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 포기” 전격 발표
“못믿을 트위터 이사회…가짜, 스팸 계정 정보 제대로 제공 안해” 트위터 “계약 위반, 고소와 함께 인수작업 계속하도록 압박할 것” 분석가들 “진짜 이유는 스팸 정보 아니라, 불리한 가격 협상 때문” 일부 시민단체 ‘대환영’…“트위터, 차별과 음모론 온상 전락 위기 면해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일론 머스크는 8일 ‘트위터측이 가짜 계정 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지난 3월부터 세인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진행되어온 440억 달러짜리 트위터 인수작업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해 다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트위터측은 즉시 머스크를 고소하고, 인수 작업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반격했다.
AP통신은 “이번 인수 포기 발언은 세계 최고 부자와 가장 영향력 있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사이의 가장 최근의 반전일 뿐이며, 이는 앞으로 엄청난 법적 공방을 예고할 수도 있다.”면서 “트위터는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가 (인수 협상 과정에서) 지불하기로 합의한 10억 달러의 ‘이별료’(위약금)를 밀어붙일 수도 있다. 그 대신, 이미 트위터 이사회가 승인했고 CEO인 파라그 아그라왈이 성사시킬 것이라고 주장한 인수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법적으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런 가운데 머스크의 변호사 마이크 링글러는 트위터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의 고객(머스크)이 트위터로부터 ‘가짜 또는 스팸’ 계정의 유포를 판단할 자료를 거의 두 달 동안 요구하며 찾아왔다”고 불평했다. 그는 “트위터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거나 제공하기를 거부했다.”면서 “트위터는 머스크의 요청을 무시하기도 했고, 때로는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머스크에게 불완전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정보를 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물론 트위터측은 하루에 100만 개의 스팸 계정을 제거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가짜와 스팸 계정에 대한 정보가 트위터의 사업성과와 재무성과를 판단하는 근본적인 요소이며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브렛 테일러 트위터 이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사회는 머스크와 합의한 가격과 조건에 따라 거래를 종결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합병 합의를 강제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양자 간의 다툼을 둘러싼 ‘드라마’의 대부분은 트위터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평소 1억 명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머스크는 “트위터가 언론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인수 포기 발언이 나온 8일 트위터 주가는 5% 하락한 36.81달러로 머스크가 인수 조건으로 지불하기로 합의한 기준인 54.20달러를 훨씬 밑돌았다. 반면에 테슬라 주가는 2.5% 오른 752.29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이 마감되고 머스크의 편지가 공개된 뒤 테슬라가 상승하는 동안 트위터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장 분석기관인 웹부시(Wedbush)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이번 머스크의 인수 포기 발언은 트위터와 그 이사회에겐 일종의 재난 시나리오”라고 표현하며 “트위터 이사회로선 인수 작업을 복원하거나 10억 달러의 ‘이별료’를 받기 위해 긴 법정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루 전날인 7일에도 트위터는 언론과 회사 임원들과의 브리핑에서 “스팸 계정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더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트위터는 매일 1백만 개의 스팸 계정을 제거한다. 그 계정은 매 분기마다 활성 사용자 기반의 5%를 훨씬 밑돈다.”고 밝혔다. 특히 악성 스팸 계정 수를 계산하기 위해 IP 주소, 전화번호, 위치, 계정 동작 등 공공·개인 데이터를 모두 활용, 무작위로 샘플링한 '수천개의 계정'을 검토해 계정이 진짜인지 판단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간의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는 수억 개의 트윗에 대한 원시 데이터의 ‘파이어 호스’(삭제 수단)에 대한 접근을 머스크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를 확인한 바 없다는 주장을 펴며 맞서왔다. 그럼에도 머스크가 이처럼 스팸 봇을 제거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은 이를 통해 사업적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믿음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허위 정보나 괴롭힘에 사용되는 가짜 트위터 계정을 추적하는 조사 회사 봇 센티넬의 설립자인 크리스토퍼 부지는 “이 모든 과정은 기괴하다”면서 “머스크가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봇과 트롤, 그리고 가짜 계정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고 AP통신에게 밝혔다.
한편 머스크의 변호인은 트위터가 최고 경영자 2명을 해고하고 인재 획득 팀의 3분의 1을 해고하면서 합의를 깼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가 정상적인 사업 수행에서 벗어날 경우 “(머스크 측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서 “트위터는 현재의 비즈니스 조직의 중요한 구성 요소를 (인수 전까지) 보존해야 한다”고 인수 작업 중단의 또 다른 이유를 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여성, 소수민족 등 사회적 약자들을 옹호하는 단체들을 포함하여, 처음부터 인수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머스크의 인수 중단 소식에 환호했다. 이들은 “머스크가 뭐라고 주장하든간에 그가 인수를 포기하기로 한 것은 그저 트위터 봇이나 스팸 계정 때문이 아니다”는 시각이다.
머스크의 트위터 입찰에 비판적인 비영리 감시단체 미디어 매터스의 안젤로 카루소네 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의 변덕스러운 행동, 극단주의자들의 포용, 잘못된 사업 결정 때문에 이번 거래가 무산된 것”이라며 “머스크는 트위터의 커뮤니티 기준과 안전지침을 후퇴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 이는 플랫폼을 위험한 음모론과 당파적 꼼수, 백인우월주의 급진화의 열풍 늪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포기를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