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예산 겨우 1.7%↑, “원전은 50%↑”
녹색대전환, 과학인재양성, 수소 등은 거의 ‘제자리’ 반도체, 첨단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등도 소폭 증가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2023년도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이 지난해보다 불과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른바 ‘미래 선도, 임무지향 연구개발로 2030 과학기술 선도국가(G5) 도약’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모두 24조 7천억원 규모의 R&D투자 예산안을 28일 공개했다.
그러나 거창한 슬로건과는 달리, 절대 액수만을 보면 R&D에 대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표현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일단 정부는 초격차 전략기술,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의 항목별로 2023년도 R&D 예산을 배분했다.
이에 따르면 우선 ▲ 반도체, 첨단바이오, 우주‧항공, 양자 등 국가 전략기술 육성에 총 3조 4,791억원을 투자(전년대비 10.1%↑)한다. 이 밖에 ▲녹색 대전환(GX)을 위한 기술혁신에 총 2.33조원 투자(전년대비 3.7%↑), ▲디지털 융합‧혁신을 통한 디지털 대전환(DX)에 총 2.42조원 투자(전년대비 17.2%↑), ▲ 생애 전주기적인 과학기술인재 양성에 총 0.57조원 투자(전년대비 4.7%↑) 등의 내역을 밝혔다.
다시 세부적으로 보면 ▲ 초격차 전략기술의 경우 반도체‧차세대원전 등 초격차 산업의 전략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년대비 7.7% 증가한 총 1조 962억원을 투자한다. ▲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기술개발에 중점 투자하고, 민간 수요와의 연계를 바탕으로 고급인력 양성, 팹리스 기업 지원 등 산업 생태계를 지원한다. ▲ 이차전지는 공급망 안정화와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차세대 이차전지 관련 핵심원천기술 확보에 투자를 확대하고, 이차전지 특화 인력양성을 지원한다.
특히 ▲ 원자력발전의 경우는 ‘차세대’라는 수식어와 함께 다른 모든 R&D 예산을 압도하는 50.5%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제적으로 탈원전의 추세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원전수출시장 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소형모듈원자로(i-SMR), 제4세대 원자로(비경수형) 등에 이같은 파격적인 예산을 투여하기로 했다.
이에 반해 국제적으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소의 경우는 겨우 0.5% 증가에 그쳤다. 말로는 “수소 생산, 저장, 충전 등 전주기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저탄소 발전, 산업 연‧원료 대체 등 수소 활용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보잘 것 없는 예산 증가폭이다.
한편 5G‧6G 예산도 4.3% 증가에 그쳤다. 이 밖에 신‧변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백신‧신약 개발과 유전자 치료 등을 위한 유전자 편집 기반의 혁신기술개발, 첨단바이오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은 8.6%↑, 우주개발‧활용 역량을 확충하기 위한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미래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서비스화를 위한 기술개발 예산이 13.2% 늘어났다. 다만 한국형 양자컴퓨팅(50큐비트급) 시스템 구축을 위한 투자, 학문적‧산업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도전적 탐색연구 및 적용연구를 위한 예산은 36.3%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이 밖에 인공지능‧로봇은 11.7%↑, 사이버보안은 8.9%, 인재양성 및 기초연구 예산은 4.7%↑ 늘었다. 반면에 탄소중립, 즉 녹색 대전환(GX)을 가속화하기 위한 기술혁신에 전년대비 3.7% 증가한 2.33조원에 그쳤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차세대 원전 경쟁력 확보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저탄소 순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산업공정 혁신, 대규모 포집‧저장(CCUS) 관련 기술개발을 중점 지원한다면서 겨우 59억원(신규)을 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