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지갑’ 시장, 날로 진화하며 경쟁도 치열
신분 확인과 문서 저장, 온라인 거래 등 ‘개인화된 디지털플랫폼’으로 발전 네이버․카카오 등 시장 선점 경쟁 가열…정부․지자체들도 유사한 기능 도입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시장과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지갑 자체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면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디지털지갑은 전자 상거래에서 지갑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좀더 포괄적으론 전자적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전자장치나, 온라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정의된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디지털지갑을 둘러싼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며 그 기능이 날로 진화되고 있으며,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 와선 디지털지갑이 ‘개인화된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신분 확인이나, 온라인 거래, 서비스 신청, 문서 저장 등의 통합서비스 채널로서 기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관해 최근 전망 보고서를 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전홍구 수석연구원 등은 “네이버와 카카오, SK텔레콤 등 대형 IT기업은 (디지털지갑을 활용한) 다양하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각종 인증서와 증명서, 멤버십, 자격증, 쇼핑, 핀테크, 구독 등 각기 차별화된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 역시 이를 활용해 각자의 고유 업무에 생활편의 서비스나, 전자문서 발급 기능, 신청 기능 등을 추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 수석과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초개인화’의 수단으로 디지털지갑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민간기업들 간의 디지털지갑 시장을 보면 단연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페이코가 압도적이다.
네이버는 이미 네이버 플랫폼(앱)에서 각종 민원 서류를 전자증명서로 발급·제출할 수 있도록 전자문서 지갑 기능을 연계하고 있다. 사실상 디지털지갑을 통한 제반 서류작업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 금융 부문에서도 네이버는 자체적인 금융이나 쇼핑 시스템과 연계, 이용자들이 한 번에 알아보기 쉽도록 하고 있다.
카카오도 네이버 못지 않다. 디지털지갑을 통해 카카오 인증서나, QR 기반 전자출입명부의 QR체크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국가기술 자격증 495종, 멜론VIP 등급카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카카오 인증서로 ‘정부24’가 실시하는 모든 행정 서비스, 즉 주민등록등초본 등 각종 증명서를 저장하고, 유통하는 등의 기능을 해내고 있다. 특히 ‘구독 경제’ 시대에 걸맞게 카카오톡으로 상품을 구독 렌탈하고, 정기배송을 서비스하되, 그 과정에서 일종이 디지털지갑인 ‘카카오지갑’에서 대금결제 등을 모두 처리할 수 있게 했다.
페이코도 적극 디지털지갑의 실용화를 구현하고 있다. 이는 미리 결제수단을 등록해두고 등록한 결제수단을 통해 결제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로서, 모든 비대면 금융업무를 취급하는 ‘간편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이용자 모두 스마트폰 등에 페이코 앱을 다운받아 ID를 등록하면 사용할 수 있다. 이는 2015년 NHN이 출시한 후 물적 분할로 ‘NHN페이코 주식회사’로 모기업이 변경되었고, GS홈쇼핑, 한화인베스트먼트 등도 투자하고 있다. 이는 삼성 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함께 ‘4대 간편결제’ 시스템이자,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 페이코는 공공부문에까지 진출하고 있다. 앞서 전 수석 등에 따르면 이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제휴를 맺고, 핀테크 업계 최초로 ‘서울시 상수도 청구서’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서울시, 행정안전부, 카드사, 도시가스 등과 제휴하여 카드 청구서와 지방세, 도시가스 요금 등 생활요금고지·납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또한 ‘정부24’ 앱 등 공공기관 사이트에서 발급하는 증명서를 열람하거나, 보관, 제출할 수 있는 전자문서지갑 기능도 해내고 있다.
한편 공공기관들도 사실상 디지털지갑과 유사한 전자문서지갑 등을 시행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정부 전자문서지갑’을 통해 전자증명서 비대면 발급신청·제출이나,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증명서 보관·유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를 도입한 경우가 많다. 경상남도는 분산신원증명기술을 활용한 ‘경남전자지갑’을 도입했고, 부산광역시는 역시 블록체인 기반의 통합서비스앱인 ‘부산패스’를 도입했으며, 대구광역시는 대구시 블록체인 공동활용 플랫폼인 ‘대구ID’ 등을 활용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이와 유사한 마이데이터 서비스인 ‘경기똑D’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전홍구 수석연구원 등은 “초기 디지털지갑은 페이팔, 구글페이 등과 같이 금융거래나, 상품거래에 주로 사용되는 개인의 고유계정 의미에 국한되었다”면서 “그러나 점차 디지털지갑의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 기본적 금융거래 뿐 아니라, 사용자의 자격인증이, 필수적인 문서를 보관하고 유통하는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