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AI발전, ‘AI활동성과 정부AI준비’로 측정”
스탠포드 ․ 옥스퍼드 대학교 각각 개발, “치밀하고 합리적 기준” 그 기준으로 미국, 영국, 독일, 싱가포르, 캐나다가 AI 최강국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세계 각국의 AI 기술 발전의 수준을 어떻게 비교, 측정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가 개발한 ‘AI 활동성 순위’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정부의 AI 준비(수준)’ 인덱스를 기준으로 국가별 AI기술 발전 순위가 매겨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막연한 AI의 대중적 보급이나 기술 수준 등과는 달리, 치밀하게 계량화된 기준이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이런 기준에 맞춰 최고 수준의 AI 발전국을 꼽아본 결과, 미국과 영국, 독일, 싱가포르, 캐나다 등 5개국이 선정되었다. 그 뒤를 이어 중국, 스웨덴, 호주, 인도, 네덜란드, 핀란드 등도 AI 강국으로 랭크되었다. 이들 국가들은 AI 활동성과 정부의 AI 준비 수준이 매우 높은 국가들로 분석되었다.
앞서 스탠포드 대학교는 국가별 AI 현황 측정 도구인 ‘AI 활동성 순위(AI Vibrancy Ranking)’를 개발한 바 있다. 이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발표하는 ‘AI 인덱스(AI Index)’로서, 연구 및 경제 지표를 기반으로 국가별 AI 활성화 정도를 상대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기술, 경제, 연구, 교육, 윤리, 다양성, 거버넌스 분야에서의 AI 영향과 발전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연구 분야에선 한 국가의 AI 저널·컨퍼런스·리포지토리 출판과 인용 회수, AI 특허 출원·등록 숫자 등을 고려한다. 경제 분야에선 그 나라의 AI 민간 투자 규모, 신규 투자 AI 기업 숫자, AI 인력 역량과 규모 등을 평가한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옥스포드 인사이츠’는 ‘정부 AI 준비수준 인덱스’를 개발했다. 이는 공공서비스를 운영하고 제공하는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수준을 측정한 것이다. 특히 정부 분야에선 AI 국가 비전 유무, AI 거버넌스·윤리 유무·정도, 디지털 역량, 적응력 등을 검토한다. 기술 분야에선 민간·공공 ICT 규모, 민간·공공 혁신 역량, 인적 자원 역량·규모를 고려한다. 또한 데이터·인프라 분야에선 정부가 이룩한 통신 인프라, 데이터 가용성, 데이터 균형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진흥원은 2022년 6월 기준으로, 최근 3년간 발표된 AI 활동성 순위와 정부 AI 준비도 순위에서 10위 안에 든 횟수가 가장 많은 국가를 선정했다. 전자는 민간 부문이고 후자는 공공 부문이다. 그 중 1그룹은 AI 활동성과 정부 AI 준비도가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 및 민간 AI 강국’이다. 2그룹은 AI 활동성은 높으나 정부 AI 준비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민간 AI 강국’이다. 3그룹은 정부 AI 준비도는 높으나 AI 활동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공공 AI 강국’이다.
앞서 가장 AI기술과 활동성이 발달한 5개국, 그리고 그 뒤를 이은 10위권 내의 국가들은 모두 1그룹에 속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AI 국가정책의 내용적 기반을 마련하고,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 AI 이니셔티브법’ 제정을 통해 이행력을 확보했다. 또 민간에서 R&D, 산업, 인력 양성 및 유치를 주도하며, 정부는 민간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분야와,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개입하고 있다. 또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AI 전략은 정치·사회·심리적 전략으로 변화해 가고 있으며, 미국의 실리를 추구하는 대(對) 중국 전략에 대한 요구와 맞물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은 브렉시트에 따른 부정적 경제 효과 극복의 방안으로 AI와 디지털 산업에 한층 주력했으며, EU와 달리 성장 지향의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영국 국립연구소인 앨런 튜링 연구소를 중심으로 AI R&D 네트워크가 조직되어 있고, 국가 보조금을 통해 연구성과 이전 이나 상용화·사업화를 촉진하고 있다. 또한 유럽 단일시장의 이점을 취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도-태평양 국가와의 AIR&D 협력, 인재 교류, 무역 자유화 등의 파트너십에 한층 무게를 두고 있다.
독일은 유럽에서 4번째로 AI 국가전략을 수립했고, EU의 AI 강국으로서 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은 특히 인권 존중, 민주적 가치, 사회적 대화, 데이터 주권, 지속가능성 등을 강조하며, 경제적 성장은 물론 사회적 이익을 증진할 수 있는 AI를 개발, 활용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또 AI 연구센터와 응용 허브를 전국에 배치하여 AI 연구·개발과, 지식이전, 사업화의 사이클을 유지하고, 중소기업의 AI 역량을 촉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 전체를 하나의 운영체제로 인식하는 ‘스마트 네이션’ 드라이브의 연장선에서 국가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작은 국가 규모와 지정학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국가정책 전반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하며, AI 전략에서도 실행력 있는 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기술적·정치적 경쟁 구도 사이에서 균형적 위치를 취하며, 환태평양 국가들과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을 꾸준히 체결하는 등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캐나다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가운데, AI 전략 수립, 이행, 평가 등에 이르는 과정 대부분을 민간의 고등연구원과 3대 ‘AI 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다. 3개 지역에 분포해 있는 AI 연구소에서 지역 파트너들과 협업하여 R&D, 인력 양성, 상용화·사업화를 주도함으로써 지역적으로 분산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