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인터넷을 장악한 시대
‘클럽하우스’ 성공이 촉발, 글로벌 빅테크들 앞다퉈 시장 진입 아마존 ‘오디오 방송’ 준비, 페이스북 라이브 오디오, 트위터 스페이스 스포티파이 그린룸, 디스코드 스테이지, 텔레그램 라이브 채팅 등 국내서도 카카오 ‘음’, 스푼라디오, 팟빵, 네이버 오디오 클립 등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최근 아마존이 ‘실시간 오디오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버지’나 ‘악시오스(Axios)’ 등 현지의 전문매체들에 의하면 아마존은 이를 위한 ‘‘프로젝트 마이크(Project Mic)’라는 앱을 개발 중이다. 이들 외신에 의하면 팟캐스트, 토크쇼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며, 우선 처음엔 음악 방송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현지에선 “분명 ‘클럽하우스’와 같은 기존 오디오 SNS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소셜미디어(SNS 등) 시장이 오디오 중심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이를 촉발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와 ‘클럽하우스’의 부상 등이란데에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의 테크놀로지 분야 애널리스트인 하니시 바티아는 이 회사 블로그에서 “만약 클럽하우스, 트위터 스페이스, 페이스북 라이브 오디오와 같은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아마도 ‘바위’ 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며 “이제 오디오 소셜미디어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억만금의 투자가치가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대미문의 비대면 삶이 펼쳐지면서,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번성하기에 딱 좋은 토양이 마련되었다. 게다가 이를 재빠르게 이용해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한 클럽하우스는 다른 빅테크와 글로벌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더욱 클럽하우스 라이브에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주식 전문가와 격렬한 토론을 벌인 것을 계기로 일약 음성 SNS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이미 클럽하우스 CEO 폴 데이비슨에 따르면 주간 활성 사용자 수 1천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떠도는 비공식적인 추정에 따르면 이 회사의 가치는 40억 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현재 이 시장에선 기존 글로벌 빅테크들이 클럽하우스에 비해선 비교적 출발이 늦은 편이라는 관전평이 많다. 물론 인스타그램은 진작부터 트위터와의 링크드인을 포함한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나름의 영상과 오디오 기법을 선보였다. 또 틱톡도 짤막한 동영상으로 소셜미디어 시장에 나름의 충격을 전했고, 이에 인스타그램도 곧 이를 흉내냈다.
그러나 애초 이들 빅테크들은 음성을 통한 소셜미디어, 스트리밍, 메시징 플랫폼 등의 기술과 투자면에서 한 발 늦은 셈이었다. 하니시 바티아는 “현직 소셜미디어 대기업들이 어떻게 이 ‘버스’를 놓쳤는지 놀랍다.”며 “결국, 그들은 사용자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음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밖에 없게되었으며, 궁극적으로 거대한 광고 수익을 노리며 혈투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말처럼 빅테크들은 최근 발빠르게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라이브 오디오나 트위터 스페이스를 비롯해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는 그린룸을, 게임 채팅 앱 디스코드는 스테이지를 앞다퉈 선보였다. 텔레그램은 라이브 음성 채팅을 위해 오디오 기능을 조정했다. 이 밖에도 라켓, 파이어사이드, 솝박스, 에어타임과 같은 다른 시장 참여자들도 나름대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시하며, 공략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클럽하우스가 등장하고 곧 이어 베타서비스가 선을 보이면서 이와 유사한 오디오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6월 베타 서비스를 출시한 카카오 ‘음’(mm)은 다자간 음성 소통이 가능한 소셜 오디오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클럽하우스나 페이스북 라이브 오디오와 흡사한 것이다. 이는 특히 국내 카카오톡 오픈채팅과도 연동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오디어 스트리밍을 주로 하는 ‘스푼라디오’는 이미 출범 5년이 지난 미디어다. 기존 음성 소셜미디어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동남아와 미국, 일본, 중동 등지에도 진출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국내에선 애플 팟캐스트나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을 통해 소셜 오디오 플랫폼이 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월간 활성 사용자(MAU)와 사용자 참여를 위해 경쟁하지만, 일부 빅테크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를 수익화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선은 유료 혹은 브랜드가 후원하는 ‘커뮤니티 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는 이미 동영상 콘텐츠를 수익화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또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은 후원 브랜드 게시물에 대한 접근 권한을 활용하는가 하면, 게임 채팅 앱 디스코드는 게임 정보와 파일 공유를 통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더 버지’의 한 컬럼니스트는 “그렇다면 스포티파이가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플랫폼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며 무차별적인 수익 모델 경쟁을 예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유명 브랜드가 후원하는 커뮤니티 룸은 그야말로 돈벌이를 위한 마케팅 아이디어의 산실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는 수많은 잠재 고객과 연결되고 더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노다지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유명 브랜드는 자사의 제품 출시, 플래시 세일즈, 브랜드 콘테스트, 프로모션 등에 해당 음성 플랫폼을 활용할 수도 있다.
‘더 버지’는 특히 “음성 데이터는 다른 사용자 데이터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실감나게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밝히고 일종의 리스트로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자료”라며 “음성 대화를 합성학로 재가공할 경우 이는 수십억 달러의 광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새로운 지평의 음성 소셜미디어 플랫폼 시대가 개막하면서 클럽하우스 역시 또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영어 이외에 한국어를 포함한 13개 언어를 통용하는가 하면, 지난 17일엔 한국의 사용자들을 위한 온라인 컨퍼런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폴 데이비슨 클럽하우스 CEO는 “공개 대화방 내용을 녹음해 언제든 다시 들을 수 있는 ‘다시듣기’ 기능과 대화방에 들어온 인원을 확인할 수 있는 ‘총 참석자 수 확인’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시듣기’는 음성 대화방을 개설한 사람이 대화를 녹음하고 저장해 외부에 공유하는 것으로 대화 자체를 일종의 콘텐츠화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총 참석자수 확인’ 기능은 대화방에 대한 일종의 분석과 피드백을 가능하게 한 새로운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하니시 바티아 역시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는 음성 상호작용이 제공하는 친밀감, 독창성 및 신속성을 바탕으로 번창한다.”며 “아직은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으나, 앞으로 다양한 플랫폼들과 연결되어 온갖 형태의 수익 창출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성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인터넷을 장악하는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