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과 SNS를 잠깐 끄자’
‘빅 브라더’가 따로 없다. SNS를 타고 지구촌 인터넷망을 지배하는 빅테크들이 바로 그들이다. 오늘의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구글, 애플 따위(AGFA)는 물론, 우리네 카카오, 네이버 등도 그 반열로 꼽을 수 있다. 소설 ‘1984’의 조지오웰이 지금 2021년을 목격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도 디스토피아를 고발하며 비분강개했던 그때 심정이 한낱 덧없는 감정 소모였다며 절망할 수도 있겠다. 이들 빅테크는 이제 모든 사람의 동작과 습관, 생각, 심지어는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조차 샅샅이, 그리고 실시간으로 긁어모아 돈이 되는 상품으로 되팔고 있다.
한층 ‘스마트’하게 탐욕스러워진 나머지, 이들 AGFA는 기계나 상품과 같은 과거의 물질적 부가가치 수단엔 심드렁하다. 대신에 전통과 가족, 친족 간의 유대, 민족, 종교, 성, 사회적 관행 같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요소를 상업 광장에서 재활용하며 소비되게 한다. 결코 돈과는 무관해보였던 언어 생태나 문화적 특성, 감성 등도 아예 파편화된 유료 경험으로 쪼개어 상품으로 내다팔고 있다. 애시당초 공공의 것도, 사유(私有)도 아닌, 인간 공통의 것이어야 할 것들이 ‘빅테크의 잉여가치’로 탈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에누리없는 4차산업혁명기의 빅브라더다.
모든 소비자들은 이들 빅브라더들이 배포한 스케치 알고리즘에 의해 사실상 감시받고 있다. 식탁에 둘러앉아 무심코 핸드폰을 돌려보며 ‘서칭’하던 가족들의 즐거운 시간은 동시에 빅테크의 알고리즘 ‘레이다망’에 저장된다. 다음날 가족들은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열어보곤 놀란다. 가족들이 전날 어떤 제품을 궁금했는지, 어떤 욕구를 갖고 있으며 그에 맞는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지를 꿰뚫고는 피드를 통해 이를 겨냥한 광고나 제품을 ‘친절히’ 권하는 것이다.
페이스북만 해도 모든 사람의 ‘말’을 늘 ‘듣고’ 있다. 스스로 인맥을 만들고, 두 사람이 함께 모여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연결의 유형을 만들 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근본적인 점들을 잘도 연결한다. 누가 누구의 친구이고, 어떤 관계 맺음에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있다. 계정과 관련된 모든 수직과 수평의 인간관계를 재조직하고, 우정과 친소관계, 세계관 따위를 새로운 돈벌이용 퍼즐로 재구성하곤 한다. 이는 비단 마케팅 알고리즘의 재료일뿐 아니라, 지구촌 소비자들에 대한 ‘존안 자료’나 진배없다.
그렇다면 소비자와 시민사회는 어떻게 하면 될까. 대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아예 일정 기간 공유 네트워크에서 탈퇴하는 것도 방법이다. SNS에서 벗어나 유해한 특정 거래가 작동하지 않게 한다든지, 소비자 스트라이크를 통해 건강한 소비를 추구하는 압도적 힘을 과시하는 것도 주요한 전략이다. 한 외신의 저널리스트는 “페이스북을 오프(off)하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리곤 친절하게 페북 따위의 SNS에서 해방되는 매뉴얼을 소개했다.
‘Settings & Privacy | Off-Facebook Activity’로 가서, 기록 지우기를 누른 다음 ‘기타’ 옵션으로 간 다음, 다시 ‘활동’ 연결을 터치하는 식이다. 그는 “페이스북 추적을 막기 위해 섹션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Off-Facebook’ 활동에 대한 ‘켜기’/‘끄기’ 슬라이더를 누른 다음 ‘해제’를 눌러 설정을 확인하라고 알려준다. 그러면서 “이 기능을 끄면 페북을 사용하여 앱과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수 없다. 특정 서비스에 로그인하기 위해 페이스북 계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일러준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지언정, 빅브라더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십분 공감하며 눈여겨볼 만한 매뉴얼이다. 물론 빅테크가 소비자 프라이버시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이 있다면 알고리즘을 없애는 것인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사회를 마치 돈놓고 돈먹는 장기판의 졸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 모두가 한 번쯤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당장의 편리와 쾌락을 위해 우리 모두가 인간 소외와 기술만능의 우상을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정말 디스토피아의 망령이 다가오기 전에 뭔가 해야 한다. 그래서다. ‘소비자 파업’이라고 할까. 잠깐이라도 페북과 SNS를 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