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127큐비트 프로세서 구축, ‘양자 기술의 새 분기점’
“향후 1천 큐비트 이상 확장, 설계된 ‘IBM 퀀텀 시스템 2’ 계획 ‘양자 우월성’ 주장 구글과 치열한 양자기술 경쟁, ‘2023년에 1121큐비트’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구글과 양자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IBM이 16일(현지 시각) 한층 확장된 ‘퀀텀(Quantum) 127 큐비트’ 양자 프로세서를 공개, 관심을 끌고 있다. ‘WSJ’과 ‘테크리퍼블릭’ 등 외신과 ICT시장조사 기관인 ‘IDG’ 등에 따르면 IBM은 이날 새로운 ‘이글 프로세서’를 탑재해 127퀀텀비트(큐비트)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소식에 의하면 IBM은 이번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1,000 큐비트 이상으로 확장되도록 설계된 새로운 세대의 양자 시스템인 ‘IBM Quantum System 2’도 계획하고 있다.
이글은 IBM이 2020년 공개한 65큐비트 허밍버드 프로세서와 2019년 공개한 27큐비트 팰컨 프로세서 이후 첫 양자 프로세서다. 이 규모를 달성하기 위해 IBM 연구원들은 오류를 줄이기 위한 큐비트 배열 설계와 함께 필요한 ‘구성 요소’의 수를 줄이기 위한 아키텍처 등과 같은 기존 양자 프로세서 내의 작업을 수행했다. IBM측은 이날 언론을 통해 “‘이글’은 사용자들이 실험을 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때 새로운 차원의 복잡성을 해결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양자 컴퓨팅은 기존 컴퓨터가 0과 1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2진수를 사용하는데 비해,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Qubit; Quantum Bit)를 사용한다. 큐비트를 함께 연결하면 처리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일 수 있어 향후 기술 발전의 한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다.
애초 양자과학계에선 100큐비트를 돌파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왔다. 그런 것을 이번에 IBM의 이글 프로세서가 해낸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향후 양자역학을 원리로 삼는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가 자연을 시뮬레이션하면서 컴퓨터 성능을 지금과는 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IBM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기술은 “큐비트를 단일 레이어에 유지하면서 이글 내의 여러 물리적 레벨에 제어 구성요소를 배치하여 계산에 사용할 수 있는 큐비트를 크게 증가시키는 방법‘을 구사했다. 즉 ”큐비트 수가 증가하면 사용자는 글로벌 해양 무역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매핑하거나, 약물 발견 과정의 일부로 새로운 분자를 모델링하는 등 실험을 수행하고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새로운 수준의 복잡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글 프로세서는 오는 12월부터 ‘IBM Quantum Network’의 선별된 구성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IBM Quantum 서밋’에서는 1,000 큐비트 이상의 프로세서와 작동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IBM Quantum System Two(양자 시스템 2)’도 시연하고 있다. 또 양자컴퓨팅 관련 블로거 인플루언서나 전문가들 중엔 “‘IBM 양자 시스템 2‘의 중심에는 모듈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한다. 실제로 IBM측도 “초전도 양자 프로세서는 큐비트의 양자 성질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외부 공간보다 차가운 온도로 냉각되어야 한다”면서 “’IBM 시스템 2‘는 단일 양자 시스템에서 사용하기 위해 (모듈화를 통한) 여러 프로세서를 수용하고 냉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하드웨어에 유연성을 부여하여 칩의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시스템 2’는 특히 차세대에 확장 가능한 큐비트 제어 전자 장치와 고밀도 극저온 부품 및 케이블을 통합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또한 여러 시스템을 연결하고 병렬로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상당한 컴퓨팅 성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전체 양자 시스템의 개별 부분을 조작하고 테스트할 수 있으며 다른 부분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게 IBM의 설명이다. 이같은 성능의 ‘IBM 시스템 2’는 오는 2023년 뉴욕 요크타운 하이츠에 있는 IBM 리서치 본사에서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IBM은 지난 2001년 당시로선 가장 복잡한 양자컴퓨터 계산을 수행한 바 있다. 스탠포드 대학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7큐비트 프로세서에서 15를 소인수 분해하는 방식으로 ‘쇼어 알고리즘’을 최초 구현했다. 그 후 2016년에도 IBM은 최초의 클라우드 기반 양자 컴퓨터 플랫폼을 선보여, IBM 클라우드를 통해 양자컴퓨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가운데 2019년 구글이 이른바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IBM과 함께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이 시작되었다. 전문가들은 “누가 최초의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제공할지 아직 불분명하긴 하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발전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향후 몇 년간의 상세한 로드맵들이 있따라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IBM은 “2021년에 127큐비트 프로세서를 시작으로,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433큐비트 시스템과 1,121큐비트 시스템을 최초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양자컴퓨팅 기술은 효과적인 항암제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부터 다른 신기술 개발의 촉매 역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IBM 등은 이처럼 획기적인 양자 기술 경쟁을 벌이며, 지난 5년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뤄냈다. 그 결과 이번에 127큐비트 시스템을 만든 IBM의 성과는 분명 양자기술의 또 하나 ‘이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