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와 구글, 스마트워치 ․ AR글래스 둘러싸고 ‘희비’ 엇갈려

메타, 야심작 듀얼 카메라 ‘스마트 워치’ 개발 중단, “기술과 비용문제” 구글, 기존 AR글래스 문제점 크게 개선한 ‘트랜스트레이션 글래스’ 시연 외신들 “사생활 침해, 불편한 착용 등 해소…업계 판도 변화 예상” 호평

2022-06-13     이보영 기자
사진은 블룸버그가 입수한 메타의 듀얼카메라 구조. 메타는 듀얼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워치의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블룸버그 통신)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스마트 워치나 AR글래스 개발을 둘러싸고 메타와 구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메타는 9일(현지 시간) 이른바 2대의 카메라로 차별화를 기한다는 애플워치(스마트 워치)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AR글래스도 일단 개발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에 구글은 사실상 증강현실에 가까운 외국어 번역 기능을 갖춘 ‘트랜슬레이션 글래스(translation glasses)’(구글 글래스)를 개발,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테크레이다’, ‘인포메이션’ 등 외신을 종합하면, 새로 개발된 구글 글래스를 끼고 있으면, 눈 앞의 외국인의 언어를 그대로 번역해 안경에 표시해준다. 또 그 동안 언론의 비판을 받았던 증강현실(AR) 글래스의 단점도 거의 해소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에 메타는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스마트 워치는 물론, 메타 글래스(AR 글래스)의 개발마저 중단 내지 포기하기로 해 체면을 구기고 있다.

애초 메타는 와이파이와 스포티파이 게임, GPS 등이 내장된 스마트 워치 개발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내부적으론 이른바 ‘밀라노(Milan)’라는 비밀 코드명도 함께 붙여 보안을 유지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돌연 듀얼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워치의 개발을 중단하고 대신 손목용 다른 장치들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것이다.

그 동안 2년 이상 개발이 진행되어온 메타의 스마트 워치는 활동 추적, 음악 재생 및 메시징을 포함하여 다른 스마트워치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몇 가지 기능을 포함하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기존 경쟁업체들의 제품과는 달리, 듀얼 카메라를 포함하는 등 차별화를 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본지가 분석한 시제품의 사진과 비디오에 따르면, 한 카메라는 디스플레이 아래에 있고, 다른 한 카메라는 착용자의 손목에 기대어 뒷면에 부착되어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즉, 두 번째 카메라는 사용자들이 사진을 빨리 찍기 위해 시계 끈에서 시계 화면을 얼른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카메라가 손목의 신경 신호를 디지털 명령으로 변환하는 또 다른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등 작업이 순탄치 않았다. 이른바 ‘근전도’라고 알려진 기술적 능력을 갖는 것이 메타의 최우선 과제였다.

메타는 애초 메타버스에 맞춰진 기기를 포함한 다른 기기를 위한 ‘컨트롤러’로서 사람의 손을 사용하는 방법을 강조하며, 근전도검사의 이점을 선전해 왔다. 메타는 블로그를 통해 “이는 손목에 있는 신호들 즉, 사용자가 이미 수행하기로 결정한 행동들을 디코딩하고, 그것들을 사용자의 장치를 위한 디지털 명령으로 변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손목 장치 내의 센서가, 사람들이 아바타를 제어하거나 증강 현실 안경을 통해 관찰하는 것과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런 듀얼 카메라 장치의 문제점이 다수 발견되어, 당초 계획을 중단키로 한 것이다. 이는 기술적 문제보다 비용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메타 경영진은 앞서 지난 4월 자사의 각종 사업 수익이 줄어들면서, 올해 회사의 연간 지출을 30억 달러 감소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최근 몇 달 동안 일부 간부급 직원의 충원이 일시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등 인건비 부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 경영자는 투자자들에게 “그 어떤 특정 프로젝트보다도 전반적인 비용 절감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타는 역시 야심찬 개발을 시도했던 AR 글래스 계획을 폐지까진 아니지만, 애초보다는 크게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와 IT 전문 매체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본래 2024년 출시 예정이었던 AR 글래스를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스마트워치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문제와 함께 비용 절감 등이 가장 큰 이유다.

이와는 달리 ‘블룸버그’는 10일 “드디어 대중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구글 글래스(Google Glass)’가 등장했다”며 “이는 증강현실(AR)의 가능성을 활짝 열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트랜슬레이션 글래스(translation glasses)’로 불려진 이 제품은 말 그대로 유례없이 뛰어난 번역 기능을 목표로 한 것이다.

본격 출시될 무렵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실시간으로 받아 적는 자막은 물론, 각종 외국어를 오가며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대화하거나 청각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 ‘구글 번역’ 기능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기존의 구글 글래스와는 다른 기능의 증강현실(AR) 기기다. 기기가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당 데이터의 의미를 인식하여 사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추가하는 것이다. 기존 구글 글래스는 그저 상황이나 위치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구글 글래스는 시각 또는 오디오 데이터를 수집하여 사용자가 보거나 듣고 있는 것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기다.

그 동안 IT 매체들은 기존 구글 글래스에 대해 헤드셋에 장착된 전면 카메라가 대화의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고, 착용가자 마치 사이보그처럼 보이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한 덕분인지, 이번에 공개된 구글의 ‘트랜슬레이션 글래스’는 카메라도 없고, 디자인도 일반적인 안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착용자에게는 대화 중인 텍스트가 보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런 기능을 갖고 있다.

다만 문제는 아직 있다. 즉 상대이 허가 없이 타인의 말을 ‘녹음’하고, 번역을 위해 클라우드에 업로드한다는 사실이다. 또 그렇게 녹음된 파일을 보관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없애려면, 증강현실 기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애초 제조사가 기능을 (윤리,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그런 전제 하에 이번에 공개된 신제품은 일단 일반 안경처럼 보이되, 처방 렌즈를 쓸 수 있고, 카메라가 없으며, AI로 오디오를 처리하고 텍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반환할 수 있다. 또한 텍스트로 결과를 반환하는 어시스턴트 기능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란 평가다.

‘인포메이션’은 “현재까지 완전히 사용자들을 만족시킨 스마트 워치나 AR글래스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구글은 이를 충족할 기술이 있다는 점을 입증했으며, 언어 자막 처리나 번역기능 외에도, 어시스턴트 쿼리의 시각이나 음성 결과를 제공하는 등 획기적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면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