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대규모 ‘인재 유출’ 사태

오픈시, 미스틴랩스, 또는 ‘비트판다’ 등 암호화폐 스타트업 행렬 ‘뉴욕타임즈’, “암호화폐 투자 아닌, 직접 제조․판매로 큰 부자 노려” “빅테크의 독점적 부에 대한 무력감, 사내 권위주의적 풍토 반감 등” 빅테크들 ‘두뇌 유출’ 막으려 회유나 스톡옵션 안간힘, “역부족”

2021-12-21     전윤미 기자
사진은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바꾼 '메타'의 본사 앞 간판.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미국 빅테크들이 대규모 인재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글, 메타,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대기업들의 기술 임원과 엔지니어들이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생일대의 ‘한탕’을 노리고 대거 이직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클라우드의 부사장인 샌디 카터는 사표를 내면서 사내 게시물을 통해 “암호화폐 기술 스타트업에 입사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불과 이틀 동안 대부분 빅테크에 종사해온 고급인재들 350명 이상이 해당 스타트업의 문을 두드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스타트업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하는 블록체인에 있는 웹사이트 주소를 판매하는 회사다.

이를 두고 실리콘 밸리 안팎에선 “그야말로 폭풍우”라거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인재 유출의 기세는 놀랍기만 하다”는 탄식이 새어나오고 있다. 앞서 카터의 사례는 구글, 아마존, 애플과 다른 글로벌 빅테크에서 부러움을 사며 직장생활을 하던 임원들과 엔지니어들 간에 최근 일고 있는 ‘엑소더스’ 물결의 하나일 뿐이다. 이들 중엔 옮겨간 회사들로부터 연간 수백만 달러의 스카웃 비용을 받기도 한다. 그 회사들 대부분은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나 NFT를 취급하는 곳들이다.

‘뉴욕타임즈’는 “실리콘밸리는 이제 ‘도지’ 밈에 기반을 둔 디지털 코인 ‘도지 코인’처럼 겉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운 암호화폐 열풍에 의존해 삶을 바꾸고 부귀를 쟁취하려고 이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넘쳐난다.”면서 “비트코인은 올 들어 60% 안팎 급등한 반면,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묶인 암호화폐인 이더(Ether)는 5배 이상 가치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일부 회의론자들은 “이것 역시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17세기의 ‘튤립 열풍’과 같은 과거의 투기성 거품과 다를 바 없다”거나, “수 많은 마니아들이 (도지코인 탄생 과정처럼) 장난처럼 시작되어 천문학적 자산가가 된 사람들처럼 빨리 부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 움직이고(이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런 ‘탈 실리콘밸리’ 현상에 대해선 또 다른 해석도 있다. “암호화폐가 이젠 소수의 거래소나 회사들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탈중앙화’ 된 인터넷에 의해 작동됨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때문”이란 것이다.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이 같은 가능성이 존재했지만 NFT와 같은 암호화폐 제품은 올해 들어 주류 시장으로 진입했다. 이런 변화 역시 수많은 인재들이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암호화폐 세계로 탈출하는 현상을 가속화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달 리프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브라이언 로버츠가 인기 암호화폐 스타트업인 ‘오픈시’에 합류하기 위해 자신이 몸담았던 잘 나가는 회사를 떠났다”면서 “그는 이메일에서 ‘거대한 변화가 이제 막 시작되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시기’라면서 ‘지금은 NFT를 비롯한 큰 변화가 일어난 첫째 날’이라고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지난 달 잭 돌시도 자신의 다른 회사인 ‘스퀘어’에서 암호화폐와 웹3에만 주력하기 위해서 트위터의 최고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블록체인에 매료된 그는 ‘스퀘어’ 이름을 ‘블록’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는 아바타를 사용해서 ‘블록’ 임원들의 사진 초상화를 쇄신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강조했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만의 ‘블록헤드 아바타’를 만들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도구를 만들기도 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의 암호화폐 개발 책임자인 데이비드 마커스도 연말까지 자신만의 ‘사업적 DNA’를 따르기 위해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메타 대변인도 별도의 언급을 피했다. 이처럼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다보니, 빅테크들은 앞다퉈 떠나려는 직원들을 붙잡고 있다. 구글은 직원들을 붙잡으며, 암호화폐 회사에 그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구글의 CEO인 순다르 피차이와 그의 측근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최고 인재들의 유출을 막기 위한 장시간의 회의와 토론을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글은 자사 직원들에게 추가로 스톡 옵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사측은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애초 매타(페이스북)와 달리, 구글은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기를 꺼려왔다. 그런 가운데 구글 직원들은 수로짓 채터지 부사장이 지난해 회사를 떠나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베이스의 최고 제품 책임자가 됐을 때 상당한 자극과 충격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 4월 코인베이스가 상장했을 때 채터지의 회사 지분은 6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가 그곳에서 일한지 겨우 14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엄청난 부를 안겨주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이들 실리콘 밸리 인재들은 “좋은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인프라 프로젝트 구축에 주력한 스타트업 미스틴랩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반 쳉은 “2017년쯤에는 그저 암호화페 투자 기회를 노리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면서 “그러나 이젠 자신이 직접 그 시장의 공급자로서, (암호화폐)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인재유출의 의미를 해석하기도 했다.

메타(페이스북)의 암호화폐를 진두 지휘했던 에반 쳉은 6년 동안 다녔던 페이스북을 지난 9월에 떠났다. 또 암호화폐 기업 ‘미스틴랩스’의 신규 직원의 약 80%가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같은 빅테크 출신들이다. 또 비트판다, 제미니, 코인리스트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 오픈시, 대퍼랩스 같은 NFT 및 미술품 수집 기업, 디피니티, 알케미 같은 인프라 기업 등 블록체인 기술에 집중하는 기업들도 급증했다.

이처럼 암화화폐 업계로의 두뇌 유출은 그간 누적되어온 빅테크 기업의 권위주의적 풍토에 대한 불만에서 촉발되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많은 인재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 등에 가입했지만 관료주의와 거대 기업 특유의 무력감에 처하게 되었다.

또 빅테크와는 달리 암호화폐 스타트업에선 ‘보상’을 받기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즉 빅 테크의 직원들은 흔히 “회사의 주식이 언젠가 크게 히트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적은 연봉을 감내하지만, 암호화폐 스타트업의 직원들은 아예 그들의 주식을 현금화하거나, ‘유동성’을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심지어는 “그들은 종종 그들 회사의 암호화폐를 직접 거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에는,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빅테크 못지않은 보상이나 보너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직원들이 쉽게 그들 회사의 ‘토큰’이나, 스타트업의 기반이 되는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카터 전 아마존 부사장은 “사람들이 단순히 돈 이상의 ‘의미’를 갖고, 암호화폐 회사에서 일하려고 몰려든다”고 했다. 그는 “일부는 권력의 분산과 의사 결정을 위해 노력하는 웹3의 정신에 이끌렸고, 구글과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빨아들여 표적 광고를 판매함으로써 인터넷을 장악하게 된 것에 대한 반발이자 대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