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세포분열?…POW 보존 위한 하드포크 잇따라
ETC, 이더리움 페어 이어 채굴업자 찬들러 궈도 ‘ETHPoW’, ‘ETHW’ 생성 머지로 해시레이트 급상승 등 사실상 채굴 불가, “새로운 하드포크로 탈출구” “POS 머지로 에어드롭에 만족” vs “채굴 불가로 수익 감소로 POW 고수”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머지로 인해 이더리움에 POS 하드포크가 일어나면서 기존 작업증명(POW) 노드와 새로운 지분증명(POS) 간에 일종의 ‘파벌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 개발자들은 이더리움 하드포크로 별 잡음이나 차질없이 채굴(POW) 중심의 노드에 대한 네트워크의 의존도가 사라졌다고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POW 방식으로 잔존하기를 원하는 세력의 반발이 일면서, 또다른 하드포크가 일어나면서 서너 갈래로 찢어지고 있다.
하드포크는 블록체인상에 모종이 보안 문제가 발생하거나, 새로운 운영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경우 시도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있다. 전혀 다른 버전의 소프트웨어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이번 머지는 이미 예정된 일이지만, 매우 획기적인 하드포트인 만큼 이같은 분열, 즉 새로운 하드포크 현상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로 예상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이더리움 보유자는 거래소나 개인 전자지갑을 통해 ETHW를 에어드롭 받을 수 있어 만족하는 분위기다. 즉, 이더리움을 보유한 비율 만큼 신규로 다시 ETHW을 무상으로 받은 것이다. 마치 주식시장의 무상증자를 방불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채굴업자들은 머지로 인해 채굴의 난이도가 커지고, 그로 인한 수익이 감소하는데 대한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채굴 노드 역시 POS로 인해 대구모 코인 지분을 갖고 있는 특정인이나,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 의해 분산의 이점이 상실될 것 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지분증명이 아닌 기존의 작업증명 방식을 고수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유명한 채굴업자 찬들러 궈는 작업증명 방식이 채굴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많은 이더리움 채굴자들을 위해 ETHPoW와 ETHW를 만들었다. 많은 채굴자들이 이더리움 머지 직후 ETHPoW와 ETHW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그의 하드포크 코인은 순조롭지만은 않은 듯, 이더리움 머지 이후 한때 35%나 하락한 5.26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찬들러 궈를 비롯한 채굴 전문가들은 “(이더리움 머지) 이후 적어도 5~6개 이상의 하드포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일이 예상되는 것은 지분증명방식(POS)으로 전환할 경우는 그렇잖아도 힘들었던 채굴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이더리움의 POS 하드포크에선 작업증명(POW) 방식의 이더리움 채굴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나타내는 고유한 코드인 해시를 생성하기 위해 해당 암호화 코드를 풀어야하는 ‘채굴’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POW 네트워크에선 해시를 생성하는데 필요한 능력이나 속도,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해시레이트도 채굴 작업이 어렵거나, 참여 노드가 많으면 그 만큼 난이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올라간다. 역설적으로 해시레이트가 높을수록 네트워크 보안이 강화되고, 코인 채굴도 어렵게 된다.
특히 POS로 하드포크가 이뤄진 경우 채굴 난이도가 올라가도, 이를 보상하는 코인 가격이 함께 오르지 않는다. 기존 POW 노드로선 설사 코인을 어렵사리 채굴한다고 해도 적자를 기록하므로, 채굴 노드 내지 채굴업자들의 반발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이번 머지 직후엔 이런 심리를 반영한 듯, 진작에 등장했던 POW 블록체인 코인인 ‘이더리움클래식’(ETC)이 큰폭으로 상승한 것도 그런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POW에 집착하는 움직임은 그 전부터 있어왔다. 작업증명 모델을 보존하는데 전념해온 또 다른 ‘파벌’이라고 할, 이더리움 PoW 블록체인인 이더리움 페어가 그런 경우다. 이는 새로운 작업증명 방식의 하드포크 코인인 ETF(현재 ETF)을 생성하기도 했다. 이더리움페어는 트위터를 통해 “이더리움에서 분기된 최초의 PoW 토큰”이라고 주장했다. 이더리움 페어는 2020년 1월에 만들어진 후 약 14,000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이더리움 페어는 주로 중국의 POW 노드와 채굴업자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핵심 언어는 중국어로 제공된다. 지난 주말에는 그러나 개발자 측은 서로 다른 언어를 위한 텔레그램 그룹을 만드는 데 주력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더리움페어의 블록 탐색기에 따르면 ETF의 총 거래량은 670만 건, 지갑 주소는 180만 건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 통화는 현재 6.43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더리움 머지가 발표된 직후 30% 하락한 수치다. 이에 비해 이더리움 하드포크 체인인 ETHW는 총 17억 건의 거래를 기록했으며 토큰은 8,630만 개의 주소에 보관되어 있다.
한편, ‘2miners.com’에 따르면, 2015년에 별도의 하드포크를 통해 만들어졌던 이더리움 클래식은 잠시 큰 폭으로 오르긴했지만, 채굴업자들이 해당 화폐를 채굴하는 것으로 전환하면서 머지 후 해시 레이트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ETF의 가장 대표적인 거래소 후원자는 폴로니엑스는 “시장 상황과 이용자와 커뮤니티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더리움 페어를 지원하겠다”고 처음 밝혔다. 이 역시 이더리움 머지 ‘그 후’의 분열과 하드포크 현상을 부추기는 움직임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