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공급난…폐배터리 재활용, ‘코발트 프리’로 돌파
글로벌 배터리․전기차 업체들, 생산과 납품 지연 등 시장 왜곡에 대처 니켈․망간으로 비싼 코발트 대체, 중국에 이어 국내 배터리3사도 시도 폐배터리 재활용, 환경보전과 공급난 완화 ‘두 마리 토끼’ 묘수로 등장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배터리 공급난이 가중되면서 국제적으로 전기차 납품 시기가 갈수록 길어지고, 이에 중고차 가격이 치솟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전기차 인기가 높아 수요는 많지만, 배터리 공급 부족으로 생산량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배터리 원료와 광물을 중국 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이나 ‘코발트 프리(Free)’와 같이 광물을 쓰지 않는 배터리 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 등 배터리의 핵심 원료가 되는 4대 광물은 주로 호주(리튬), 콩고(코발트), 남아공(망간), 인도네시아(니켈), 그리고 남미와 중국 등지에서 채굴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사용 가능한 원료로 만들기 위한 제련은 중국이 세계 수요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엔솔)이나 SK On, 삼성 SDI 등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물 제련, 중국 의존 탈피가 과제
실제로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1위는 중국의 CATL이 압도적이었다. 2위와 3위로 LG엔솔과 중국 BYD가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삼성 SDI가 3위를 차지했고, 일본계 파나소닉과 올해 한국계 3사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는 SK On이 각각 4, 5위에 올랐다. 물론 이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CATL은 3위로 뛰어오를 만큼 선전하고 있다.
2022년 1~7월 판매된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선 한국의 LG엔솔이 1위를 지켰고, SK-On과 삼성SDI도 각각 4, 5위로 선전하며 Top5에 안착했다. 이에 따라 국내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55.6%로 상승했다. 그러나 국내 3사를 비롯해 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대부분 제련된 광물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배터리 양극재나 음극재 원료를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으며, 전구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원자재 비축량을 최대한 늘리고,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는게 시급한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이런 공급망 왜곡 현상을 탈피하기 위해 최근엔 직접 광물 채굴 사업에도 뛰어들 구상을 하고 있을 정도다.
LG엔솔 등 국내 기업들도 최근 중국 이외의 공급망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LG엔솔은 캐나다 광물 기업 3곳을 비롯, 호주, 미국, 칠레 등지로부터 내년 이후부터 리튬 정광이나 수산화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SK On 역시 호주,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부터 리튬 정광이나 코발트 등을 공급받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구적인 대책으로 앞다퉈 ‘코발트 프리’ 선언
그러나 배터리 업체들은 이보다 더 근원적이고 항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 ‘코발트 프리’와 같이 아예 일부 광물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코발트는 배터리 광물 중에서 채굴량도 가장 적고, 가격도 매우 비싸다. 이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니켈, 망간으로 배터리 원료를 만들고 코발트를 배제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 5월 국내 배터리 3사가 일제히 ‘코발트 프리’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이같은 상황이 배경이 되었다. 특히 삼성SDI가 가장 적극적이어서, 배터리 원자재 중 값이 비싼 코발트를 제외하는 대신 망간과 니켈의 비중을 높여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코발트 프리’는 이미 중국업체들이 현실화하고 있긴 하다. 중국의 전지업체인 SVOLT는 지난 7월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배터리 캐소드 소재로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하던 삼원계 리튬이온전지에서 코발트를 제거한 이원계 전지로 배터리와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전략이다. 역시 중국의 CATL도 비슷한 시기에 ‘코발트 프리’ 배터리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중국업체들이 여전히 선제적 개발에 성공하기 했지만, 이처럼 특정 광물을 배제하는 신기술이 출현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의 왜곡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망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페로망간, 실리콘 망간 등을 생산하는 국내의 한 업체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폐배터리, 환경오염 위험
이와 함께 또 다른 공급망 해소 노력은 폐배터리의 적극적인 재활용이다. 최근엔 각국의 정부나 기업들의 폐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일단 폐배터리가 처리되지 않을 경우 중금속 및 유독가스로 인한 환경문제와 폭발위험 등의 이유로 관련 규제를 내놓고 있다. 또 기업 입장에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통한 원자재 수급, 폐배터리 재활용 애플리케이션(Reuse Application)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적인 배터리 공급난이 가중되면서 특히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과 한국, 중국, 독일 등은 폐배터리와 리콜 배터리 등 폐배터리 처리 관련 수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IRS글로벌은 특히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해 주요 금속의 수급을 위해 OEM/Cell/소재 업체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위한 파트너쉽도 늘어나는 등 산업이 급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공급난 완화에 대한 수요와 환경보전이라는 두 가지 명분이 맞물리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차량용 배터리 원료인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과 같은 금속류와 전해질을 무조건 매립하면,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더욱이 2030년경부터는 대량의 배터리가 폐기될 예정이어서, 자동차 회사마다 배터리 재활용에 의한 지속 가능한 제조 사이클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로 부상하공 있다.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차량, 또는 200만 톤의 배터리의 수명이 다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는 IRS글로벌의 전망이다.
Li-Cycle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의 폐기량은 2020년까지 누적 170만 톤에 달하고, 2030년에는 1500만 톤으로 팽창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글로벌 통계 및 빅데이터 업체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의 재활용 시장은 2019년에 15억 달러(1조 7천억 원)였지만, 2030년이면 180억 달러(20조 4천억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이 해법으로 등장
이같은 상황에서 국제 공급난을 탈출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폐배터리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고 남품 받는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도 잇따라 폐배터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리튬이나 코발트, 니켈 등을 자주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데다 시장 규모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폐배터리 이용 방식은 크게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나뉜다. 검수를 거쳐 농업용 초소형 전기차의 배터리로 쓰거나 전기 자전거, 캠핑용 충전기 등 소형 기기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재사용함으로써 배터리의 수명도 증가하게 되고, 한 곳에 고정된 배터리를 다른 장소로 이동 시켜 사용할 수도 있어, 배터리 생산으로 인한 환경 오염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
이미 EU는 지난 2020년부터 폐배터리 규제와 재활용에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 그린 딜’에서 2050년까지의 기후 중립(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제로)을 내건 유럽위원회의 ‘순환형 경제 행동 계획’을 내놓았다. 또 ‘지속 가능한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자동차(EV) 추진을 위한 ‘유럽 배터리 동맹’을 설립하기도 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 테슬라, 폭스바겐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와 LG에너지 솔루션, SK이노베이션 등의 배터리 회사가 배터리 재활용ㆍ재사용 기술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협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함께 설립한 합병회사 ‘얼티움셀즈’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회사 ‘Li사이클’ 및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안전 인증 기업 ‘UL’ 및 재사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개발하고 있다. 기아차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확보, 순환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