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IT강국’? “일본․중국의 ‘디지털 입국’ 전략 경계해야”

일본, 안보 차원 반도체 공급망 확충, ‘디지털청’ 설립 등 ‘디지털화’ 드라이브 중국, 세계 최고 스마트시티/슈퍼시티 국가 부상, “아시아의 실리콘밸리” 지향

2021-11-22     김향자 기자
최근 일본에서 열린 ‘일본 식품 무역 전시회’에서 자율주행 로봇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사진 : RX Japan Ltd)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디지털 기술이나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일본과 중국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찮다. 우리나라는 반도체나 스마트기술, 게임, 소셜 미디어 등에서 여전히 글로벌 수준을 견지하며 ‘IT강국’ 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산업 구조와 층위가 우리와 비슷해서 제로섬의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자체 ‘인사이트’ 자료를 통해 분석, 공개한 ‘日, 디지털·데이터·반도체 전략 확대로 글로벌 기술패권에 맞서다’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 자료는 해당 기관의 최해옥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것으로 “일본의 글로벌 기술패권에 대응하는 방식과 내용 측면은 우리나라에게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는게 연구원의 소개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비교적 뒤처진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글로벌 기술패권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신흥기술 및 반도체를 바탕으로 하는 공급망 확보 등 경제안전 보장 대응을 국가의 중요과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화’,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대응전략을 제시하면서, 특히 ‘디지털청’을 설립해 데이터 활용을 위한 새로운 법제도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최 연구위원은 또한 “일본은 ‘반도체 전략’을 통해 DX(Digital Transformation)와 ‘Society 5.0’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기술 육성을 선언했다”면서 “특히, ‘포괄적 데이터전략’을 통해 언급된 ‘데이터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트러스트 제도’ 역시 참고할 만 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일본은 슈퍼시티를 통해 기존 스마트시티를 넘어선 ‘포괄적 규제개혁’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적시하며 “이를 위해 부처 간 사업예산을 일괄적으로 관리하여 지원하기 위해 ‘공동심사회’를 추진하는 등 사업 추진체계를 마련한 점에 주목할 것”도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일본은 ‘국가안전보장국’ 내에 경제 분야를 전담하는 경제팀을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일본에 미칠 위기 요인을 분석하고, 사이버 공격 대책이나 외자 규제를 포함한 일본 밖으로의 기술유출 방지, 5G 통신안보 과제 등을 위한 것이다. “또한 (반도체 공급난 등에 대비하여) 글로벌 지향형·공급망 중심의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여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이 동시에 고려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기술패권에 대응하는 일본의 전략을 조목조목 나열해 주목을 끈다. 즉 ‘정부전체의 정책 추진을 위한 방향성(철학)을 제시’히고, ‘글로벌 기술패권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정부차원의 빠른 대응전략을 제시’한 점을 들었다. 또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간명하고도 구체적인 방향성’ 제시하는 한편, ‘자국의 장단점을 고려한 일괄된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전략을 수립한 점’, ‘정책과제 중 반도체육성’을 특히 강조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수단을 제시한 점 등에 주목할 것도 당부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런 점을 들어 “일본은 글로벌 기술패권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빠른 대응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특히 반도체육성관련 글로벌 파운더리를 자국 내에 유치하는 전략 등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의 스마트 시티, 슈퍼시티 등 공격적인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선 역시 시장분석과 전망을 전문으로 하는 IRS글로벌의 최근 분석이 눈에 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스마트시티와 슈퍼시티 구상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8년 당시 이미 건설 중인 스마트시티가 500개가 넘었다. 이는 “미국의 약 12배에 달하며, 유럽 각국은 물론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와 일본도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스마트시티 선진국으로 성장했다.”는 IRS글로벌의 평가다.

이같은 중국의 스마트시티는 광대한 국토를 보유한 중국 특유의 사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즉 국토가 너무 넓어서 주요 대도시와 지방 도시 간의 교통과 교류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에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 및 원활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시티 계획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빨리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주도로 중국의 4대 기업 ‘PATH’가 적극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PATH’는 Pingan, Alibaba, Tencent, Huawei의 앞글자를 딴 명칭이다. 이들 대기업이 업종의 벽을 뛰어넘어 정부와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은 스마트시티의 왕국이 된 것이다. IRS글로벌은 그러면서 허베이성이나 우한시, 선천시 등의 모범적 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주석의 ‘천년대계’로서 2017년에 바오딩시의 슝현, 안신현, 룽청현 등에 설치된 국가 수준의 신구 ‘슝안신구’가 그 중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자동 소형 청소차가 천천히 움직이면서 땅을 청소하고, 빗물 순환 시스템을 채용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든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이 건물은 최신 IT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10년 단위의 재건설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이곳에선 모든 점포 앞의 QR코드를 ‘위챗’ 앱으로 읽어 들여 얼굴 사진을 등록하면, 얼굴 인증을 통해 문이 열린다. 그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 물품을 들고 출구로 향하면, 상품에 붙어 있는 RFID 태그를 읽어 들여, 얼굴 인증과 더불어 위챗을 통해 결제가 완료된다. 또 2020년에는 수도인 베이징과 연결되는 ‘징숑 도시간 철도’가 개통되었고, 2050년에 인구 천만 명의 스마트시티가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한시 역시 텐센트 스마트 교육 기지ㆍ텐센트 스마트 모빌리티 기지가 설립되는 등 대표적인 스마트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인재 육성이나 ]커넥티드 카‘ 분야의 이노베이션 및 인큐베이션을 촉진하고 있다. 또 선천시는 화웨이, ZTE, 텐센트, DJI 등의 중국 대기업을 앞세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등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 불릴 정도로 발전했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선천시는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IT 도시가 되었다”고 소개한 IRS글로벌은 “무인 점포의 보급과 무현금, 얼굴 인증을 통한 결제 도입, 무인 운전 시스템을 사용하는 ‘알파버스’의 운행 등 IoT와 생활 인프라가 밀접하게 연결된 최첨단 기술에 의한 스마트도시의 기능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앞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최 연구위원의 조언은 새겨둘 만하다. 그는 “일본은 미중갈등 대응을 위해 경제안보담당상을 신설하고 공급망 취약, 반도체 등 주요 물자의 기술개발 및 국내 생산기반 정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미·중 기술패권에 대응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 대응전략 수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 장·단점을 고려한 일관된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제도적 전환관점에서 관련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국외 제도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변화 움직임의 배경이나 이유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의 조언은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