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세계 4위…그러나 넘어야 할 산 美 ‘IRA’
중국, 독일, 미국 다음으로 수출량 많아, ‘코로나19’로 전기차 특수 효과 IRA가 난제, “미국 등 북미기업, 원재료 수입 다변화 애로는 그나마 다행” 중국, 배터리 광물 채굴과 소재 생산 전세계 수요 50~80% 차지 현실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미국의 IRA(인플레 감축법)로 큰 충격을 받은 한국의 전기차 분야가 지난 해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수출 4위를 기록하면서 일단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의 IRA 등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재편이 추진되고 있어 긴밀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등 북미 기업들도 당장 원재료 수입 다변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어서, 한국 기으로선 일말의 여지는 남기고 있다.
무역협회와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해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 세계적으로 급감한데 비해 전기차 구매가 급등하며 중국이 수출 강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일반 자동차와 전기차 분야에서 동시에 선전하며 세계 수출 4위를 기록했다. 그런 가운데 “2023년부터 적용되는 핵심 광물 및 배터리 소재 규정은 북미 기업들도 쉽게 충족하기 어려운 만큼, 재무부 가이드라인에 우리 기업의 ‘니즈’가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의견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즉, 미국이 IRA를 활용해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재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긴밀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한국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전기차 특수에 힘입어, 전기차 수출입이 크게 증가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2년 간 자동차 수출은 9.5%, 수입이 16.4% 증가한 반면, 전기차 수출은 112.2%, 수입은 264.5%나 급등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의 김꽃별 수석연구원은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자동차 수출은 2020년에 비해 11.9%나 감소했으나, 전기차는 2년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전체 수출에서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팬데믹 기간 중 지속 증가해 2019년에 비해 2년 만에 1.9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시 앞으로의 관건은 미국의 IRA다. 이로 인해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며 정부가 뒤늦게 대미 협상에 나섰으나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나마 2023년부터는 핵심광물이나 배터리 소재 규정이 적용되면서, 북미 기업 역시 공급망 다변화가 과제로 부상했다. 더욱이 “중국이 광물, 소재, 배터리 생산까지 공급망 전체를 장악하고 있어 북미 기업 역시 즉각적인 다변화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은 흑연의 70% 이상을 채굴하고 있으며, 리튬・코발트・흑연 가공 역시 세계 수요량의 5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도 역시 중국이 전세계 음극재 가공의 53%, 양극재 가공의 78%를 점하고 있다. 생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전세계 배터리의 77%를 생산하며, 중국 기업(CATL, BYD 등)이 전세계 배터리 공급 시장의 49%를 점유하고 있다. “말처럼 쉽게 단기간에 중국으로부터 공급망을 돌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은 주요 전기차 생산 국가 중에서 중국, 독일, 미국 등과는 또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즉, 다른 세 나라는 내수 판매・수출・생산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내수 규모는 작고,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인도네시아, 미국 등지에 자체 브랜드 생산기지만을 보유하고 있다. 즉 “한국은 내수 판매량이 세계 10위 밖인 국가 중에선 유일하게 자체 브랜드 판매량과 수출이 5위 안에 드는 국가”라는 얘기다. 현재도 국내 공장을 중심으로 체코와 양산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공장을 설립 중인 미국 등지로 생산 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배터리 시장도 한중일 3국이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10대 배터리 업체 중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SK On, 삼성 SDI를 제외한 6개사가 모두 중국계 기업일 만큼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2021년 현재 전세계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49%, 한국이 31%, 일본이 12%다.
한국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미국에 가장 많은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으며, 유럽 7개국 정도가 한국의 10대 수출 대상국에 포함되어 있다. 그중 한국의 3대 수출 대상은 미국, 독일, 영국으로 각각 전체 전기차 수출의 16% 안팎을 차지한다. 이는 2021년도 한국의 (내연기관) 자동차 수출 3대 주요 시장이 미국, 캐나다, 러시아인 것과는 대비된다. “유럽에서 높은 수준의 탄소중립 정책이 시행되면서 유럽 내 전기차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는 해석이다.
한편 한국의 전기차 주요 수입국은 독일과 미국으로, 전체 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독일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전기차는 전체의 4% 미만이며,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와 테슬라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20 21년 현재 국내 전기차 판매 5대 모델은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테슬라 모델3, 모델Y, 아우디 이트론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