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실리콘 대신 ‘디칼코게나이드’로 가능”
기초과학연구원, “웨이퍼 기판에 안정적 성장․배열 기술 개발 기존 실리콘 성능 한계 극복, “반도체 소재 새로운 전환점”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의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들에 의해 발굴되었다. 이미 실리콘 기반 반도체 기술은 한계에 도달했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기초과학연구원이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꼽히는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TMD)를 기판에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성장(안착)시킬 수 있는 기술과 원리를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실리콘은 본래 열에 강하고, 화학적으로 안정하며, 산소 다음으로 흔한 물질인데다, 경제성도 뛰어나서 반도체의 주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 반도체는 전자 이동속도가 느리고, 빛을 내지 못하며, 10㎚보다 작게 가공하기엔 힘들다는게 약점이다. 또 2GHz 이상의 고주파를 가하면 반도체 성질을 잃어 휴대전화 같은 이동통신기기에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일부 반도체 전문가들은 일찍이 “2020년이면 실리콘 반도체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까지 한 적이 있다.
이처럼 실리콘의 성능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개발이 요구되어왔다. 그런 가운데 우수한 물리적‧전기적 특성을 지닌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TMD)가 그래핀이나, 흑린 등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연구실에서 경쟁적으로 이 소재를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양산에 이르지는 못한 실정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이에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의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원리가 밝혀졌다.”고 공표했다. 연구원은 무엇보다 이를 상용화하여 고성능 웨이퍼에 안정적으로 배열, 장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즉 “웨이퍼의 품질은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한다.”면서 “연구진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를 이용해 고성능의 웨이퍼를 대면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진 표현에 따르면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의 ‘(기판과 같은 크기로 기판을 뒤덮는) 대면적 단결정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원리”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반도체를 피자에 비유한다면, 웨이퍼는 도우”라고 비유했다. 즉 도우의 상태가 피자의 맛에 결정적이듯, 웨이퍼의 품질은 반도체의 성능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다. “이때 고성능의 웨이퍼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이는 성장법이 ‘에피텍셜 성장’”이라면서 “‘에피텍셜 성장’의 핵심 기술은 기판에서 성장한 모든 작은 단결정이 균일하게 정렬되도록 즉, 단결정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했다고 한다. 즉,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는 2가지 원소로 구성되어 있어, 기판 위에서 성장할 때 결정의 방향이 무작위로 정해지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이론적 계산을 토대로 ‘독특한 대칭구조’를 가진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 맞춤형 기판을 선택하는 원리를 제시하고, 이를 ‘이중결합 유도 에피텍셜 성장법’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이는 “사파이어 원자를 계단형으로 배열한 기판에, 이황화턴스텐(WS2) 입자를 증착하면, 계단 구조를 따라 만들어진 결정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방식”이라며 “이렇게 핵 생성이 이뤄진 뒤, 핵을 중심으로 결정이 점차 성장해 최종적으로 기판과 같은 크기의 대면적 단결정을 이뤘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처럼 ‘이중결합 유도 에피텍셜 성장법’을 토대로 적절한 기판을 선택하면, 이론적으로 모든 2차원 재료를 대면적 단결정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이황화몰리브덴(MoS2), 이셀레늄화텅스텐(WSe2), 이셀레늄화몰리브덴(MoSe2) 등의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를 2인치 웨이퍼 크기의 대면적으로 제작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그래핀과 육방정계질화붕소(hBN)에 이어 전이금속 디칼코게나이드도 웨이퍼 크기의 단결정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면서 “기존 반도체의 소재인 실리콘을 대체할 수 있는새로운 소재로서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