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싱가포르?…‘비트코인 도시’ 건설 엘살바도르의 ‘춘몽’

현실화는 미지수…국민들 70%는 비트코인에 부정적 블록체인 기업 ‘블록스트림’ 적극 개입, 시민들 “디지털지갑 해킹 극성” 불만

2021-11-22     김향자 기자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엘살바도르는 라틴아메리카의 싱가포르가 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블록체인 인프라 전문기업인 블록스트림 관계자의 그런 덕담이 과연 현실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일장춘몽에 그칠 것인지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이 나라의 부켈레 대통령이 비트코인 채굴에 유리한 화산 근처에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미 비트코인을 세계 최초로 법정화폐로 지정한 엘살바도르는 다시 시민 전체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비트코인 도시’를 만들 것을 공식화했다. 이 나라 정부가 지정한 ‘비트코인 주간(Bitcoin Week)’에 부켈레 대통령은 바다에 면한 폰세카 만을 따라 있는 화산 근처에 이 도시를 건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켈레는 “도시와 비트코인 채굴에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 화산 옆에 발전소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여론은 좋지 않다. 이미 지난 8월 엘살바도르 국민의 65%~70%가 “비트코인 채택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거리에서도 여러 차례 항의 행진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정부가 9월 말 제공한 최신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0만명 이상이 디지털 지갑인 ‘치보 월렛’을 다운로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극심해진 해커들의 활동이다. 국민 1인당 디지털 지갑에는 정부가 비트코인을 장려하기 위한 3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들어있다. 이는 해커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 것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법정화폐로 제정되고 치보가 국내에서 대량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지난 9월부터 수 많은 지갑 도용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그들의 신원이 도용되면서, 지갑을 털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엘살바도르 정부는 또 한 발 나아가서 이처럼 대규모 ‘비트코인 시티’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부켈레는 이날 발표를 통해 “‘비트코인 시티’는 항만과 철도는 물론 주거지와 상업지역, 식당, 공항 등이 있는 본격적인 대도시가 될 것”이라며 “또한 도시는 (동전과 같은) 원형으로 배치될 것이고, 도심에는 거대한 ‘비트코인’ 상징이 설치된 광장이 있을 것이며, 소득세도 재산세, 양도소득세도 없다”고 공표했다.

이와 함께 부켈레는 “‘블록스트림’이 개발한 토큰화된 금융상품인 1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본드’를 리퀴드 네트워크(Liquid Network)를 통해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금액 중 5억 달러는 필요한 에너지와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 구축에, 나머지 5억 달러는 훨씬 더 많은 비트코인을 사는 데 사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코인데스크’는 “현재 비트코인의 최근 시세가 약 5만9천 달러이므로, 엘살바도르 정부는 2,000개보다 조금 적은 비트코인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런 다음엔 정부는 수익금 중 5억달러를 비트코인을 사들이는데 사용하고, 이를 향후 5년 동안 유통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5년 간 가격이 급등한 후 내다판다는 전략이다.

이에 ‘블록스트림’사도 맞장구를 치며 환영을 하고 나섰다. 역시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엘살바도르가 증권법을 만들면 비트파이넥스증권에 발행 처리 허가를 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회사는 “향후 5년 안에 비트코인 가격이 100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10년이 경과할 때쯤엔 연간 수익률이 146%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많은 암호화폐를 오랫동안 (정부가) 유통되지 않게 함으로써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현실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변수에 의해 좌초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