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증명이냐, 지분증명이냐…‘결론이 쉽지 않은 논란’
블록체인 노드의 네트워크 유지 방식, “각기 일장일단 있어” 작업증명, 에너지와 HW 과다 투입 vs 네트워크 신뢰도 뛰어나 지분증명, 친환경적이고 HW투입량 적어 vs 신뢰도는 떨어져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블록체인 구성을 위한 작업증명과 지분증명 방식을 둔 논란이 국제적 이슈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가 최근 작업증명(PoW, Proof of Work) 방식의 가상자산을 금지하고 이를 친환경적인 지분증명(PoS,Proof of Stake) 방식으로 바꾸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어서 새삼 블록체인 구성을 위한 두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코인데스크US나 디크립트 등은 EU 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자산을 위한 입법 패키지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 Regulation) 초안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법안에는 에너지 집약적 컴퓨팅 프로세스인 PoW에 의해 구동되는 가상자산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코인데스크US는 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소수 의원이 이 법안에 반대할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통과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렇다면 작업증명과 지분증명의 문제적 현안은 어떤 것일까. 쉽게 말해서 이들 방식은 블록체인에서 거래원장을 구성하기 위해 다음 블록을 체인에 연결해도 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규칙이다. 애초 블록체인에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참여자의 과반수가 특정 블록의 생성에 동의하면 합의가 이루어지고 블록이 체인에 추가된다. 즉 합의 알고리즘이다.
문제는 합의 알고리즘의 방식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알고리즘은 작업 증명 방식과 지분 증명 방식이 있다. 가상자산,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작업 증명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물론 최근 이더리움은 지분 증명 모델로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블록체인의 신뢰도 측면에서 작업 증명이 가장 믿을 만한 합의 알고리즘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작업 증명은 '채굴'을 통해 네트워크의 상태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즉 작업 증명 방식으로 동작하는 네트워크에 참여한 노드는 다음 블록이 생성될 때까지 암호화된 문제를 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이런 경쟁은 암호화된 문제를 풀었을 때 주어지는 보상 때문이다.
그런데 암호화 문제를 푸는 경쟁자가 늘어날수록 문제의 난이도는 올라간다. 자연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참여자(노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더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투입시켜야 한다. 암호화된 문제는 수학적으로 보면 일종의 경우의 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작업증명 시스템에서 블록 채굴에 성공할 가능성은 채굴자가 투입한 컴퓨팅 파워의 양에 비례한다.
여기서 암호화 문제를 풀기 위해 채굴자들은 경쟁적으로 엄청난 채굴 장비와 전기를 소모할 수 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네트워크 구성에 투입된 비용과 노력만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신뢰도와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즉 블록의 신뢰도와 가치는 올라가더라도, 작업증명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문제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투입되는 하드웨어와 전기 비용은 엄청난 수준으로 치솟는다. 이는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가장 심하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경우 자금력과 값싼 전기가 곧 블록의 지배력과 연결된다. 암호화 문제를 풀기 위한 해시 파워의 과반수를 만약 특정 채굴 풀이 점유하게 되면 거래원장의 조작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작업증명은 또한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와 환경훼손이라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를 대체하는 합의 알고리즘이 나타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지분증명이다. 지분 증명 방식은 블록의 유효성을 결정하는데 사용하는 자원이 컴퓨팅 파워가 아니라 네트워크의 지분이란 점이 작업증명과 다른 것이다. 즉 네트워크의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정확성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에 악의를 갖거나 블록의 신뢰도를 낮추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분증명에서도 작업증명과 마찬가지로 블록 생성에 대한 보상이나 거래 수수료를 블록 검증자에게 지급한다.
특히 지분증명은 네트워크 구성에 투입되는 하드웨어 비용과 소모되는 전기 에너지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각 노드의 블록체인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오힐 ‘탈중앙화’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신뢰도 측면에선 작업증명에 못미친다는 지적도 따른다. 또한 일부 소유자에 대부분의 지분이 몰려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런 경우 작업증명처럼 소수에게 지배력이 편중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환경이나 에너지 측면에선 지분증명이 대안이 될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블록체인 본래의 신뢰도나 가치 측면에선 작업증명이 뛰어나기 때문에 둘다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