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시대, “빅테크 소비자 정보 ‘오픈․공유’” 논쟁
현재 은행 등 금융권 정보, 대형 플랫폼 등 빅테크와 일방적 공유 “빅테크 소비자 정보도 공개․공유, 소매금융 플랫폼 경쟁 촉진해야” “기존 은행의 기득권 감안, 시장 상황 봐가며 규제 결정” 주장 맞서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EU와 영국의 오픈뱅킹 제도를 벤치마킹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1월부터 공식화되면서 날로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확한 정보 제공과 보안 문제의 해소와 함께 최근엔 빅테크와의 정보 공유 문제를 둘러싸고 전문가들 간에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더욱 정확하게는 빅테크가 보유한 소비자 정보도 금융회사와 핀테크 등에게 제공해야 한다는게 논쟁의 골자다. 금융회사의 정보를 핀테크뿐 아니라 빅테크와도 공유해야 한다면, 반대로 빅테크가 소유한 정보도 금융회사나 핀테크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각기 상반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오픈뱅킹 제도는 고객이 동의하면 핀테크든 빅테크든 금융회사의 금융거래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빅데이터를 보유한 빅테크에게도 금융회사의 정보공유 수혜를 주고 있어, 이는 경쟁친화적 시장을 조성하려는 오픈뱅킹 원래의 취지와 어긋난다는게 학계 일부의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석훈 연구원은 최근 한 연구보고서에서 빅테크의 부실대출 우려를 전하며, 학계의 이런 시각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오픈뱅킹 덕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정보 우위에 있게 된 빅테크가 대출 플랫폼의 시장을 독점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은행과 달리 빅테크는 플랫폼을 통해 대출상품의 중개만을 하고 있어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는다. 그러면서도 “빅테크는 이커머스로부터 수익을 얻거나 광고를 위한 고객 정보의 획득을 위해 대출을 과도하게 늘리려는 유인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대출의 질은 하락할 수 있다”는게 비판적 학계의 주장이다.
그래서 나온 타협책이 “빅테크도 자신들의 정보를 금융회사나 핀테크 등과 공유함으로써 금융 중개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오픈뱅킹에 따른 시장의 경쟁구조 변화를 지켜보며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입장을 달리 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우선 기존 은행이 소매금융 부문에서 빅테크보다 문지기 또는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일종의 ‘기득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핀테크 스타트업들도 기존 은행들과 협력하고 있는데, 이는 대형 은행들의 플랫폼 경쟁력을 한층 높일 것”이라며 “그런 가운데 빅테크가 사전적인 규제로 인해 은행과 경쟁을 할 수 없다면 대형 은행의 과점화가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마이데이터에 의한 정보 공유의 과실(果實)을 누가 더 차지하느냐를 둔 힘겨루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 만큼 기업 경쟁력을 위해선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상윤 숭실대 컴퓨터공학과 연구교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평소 “기업들로선 마이데이터가 사업 성패는 물론 생존의 관건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하곤 했다.
그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이같은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수집, 활용하여 다양한 사업 아이템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그래서 최근엔 특정 기업이 수집하지 못하는 외부의 데이터를 수집,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빅테크와의 정보 공유를 둘러싼 논쟁도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석훈 연구원은 “빅테크에 우호적인 현재의 오픈뱅킹에 대해 비판하고 상호 호혜적인 정보공유 정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금융회사들도 빅테크와 같이(빅테크가 보유한) 소비자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할 경우 데이터 분석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금융회사가 빅테크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게 되면, 그 보상으로 빅테크에게 자신의 고객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빅테크가 현재와 같이 금융회사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아 소매금융 부문에서 경쟁에 우위를 점하는 것은 금융혁신이 아니라, 오픈뱅킹의 반사이익으로 인한 것”이라는 지적도 곁들였다.
이 연구원 자신도 빅테크와의 정보 공유에 대한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즉 “빅테크에 대해 정보 공유를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데이터 이동권을 부여하는 것이며, 결국 소매금융 부문의 경쟁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건”이라며 “그런 점에서, 빅테크가 상호 호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뱅킹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빅테크가 보유한 소비자 정보는 금융회사나 핀테크에게도 금융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환기하며 “이러한 정보를 빅테크만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공정한 경쟁 환경과 금융혁신을 위한 경쟁의 장이란 차원에서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철저한 보안도 급선무라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정보 공유와 데이터 이동의 필수적 조건이라는 얘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류창원 연구위원도 “부정확한 정보가 나타나거나 업권 간 정보 공유 미비로 필요한 정보를 받지 못하게 되면 ‘나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함으로써 얻게 되는 소비자의 기본 효용이 크게 저하될 수 밖에 없다”면서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입력되는 출력으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하는 스크래핑 방식 대신 표준화된 API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런 경우, 정보 제공자와 가공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사고에 대한 이용자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0월 현재 국내에서 허가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59개 사에 달했다. 이는 마이테이터 사업이 지난 1월 공식화된 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현재 허가심의 중인 사업자의 수도 29개사에 달한다. 또 공식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난 4월 기준으로 마이데이터 가입자 수는 2,596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업권별 마이데이터 가입자 수는 은행권이 아닌 핀테크 부문에서 가장 많았다. 빅테크, 핀테크가 1,101만 명으로 가장 많으며, 은행, 저축은행이 721만 명, 카드, 캐피탈이 653만 명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