보하게 된다. 또 생존자 운반에 필요한 대형 장비를 매몰지점으로 투입하는 통로인 직경 1,000mm 내외의 2차 생명선을 구축하고, 매몰 공동(空洞) 안정화 기술을 적용, 인명구조를 안전하게 진행한다.
물론 이는 이번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깔려있는 압사사고 현장과는 다른 매몰사고에 적용되는 것이긴 하다. 그럼에도 그 방식을 바꿔 압사사고 현장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응용할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이 기술을 개발한 건설연은 “드론·공간정보·정밀굴착·굴진(掘進)관리기술 등 첨단 기술들을 활용한 것으로, 이를 통해 1차적으로 매몰자 생존 골든타임 안에 안전 및 생명선을 확보한 후 신속 구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ICT기술에 의한 현장 안전 기술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현장에서 미리 재난ㆍ사고 현장의 위험요소를 감지할 수 있게 하는 재난ㆍ사고 환경 감지 기술이 먼저다. 또 사고 현장에서 활동 중인 대원의 생체신호 등 개인 위험 상태를 감시하기도 한다. 특히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재난ㆍ사고 가상 대응 기술도 적용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재난 복구나 진압에 임하는 대원들이나 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연구원에 따르면 특히 ‘긴급구조용 지능형 정밀측위 기술’이 핵심이다. 이는 구조 대상자의 스마크폰 등 웨어러블 단말기의 와이파이나, 기지국 등의 신호 정보를 이용해 실내의 수평이나 수직 위치를 파악한 후 현장에 진입할 수 있게 한다. 최근엔 화재 현장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소방대원과 구조 대상자의 안전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즉, 소방대원의 상태정보를 얻기 위한 센서 모듈 및 웨어러블 장치, 상태정보 전달을 위한 통신기술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재난 안전 기술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다수의 IoT 센서 모듈을 이용하여 각종 유해 물질이나 위협요인을 감지하는 기술도 있다. 이는 맨홀, 하수처리장, 그리고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처럼 일시적인 밀폐공간에서의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 산소, 일산화탄소, 황화수소를 동시에 측정하고, 이를 제거하는 장치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또 메타버스나 VR기술을 활용한 재난 대응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역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화재현장을 유사하게 재현한 가상현실에서 실제 소방장치를 이용하여 훈련할 수 있는 ‘실감소방훈련 시뮬레이터’를 개발,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대전시 소방기관 내 VR 훈련기술 기반 리빙랩 운영 등을 통해 기술 실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르면 실감소방훈련 시뮬레이터는 체험형 콘텐츠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션 시뮬레이터 기술, ▲실감 체험을 지원하는 다중 참여 공유 기술, ▲다수의 사용자가 동일 가상 재난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실감 소방훈련시스템 기술 등을 담고 있다. 또한 가변형 모션 체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여 가상공간에서 경사를 오르내리거나, 상하로 움직일 수 있다. 실감 인터페이스 기술을 통해 훈련 과정에서 소방호스를 실제 사용해 화재진압에 나서는 상황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래서 신경망회로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는 N사 관계자는 “다양한 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D.N.A(Data, Network, AI) 기술을 활용한 재난 안전 플랫폼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참사를 계기로 기왕의 성과를 바탕으로 특히 ICT 기반의 재난 대응 기술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