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과는 다른, 한국인의 시각으로 본 ‘2022년 10대 기술전망’
‘AI 밀리테크, 신지정학, 비지상 통신, 실시간 정밀측위, 다중감각 AI’ 등 테크놀러지 차원 뛰어넘어, 우리 특유의 산업과 사회․지정학적 사고 곁들여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AI 밀리테크, 기술표준, 신지정학, 비지상 통신, 실시간 정밀 측위, 다중감각 AI…’ 한 국내 연구기관이 내놓은 ‘2022년 10대 기술전망’이다. 가트너나 IDG, 혹은 카운터포인트, 입소스, 포레스터 등 실리콘 밸리의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도 앞다퉈 새해 벽두부터 ‘10대 기술 전망’ 식의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제시한 금년의 기술 전망은 그 관점이 사뭇 다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는 한국인의 시각으로 본 ICT와 디지털 세계의 전망을 특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단순히 테크놀러지 차원의 관찰을 뛰어넘어, 정치, 사회, 산업, 그리고 우리 특유의 지정학적 사고를 곁들인 분석적 전망이란 점이 눈에 띈다.
실제로 “현재 디지털 기술은 일상과 산업의 모습을 바꾸고 국가 간 지정학적 갈등을 촉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거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디지털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한층 강화되고, 온라인·비대면 사회가 한층 확산될 것”이라는 연구원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연구원은 10개의 기술을 요약할 키워드를 ▲혁신과 변화 ▲공간과 경험 확장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 고조 등 3대 트렌드로 압축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서방 세계의 여느 기술 전망과는 달리, IT강국이자 한반도 상황에 기초한 입체적이고 구조적인 기술 전망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연구원이 제시한 ‘10대 기술 전망’을 액면 그대로 소개한다.
◇ 다중감각 AI : 어린이들은 세상을‘보고’ 그것에 대해 ‘말하며’ 성장한다. 이와 비슷하게, 인식하고 표현하는 인공지능(AI) 감각 지능들을 서로 결합하여 사람과 같이 유연한 AI를 만들겠다는 시도다. 다중감각 AI를 통한 질적 성장이 최근 급부상한 초거대 AI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소프트웨어 2.0 :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닌 데이터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데이터가 스스로 코드를 만드는‘소프트웨어 2.0’은 자율주행자동차, 신약개발 등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양과 질적으로 우수한 데이터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 양자 서비스 : 양자컴퓨팅이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 산업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최근 대형 ICT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양자 우위 시대를 대비해 양자컴퓨팅 적용 분야를 찾고 활용 능력을 점검해야 한다.
다음으로, “공간과 경험의 확장과 관련된 트렌드 부분”에 관한 전망이다.
◇ 디지털 휴먼 : 실제 사람의 외모와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한 새로운 존재가 탄생했다. 앞으로 고유한 성격과 가치관을 가진 디지털 휴먼은 표정을 짓고 대화하며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의 정체성을 포함해 디지털 휴먼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 대체불가토큰(NFT) : 법과 제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NFT 시장은 몹시 혼란하다. 하지만 NFT는 인터넷에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디지털 파일에 대한 희소성과 소유권에 대한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NFT를 일시적 유행이 아닌 장기 트렌드로 봐야 한다.
◇ 비지상 통신 : 고도 120m 이하 지상 중심 통신이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장과 저궤도 위성통신의 부상은 비지상 통신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비지상 통신이 가져올 공간의 확장은 통신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우주 패권과 글로벌 정보 지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실시간 정밀 측위 : 지상과 공중, 실내·외 구분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실시간 정밀 측위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일상과 산업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새로운 경험의 한계는 기술 자체의 성능보다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정해질 것이다.
뒤를 이어 연구원은 “지정학적 긴장과 갈등과 관련된 트렌드 부분”의 전망을 제시했다.
◇ AI 밀리테크 : 인공지능이 전쟁의 성격까지 바꾸고 있다. 미래의 국방력은 한 나라가 보유한 탱크, 함선, 전투기의 수가 아니라 AI 알고리즘의 품질로 정의된다는 의미다. 미국, 중국 등 군사 강대국들은 AI 밀리테크 개발에 더욱 치열하고 노골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AI 군비경쟁이 현실이 된 것이다.
◇ 사이버 팬데믹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디지털 세계는 일상과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한 디지털 세계에서 다음 팬데믹이 발생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공격 수단은 더욱 정교해지고, 공격 표면적은 크게 넓어지기 때문이다.
◇ 기술표준 신지정학 : 하나의 세계가 두 개의 표준으로 분열될 조짐이다.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이 기술표준을 둘러싼 디지털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표준협력을 통해 디지털 통상과 연계한 전략 방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의 문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같은 전망 보고서를 낸 연구원의 기술전략연구센터 이승민 박사는 “이제 세계는 본격적인 기술 지배 시대에 진입했고 디지털 영토는 경제·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