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1] 양자컴퓨팅…글로벌 수준에 비한 한국의 현주소는?

“초전도체, 이론트랩, 고체 결함 등 플랫폼 기술, 한층 노력해야” “큐비트 제어와 동시 포획, 얽힘 구현, 다중 큐비트 확장 기술 등”

2022-07-11     이보영 기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개한 양자컴퓨팅 알고리즘 구성도.(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애플경제 양다운 기자] 양자기술이 차세대 기술의 백미로 주목받는 가운데, 특히 양자컴퓨팅, 양자센싱, 양자통신 등 분야별로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양자컴퓨팅의 경우 가장 급속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초전도체, 이론트랩, 고체 결함 등 물리 큐비트를 구현하는 플랫폼별로 더욱 가속화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 플랫폼 별로 격차의 정도가 다르긴 하나,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에 따르면 대체로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20~30% 수준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양자컴퓨팅 시스템은 미국과 중국이 선두 다툼을 하고, 한국, 유럽, 일본 등이 그 뒤를 좇고 있는 형국이다. 큐비트 생성 기술 플랫폼에 따라 5 큐비트에서 많게는 127큐비트 수준의 양자컴퓨팅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고, 이에 따른 알고리즘 연구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외 기술 수준을 비교하는 기준은 큐비트를 구현하는 플랫폼, 즉 초전도체, 이온 트랩, 반도체 양자점, 위상 큐비트, 고체 결함, 광자 기반 큐비트 구현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이같은 양자컴퓨팅 플랫폼 중에서 ‘초전도체’는 빠른 게이트 속도나, 반도체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는게 장점인 반면, 초저온 유지와 짧은 양자상태 유지기간이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분야 기술에선 이미 IBM, 구글 등이 최대 127큐비트 급의 양자컴퓨팅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다. 또 중국도 60큐비트 수준의 ‘양자 우월증명’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선 아직 8큐비트 초전도 칩 제작을 시연하는 수준이다. 또 20큐비트 수준의 설계와 제작 공정을 가동시킬 수 있다. 이에 “초전도 소자의 대규모 집적기술, 즉 3차원 적층기술과 극저온 고주파 신호의 증폭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극저온 냉동기 기반의 저잡음 시스템 통합기술에 하루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바람이다.

이온 트랩은 소자의 안전성, 높은 신뢰도가 특징인데, 게이트 속도가 느리고, 복잡한 레이저 장치를 구비해야 하는게 단점이다. 미국 등에선 이미 이온큐(IonQ)에서 11큐비트 시스템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엔 32큐비트 시스템도 개발했다. 또 100개 이상 큐비트를 24시간 이상 포획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스라엘도 5큐비트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선 아직 연구 초기단계로서, 20개 큐비트를 동시 생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큐비트 간의 얽힘 현상으로 인해 완전한 구현은 아직 할 수 없다. 다만 20개의 큐비트를 10분 정도는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에 앞으로 큐비트를 제어하고 얽힘을 구현하는 레이저 기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즉, 주파수, 파워, 펄스 타이밍, 빔의 위치 등 레이저 제어기술이 그것이다. 또한 더 많은 큐비트를 동시에 포획하고,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극저온 챔버 운영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양자점’ 플랫폼은 소자의 안전성을 기하고, 반도체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얽힘을 해결해야 하고, 난이도가 높으며, 초저온을 유지해야 하는 난관이 있다. 미국은 이 분야에서 실리콘(Si) 2큐비트를 개발하고, 게르마늄(Ge) 4큐비트를 생성하는 수준이다. 국내에선 실리콘(Si) 1큐비트를 개발한데 이어, GaAs 3큐비트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소재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파운드리를 활용한 대규모 칩 제작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게 전문가의 권고다.

‘위상 큐비트’ 플랫폼 기술은 오류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다만 아직 구현 가능성은 입증되지 않은 점이 해결 과제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관한 연구실 수준의 가능성을 시연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대학 실험실 연구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장차 실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고체 결함’ 플랫폼은 초저온이 아닌,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으나, 얽힘과 고난이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에선 10큐비트 수준의 시연에 성공했지만, 7큐비트 수준에서 얽힘을 보이고 있다. 또 양자 인터페이스를 이용한 3큐비트 원격 시연에서 역시 얽힘을 보였다. 국내에선 한국과학기술원(KIST)이 2큐비트를 개발한데 이어, 3~4 큐비트 수준의 시연을 한 바 있다. 앞으로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전자스핀-핵스핀 집적화 기반 기술인 ‘스핀 제어 및 측정 기술’을 확보하고, 다수의 전자스핀 집적화를 위한 공정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권고다.

‘광자 기반’ 플랫폼은 제어와 전송이 쉬운 반면에 대규모 얽힘 현상과 함께 생성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 분야에서 미국은 4~6개 광자를 집적광학계에서 실험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1~2개 광자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다중 큐비트 확장 기술을 우리나라도 갖추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앞서 선형 잡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알고리즘 성능을 증명하고, 양자컴퓨터로 양자내성암호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연세대는 고전데이터를 분류하는 QCNN(quantum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알고리즘을 구현하였고, 멀지않아 NISQ 컴퓨터에 이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주요 국가들은 양자컴퓨팅 알고리즘 및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즉, 양자컴퓨팅의 계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양자적 계산 알고리즘으로 어닐링, 효율적인 에러 보정이나 에러 완화 등의 과제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또 수백 큐비트급 NISQ(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장치에서 구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가지 방식의 양자 컴퓨팅 시스템으로 양자 우월성을 증명하고 있다. 즉, 보존 샘플링 방법을 활용한 113큐비트 광자 컴퓨터, 그리고 구글과 같은 ‘무작위 양자회로 샘플링’ 방법을 활용한 66큐비트급 초전도 컴퓨터를 개발한 바 있다. 이스라엘도 이온트랩 방식의 5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였으며, 개발 중인 64큐비트급 양자컴퓨터는 구글, 중국에 뒤이어 양자 이점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또 “주요국들은 구체적인 양자 알고리즘에서 양자 이득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큐비트 규모나, 회로 깊이, 양자게이트 에러 비율 등 계산 비용을 추정하는 연구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이온트랩 기반 내 결함성 범용 양자 게이트(CNOT) 작동을 처음으로 시연하기도 했다”고 해외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