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AI 자동화 시대 '활짝'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 금융분야 약 85%가 AI 도입 신용평가와 대출심사 분야에서 AI 활용이 가장 활발

2022-02-10     진석원 기자
사진은 신한은행의 AI자동화를 시사하는 이미지로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사진=신한은행 홈페이지 캡처)

[애플경제 진석원 기자]디지털 기술의 성장과 팬데믹 사태로 인해 금융산업에서도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AI는 시장 분석, 금융 상품 추천, 투자 전략 수립, 고객 응대, 인증 및 보안, 이상거래 탐지, 업무자동화 등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머신러닝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함으로써 그 활용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사기거래 탐지, 보험계약 관리, 자산관리 등에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산업의 AI 활용 현황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은 AI를 마케팅, 상품개발,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인사 및 성과관리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AI의 학습능력이 높아질수록 시장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정밀함도 높아진다. 또 이를 기반으로 업무수행 능력이 효과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증명되면서 AI 활용은 금융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머신러닝을 통한 데이터 분석은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신용, 담보를 평가하는 데에 용이하다. 특히 "비자(Visa)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사의 경우, 머신러닝을 이용해 신용정보의 수집속도와 신용평가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면서 "또 신용카드 거래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져 부정거래 방지 시스템도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 맥킨지(McKinsey)의 글로벌 AI 조사에 따르면 금융업 관계자의 60%가 소속 금융사에서 하나 이상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가 2020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금융분야에서 약 85%가 AI를 도입하고 있고, 주로 리스크 관리와 수익창출을 위해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이 국내 8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권은 신용평가와 대출심사 분야에서 AI 활용이 가장 활발하다. 이외에도 금리승인, 한도 조정에 관한 오차 확인에서도 높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금세탁을 방지하고 부정대출을 탐지하는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다. 비정상적인 패턴을 모델링하고 이상 거래를 판별하고 있다. 최근에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행동을 판별하고 위험등급을 매겨 조치를 취하는 방식도 시도하고 있다. 

특히 AI는 챗봇 분야에서도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챗봇은 이미 금융권에서 대중화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기존 제한적인 상담만 수행하는 수준에서, 다양한 자연어 처리 기술과 대화형 인터페이스 기술이 접목되면서 더 복잡한 상담도 가능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용 챗봇 외에도 직원용 챗봇도 함께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성과와 만족도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챗봇은 간단한 질문에 대한 응답을 AI가 대신하여 업무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였다고 평가 받는다.

다음으로 자산관리와 디지털마케팅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고객 타게팅 과정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고객타게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확률이 높은 고객군을 선별하는 과정을 말한다. 고객과 상담한 내용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이를 분석하여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는 것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사의 AI 도입 사례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AI 휴먼 기술을 활용한 'AI 은행원'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로봇이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딥러닝 기반의 AI어드바이저, '케이봇쌤(KBot-SA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AI 뱅커'가 관리하는 무인형 디지털라운지를 개점해 디지털 기기를 통한 비대면 금융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어'를 도입해 투자상담을 지원토록 했다. 하나은행은 AI앱을 통해 금융거래내역을 기반으로 소비형태를 분석하고 있다. 또 AI를 통해 담보대출을 자동화하고 마찬가지로 로보어드바이저 '하이로보(HAI Robo)'를 도입했다.   

현재 국내은행이 도입을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분야는 AI기반의 상담 서비스인 것으로 보인다. 은행사들은 콜봇(AI상담원)이나 ATM 화상상담, 키오스크 형태의 가상상담원에 투자하고 있다. 또 기존 문자 기반의 상담을 음성과 이미지 기반으로 확장하는 추세도 나타났다. 연구원은 금융상품 추천에 AI 도입이 활발한 이유는 마이데이터와 플랫폼 사업이 확대되면 자산 관리 수요가 급증할 것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AI 도입으로 기존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대규모로 이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단순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업무 효율성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쳐 큰 변화는 없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신입직원 채용에 있어 영업 인력보다는 디지털과 IT인력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그러나 "몇 가지 요인이 AI 도입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AI 선도국인 중국, 미국 등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데이터 부족'을 크게 꼽았다. AI는 기본적으로 빅데이터를 전제로 하는데, 은행 내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만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외부 데이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의 리스크와 여러 규제 사항이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이다.

경영환경의 문제도 지적되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대부분 빅테크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는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연구원은 결론적으로 "금융분야의 AI 도입은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금융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기 때문에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마이데이터의 확대로 촉발된 금융의 플랫폼화, 비금융 사업과의 제휴 확대로 양질의 데이터가 크게 늘어나고 있어 금융분야의 AI도입은 더욱 활발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