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천m 실험시설 완공”…다양한 우주․과학실험 수행

세계 6위급 지하실험시설, 우주 암흑물질, 중성미자 등 연구 기초과학연구원, 지질연구소, 원자력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기관 활용

2022-10-05     김향자 기자
강원도 정선에 조성된 지하 1천m 지하실험시설 '예미랩'의 조감도.(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지하 1,000m에서 이중베타붕괴 연구(AMoRE), 암흑물질탐색 연구(COSINE), 차세대 대용량 액체검출기 연구(LSC)가 가능한 세계 6위급(면적기준) 고심도 지하실험 시설 ‘예미랩’이 강원도 정선에서 가동되었다. 10개 이상의 독립적인 실험을 할 수 있는 이곳은 지하실험 연구단 외 다수의 연구 기관들이 활용할 수 있다.

5년 간의 공사 끝에 완공된 이 시설은 기상청의 지진관측 장비 성능 확인 등 다용도 테스트 수행을 위해 이미 2021년부터 공동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질연구소나, ㈜스페이스린텍, 원자력연구소, 표준연구소, 경북대 등도 이곳을 이용해 실험을 해왔다. 또 미국 중성미자 연구단체(IsoDAR)에서 지하실험 연구단에 예미랩을 활용하여 공동연구를 할 것을 제의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강원도 정선군 예미산에서 고심도 지하실험시설을 건설하면서 지난해 8월 지하터널 공사를 완공하였고, 올해 9월 차세대 대용량 검출기 인프라 구축 공사와 지상연구실 구조변경을 완료했다. 그동안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현재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지하 700m 아래의 300㎡ 규모 양양실험실에서 실험을 해왔으나, 연구시설의 깊이와 크기 모두 한계에 다다랐다. “그러나 올해 9월, 예미랩이 완공됨에 따라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약 3,000㎡ 면적의 세계 6위급(면적 기준) 지하실험시설에서 본격적으로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설명이다. 암흑물질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질로서, 우주에너지의 약 26%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로서, 경입자(가벼운 입자)의 한 집단(그룹)으로 전하량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초과학원은 “암흑물질의 존재와 중성미자의 특징을 밝히는 연구는 세계 물리학계에서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면서 “그러나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는 포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배경잡음(우주선 등)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연구 환경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 연구그룹들은 경쟁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연구시설을 구축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예미랩 완공을 계기로 2023년부터 양양실험실의 실험장비를 이전해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AMoRE-II) 연구와 암흑물질탐색(COSINE-200) 연구 등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AMoRE-II) 실험은 몰리브덴을 이용해 중성미자 물리적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로, 양양에서 수행된 실험(AMoRE-1)에 이어 예미랩에서는 몰리브덴 결정 크기를 기존 6kg에서 200kg까지 키워 진행할 예정이다.

“암흑물질탐색(COSINE-200)은 우주의 약 26%를 차지하지만, 현재까지 관측된 적 없는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연구”임을 밝힌 기초과학연구원은 “지구로 날아온 암흑물질과 코사인(COSINE) 검출기 내 결정(아이오딘화나트륨, NaI)의 충돌 과정에서 암흑물질의 흔적을 탐색한다.”고 소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로 알려진 윔프(WIMP, 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입자에 대한 연구 성과를 2018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하여 세계 물리학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외에도 기초과학연구원 지하실험 연구단은 다른 기관과 함께 예미랩을 공동 활용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국가 지진 관측망 구축과 지진관측장비 성능검증을 위한 실험실을 조성 중이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심부 암반의 거동연구, 지하공간의 특성 평가와 모니터링, 안정성 연구 등을 위해 예미랩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경북대학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도 공동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