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접목 ‘부동산 알고리즘’ 맹신하다간 ‘낭패’?

“알고리즘대로 투자했다가 도산 직전”, 일부 해외 부동산 기업사례도 “가격 등 거래조건 변동성 심한 부동산, 알고리즘에만 의존은 위험”

2021-11-30     양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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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경제 양다운 기자] 최근 각종 ICT관련 산업전시회 등에선 ‘부동산에 AI를 입힌다’는 식의 부동산 알고리즘이 다수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는 은행권에서도 대출심사를 위해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AI분석에 의한 다각도의 데이터 마이닝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해외에선 부동산 알고리즘의 오류에 관한 일련의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어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IT매체 CIO 닷컴에 의하면, 알고리즘으로 인해 주택을 잘못 구입했다가 파산 직전까지 몰린 사례가 공개되었다. 이 매체가 전하는 대표적 사례는 온라인 부동산 시장업체인 ‘질로우’사의 경우다. 이 회사는 이처럼 알고리즘을 맹신하다, 결국 수억 달러의 손해를 봤고 결국 인력을 감축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2021년 11월 온라인 부동산 시장업체인 질로우는 주주총회에서 질로우 오퍼스의 운영을 중단하고 향후 몇 분기에 걸쳐 인력의 25%에 달하는 약 2,000명의 직원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업체인 질로우의 문제는 주택가격을 예측하기 위해 사용했던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오류 비율이었다.

이 회사가 구축한 부동산 알고리즘은 ‘질로우 오퍼스’로 불린다. 이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에서 파생된 주택 가치인 ‘제스티메이트(Zestimate)’를 기반으로 해 부동산에 대해 현금 거래를 제안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이 프로그램은 부동산을 빠르게 개조하고 개량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CIO닷컴이 인용한 바에 의하면 질로우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알고리즘은 1.9%의 중간 오류비율을 가지고 있으며, 시장에 나와있지 않은 주택의 경우 오류 비중이 6.9%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르면 질로우는 2018년 4월 ‘질로우 오퍼스’를 가동한 이후 이를 통해 2만 7,000채의 주택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5개월 여가 지나도록 전체의 절반이 조금 넘는 1만 7,000채 가량만 겨우 팔렸다. 이는 알고리즘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이 겹치면서 더욱 오류 비율이 높아진 때문이다. 즉 ‘코로나 19’ 팬데믹과 이로 인한 주택 유지․보수에 필요한 노동력 부족 등과 같은 ‘블랙 스완’ 사건들이 알고리즘의 정확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결국 이 회사는 알고리즘만 믿고 있다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여러 주택을 구매하는 바람에 큰 손해를 입게 되었다. CIO닷컴에 따르면 2021년 3분기에만 무려 3억 400만 달러의 재고상각을 초래했다는 소식이다. 결국 질로우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리치 바톤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투자자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조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알고리즘을 맹신한 것은) 너무나 위험스러운 조치였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여전히 부동산과 AI, 빅데이터 등을 결합한 알고리즘 개발이 한창 붐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 시세 평가와 예측은 물론, 학군이나 주변 인프라, 유사한 매물정보 등을 토대로 한 부동산 매매가격 예측 모듈과 부동산 경락가격 예측 모듈을 구축하기도 한다. 대상 물건이 얼마에 팔리고, 만약 나중에 경매에 넘겨질 경우 어느 정도 가격선에 낙찰된 것인지 등을 미리 예측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전환엑스포 2021’에 참가한 한 데이터 라벨링 업체 관계자는 “가격과 조건의 변동성이 유난히 극심한 부동산 시장에선 전적으로 알고리즘만을 맹신할 경우 자칫 낭패를 보기 쉽다”면서 “실제로 우리보다 앞서 부동산과 AI․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미국에선 최근 그런 경계심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