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 경기침체 국면에 ‘멘붕’ 사태

“투자 대폭 삭감? 대량해고? 아니면 과감한 지출?” 혼돈의 연속 일부 스타트업들은 위기 국면이 휴․폐업, 또는 장기간 휴가 투자분석가들도 제각기 엇갈린 전망, “합리적 의사결정 없어”

2022-08-02     이보영 기자
사진은 미 캘리포니아의 애플 데이터 센터.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세계 IT산업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가 눈앞에 닥친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어떻게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예 투자를 접어야 할지, 아니면 이 기회에 오히려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는가 하면, 많은 스타트업들은 휴가철을 맞아 사실상 휴․폐업을 하는 경우가 줄을 잇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는 증시의 급격한 변동과 경기침체 전망으로 투자자들이 크게 위축되면서 사상 유례없는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스타트업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에 관해 그야말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벤처 투자가들도 제각기 중구난방의 모순된 조언을 하고 있다. 일부는 스타트업들에게 오히려 “이 기회에 과감한 투자에 나서라”고 하는가 하면, 반대로 “고통스러운 삭감이 필요한 때”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문제는 지금의 경기 침체 국면은 과거 유사한 경우와는 그 성격이 너무나 달라서, 합리적인 예측과 지속가능한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의 닷컴 붕괴나 2008년 금융위기와도 다르다는 지적이다. 즉,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교란, 거의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고 있는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눈앞의 위기국면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책을 거의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특히 2022년 경기침체가 과거의 어떤 것과도 다르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과 최근의 GDP 수치를 분석하면, 목전이 불황은 특히 실업률이 보여주듯이 과거와는 다르다.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자인 아룬 매튜는 “개인적으로 이런 특별한 순간이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이전의 경기침체나 증시 폭락으로부터 얻을 것은 많지 않다”면서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6개월 혹은 12개월 동안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WSJ에 밝혔다.

실제로 지금 실리콘밸리는 혼돈과 갈등 그 자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7월 초부터 6,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기업체 임원들은 채용 계획을 모두 폐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업들은 직원들을 해변 휴양지로 데려가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 라운드’를 벌이거나, 반대로 거시경제 혼란 속에서도 짐짓 “평상시와 다름없다”고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물론 낙관론자도 있다. 오래된 스타트업 투자자인 알리 파르토비는 여전히 “우리가 심각한 경기 침체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낙관하면서 “지금은 실제로 (투자) 속도를 높일 때이며, 다른 전문가들이 지출을 줄이라고 충고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선 안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파르토비는 또 “인플레이션은 물이 새는 양동이와 같다. 스타트업들로선 오늘날 돈을 절약하다간 내일의 (돈)가치가 더 떨어지므로 아예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파르토비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투자 속도가 2021년 월평균의 두 배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 스타트업의 CEO인 안드레이 사푼지치는 멕시코 푸에르토 바야르타에서 휴가를 즐기며, “스타트업을 통해 운영하는 사업은 사정이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느긋해하는 편이다. IT업체의 지출과 보안 규정 등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그의 2년 된 스타트업 ‘Lumos’는 오히려 올해 직원을 50% 이상 늘리면서 전속력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정반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기업이 더 많다. 세계 최대의 NFT 거래소인 ‘오픈시’(OpenSea)의 데빈 핀저 최고경영자는 목전의 경기침체에 매우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7월 중순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우리는 회사가 장기 침체의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130억 달러로 평가된 이 회사는 이미 직원의 20%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스타트업 투자액은 전 분기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 이상 감소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평균 거래 규모는 거의 모든 스타트업 단계에서 기록상 가장 높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처를 더 선별적으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선별된 적은 수의 스타트업에 더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벤처 투자가들이 전하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의 벤처 투자가들은 올해 상반기에 1,220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해 투자했는데, 이는 2021년 전체 연간 기록의 87%에 불과한 규모다.

스타트업 고문이자 투자자인 엘레드 길은 “벤처펀드에 투자하는 기관과 개인 등 많은 유한책임 파트너들이 벤처투자자들에게 투자 속도를 늦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말했다. 더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벤처 파트너들의 보수는 다른 사람들의 돈을 투자함으로써 얻는 수수료와 이익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들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벤처투자업체인 ‘세쿼이아 캐피탈’은 지난 5월 포트폴리오 내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심지어 ‘인내에 적응’이라는 제목의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 프레젠테이션에서 창업자들은 “현금을 절약하고, 삭감을 하고, 긴 회복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특히 스타트업들은 지금 대혼란에 처해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는 1분기와 2분기에 더욱 위축되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불황의 정의를 충족했고, 주택 시장은 금리 상승에 좌초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실업률은 6월에 3.6%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심지어 9.1%의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계속하여 6월 소매 판매를 증가시켰다.”고 현재의 혼란스런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많은 대형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3~4년치 운영자금에 해당하는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고용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전문가는 “주택개량이나 수리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앱인 ‘썸택’은 연초 현재 1,100명이 넘는 인력을 60% 늘릴 계획이었다”면서 “이 회사는 최근 이런 계획을 당초 30%~40%로 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