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가입 신중 검토…우주발사체, 군사용과 무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서 일문일답 “‘칩4’, 특정국가 배제 의도 없어…경제적 실익으로만 판단”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美와 협력 예비타당성 조사 중” ‘한국 AI환경 낮은 수준’ 연구기관 분석엔 “내용 확인후 판단” AI전문인력 예산 삭감? “와전” 일축, “교수인력 확충에 전력”

2022-08-11     김홍기 기자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초청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이 장관(가운데)과 국장급 관계자들. 이 자리에선 우주탐사기술과 '칩4'동맹 가입문제, 반도체 인력 양성 과제, 한국이 AI환경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에 관한 외신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1일 미국의 주도로 한국과 대만, 일본 등 4개국을 엮은 반도체 동맹의 일종인 ‘칩4(Cheap4)’ 가입 여부에 대해 “직접적인 주관 부처는 아니지만, 경제적 실익을 엄밀히 검토하며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이종호 장관 초청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에서 이 장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다만 ‘칩4’(동맹)는 국제 반도체 기술을 공유하고 상호 발전하기 위한 것일 뿐 결코 특정 국가를 배제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다분히 중국을 의식한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미국은 현재 한국에 대해 사실상 8월말까지 가입 여부를 밝히라고 비공식적인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한국 정부로선 압박감과 함께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열린 ‘외신기자 정책토론회’는 이 장관을 비롯해 과기정통부 실․국장급 관계자들도 참석한 가운데, 정보통신정책 비전 발표에 이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으로 약 1시간 여 진행되었다. 그런 가운데 특히 영․미권의 외신기자들은 미․중 갈등 속에 한국으로선 민감한 사안일 수 밖에 없는 ‘칩4’ 가입 여부에 관심을 보였다.

이 장관의 ‘칩4’에 대한 언급은 고위당국자의 발언을 통해 정부의 의중을 읽을 수도 있어 외신기자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비록 ‘신중 검토’ 수준의 언급에 그쳤지만, 발언 맥락을 보면 (안보 요인 등을 배제한) ‘경제적 실익’을 고려한 ‘가입’에 비중을 두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이 자리에선 또 최근의 달 탐사선 ‘다누리’를 계기로 한 우주 개발에 관한 질문도 쏟아졌다. 그 중 한국이 달 자원추출 기술을 협력하기로 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도 관심사가 되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오는 2040년까지 화성 또는 그 보다 더 멀리 있는 행성으로 가기 위한 우주선 보급창구기지를 달에 건설하는 작업이다. 우주선의 연료와 산소를 달에서 만들고 보급하는 우주 현지자원활용(ISRU) 기술을 우리가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그럴 만한 예산과 기술 역량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 장관은 “이미 미국 측과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타당성을 조사 중”이라며 “그런 과정이 끝나면 이에 적합한 규모의 예산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외신기자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또 이번에 발사된 ‘다누리’호가 지난 수 차례의 달 탐사선들과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즉, 우리의 우주개발 기술의 진척 수준에 관한 의구심이다. 이에 자리를 함께 한 이창윤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여러 가지 차별화된 기술이 있지만, 특히 초고성능 카메라가 대표적인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번 ‘다누리’호는 ▲달착륙선이 착륙할 후보지를 탐색하는 초고성능 카메라와 ▲착륙 지점을 면밀히 조사, 결정하는 최고 성능의 편광 카메라를 처음으로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다누리’호의 성능에 대해선 외신들도 특별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그중 기술매체인 ‘테크레이다’는 “(다누리호는) 자기장을 측정하기 위한 자기장과 감마선을 측정하기 위한 감마선 분광기를 포함하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러 과학 장비를 싣고 있다.”면서 “달 지형 이미저(이미지 실측기), 광각 편광 카메라, NASA의 고감도 카메라 섀도우캠 등으로 (이제껏 관찰되지 않은) 달의 다른 지역의 모습을 수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자세히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매체는 “흥미롭게도, 다누리는 공간을 통한 데이터 전송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지연/장애 허용 네트워킹(DTN) 실험도 수행했다.”며 “DTN 기술은 이미 ‘우주 공간의 인터넷’ 마냥 국제 우주 정거장에 의해 성공적으로 사용되어 왔지만, 지구 궤도를 넘어 시험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관심을 보였다.

그 때문인지 이 자리에선 “혹시 이번 발사체가 앞으로 탄도미사일 등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여지는 없는가?”라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도 나왔다. 이에 이 장관은 “발사체가 군사용으로 쓰이는 경우는 있을 수 없고, 절대 그런 의도도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다만 우주발사체 후발 국가로서 항공우주연구원 중심으로 꾸준히 우주 탐사 기술을 개발하고, (군사 목적이 아닌) 우주 개발에만 전력 투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의 통념과는 달리 한국의 AI발전 수준이 세계 상위권과는 거리가 멀다는 국내 연구기관의 보고서에 관한 질문도 있었다. 앞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스탠포드 대학교가 개발한 한 나라의 ‘AI활동성’ 수준과, 옥스퍼드대 ‘옥스포드 인사이츠’의 ‘정부 AI 준비 수준’을 토대로 세계 주요 AI선진국 20개국을 선정했는데, 그 가운데 한국은 들어있지 않다.

이에 “평소 AI 관련 R&D투자와 디지털 혁신에 주력했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어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이날 이 장관과 과기정통부 관계자들도 유보적 답변에 그쳤다. 이 장관은 “관련 보고서를 접하지 못해 알 수는 없으나, 정부로선 SW와 알고리즘 개발, 저전력, 초저지연 기술, 메모리 반도체 등에 주력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으로 대신했다.

자리를 함께한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관실의 엄열 국장은 “아마도 (해당 보고서는) AI를 둘러싼 디지털 환경 전반에 관한 종합적 판단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 그 보고서를 분석, 파악한 후 좀더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보고서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한국의 AI환경에 대한 명확한 반론이나 설명은 유보한 셈이다.

또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학과 정원을 늘린다면서도 정작 전문지식을 갖춘 교수 인력을 어떻게 충원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이 장관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교수 인력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역시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예산이 크게 삭감되었다는 지적에 대해 배석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와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즉 “반도체 인력 확충과 교육을 위한 일부 프로그램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필요한데, 해당 조사를 벌이기 위한 절차적 예산이 40% 가량 삭감된 것이 잘못 전해졌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이 장관은 질의 응답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한국 정부가 추진할 과학기술․디지털 분야의 5가지 핵심과제를 소개했다. 즉 “민간 주도의 R&D체계, 민․관 공동의 기술개발과 공공 기술의 민간 이전, 산학연 협력의 학사제도와 패스트러닝 트랙, 난제 해결 AI프로젝트와 디지털 플랫폼 정부,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접근성 제고와 상생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면서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지위에 걸맞게 과학, 기술 혁신의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