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메타버스’란게 있긴 있는가?”

블룸버그 칼럼 “아직 실체도 없는 메타버스, 빅테크들이 떠들어” “2010년 세상 떠들썩하게 했다가 사라진 3D TV 떠올리게 해”

2021-11-15     이보영 기자
GS샵이 제공하는 오트리 ‘가상 공장 투어 서비스’ 화면 일부로서 본문 기사와는 관련이 없음.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과연 메타버스란게 실제로 있긴 한가?”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에픽게임즈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최근 ‘블룸버그’의 한 유력 칼럼니스트가 이런 새삼스런 질문을 던지고 나서 이채를 띤다. 블룸버그의 블라드 사포프는 14일 “(메타버스 시장에 도전한) 빅테크들의 발빠른 홍보 캠페인은 이미 수백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다.”고 전제하면서 다소 생뚱맞다싶은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기업들은 (과거에도) 이미 사용자들에게 새롭고 몰입감 있는 디지털 경험을 소개한 적이 있다”면서 “비록 실제로 어느 누구도 그 제품이 작동하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세계의 몇몇 대기업들은 그것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지금 메타버스에 대해 말하는게 아니다. 다름아니라 (지금부터 11년 전 오르내렸던)3D 텔레비전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블룸버그의 사포프는 “나에게는 지금의 메타버스 열풍이 삼성전자와 소니 그룹 같은 회사들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시대를 열었던 2010년의 3D TV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마치 3D 기능이 내장되어 있지 않으면 아예 제대로 된 텔레비전을 살 수조차 없을 것 같던 시절이 있었다.”고 당시를 비교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에도 경영진들이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견되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건 3D TV를 작동시키기 위한 입체 효과 안경이었다. 이는 소비자들로선 매우 어색하고 번거로운 것이었다. 결국 3D TV 제대로 출시도 안 되었고, 그저 하나의 ‘허상’으로 스러져버렸다.

그러면서 사포프는 메타버스를 당시 3D TV에 견주며, 그 실체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페이스북은 ‘메타 플랫폼’으로 이름을 바꾸며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섰고, MS와 에픽게임즈 역시 이에 뒤질세라 새로운 개념의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사포프는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메타버스) 사업 잠재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구체적인 그 무엇이 있기나 할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그에 따르면 정작 메타버스의 경이로운 실체는 실제로 거의 증명된게 없다. 그럼에도 “빅테크 경영진들은 그저 흥분한 상태”라고 꼬집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리곤 “혹시 아직도 다루기 힘든 메타 가상현실 헤드셋을 떠올리나? 아니면 메타버스라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환상?”이라고 냉소를 보내면서 “3D TV도 실제 수요가 거의 없는 회의실에서 꿈꿔온 개념이었다”고 빗대었다.

사포프도 물론 메타버스의 등장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도 메타버스 버전이 궁극적으로 웹브라우저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존의 웹브라우저와는 달리 텍스트와 정적 이미지 대신 동적인 앱, 애니메이션 그래픽, 비디오 및 게임을 통해 브라우저가 강화되었다. 그래서 “메타버스 선각자들은 본질적으로 점들을 연결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포프는 “어떤 면에서는, 메타우스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즉 에픽의 포트나이트가 개최한 가상 세계에서의 유명 아티스트 콘서트, 라이엇 게임즈가 자사의 ‘리그 오브 레전드’에 근거해 넷플릭스와 공동 제작한 ‘아칸’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트위치를 통해 수백만 명에게 스트리밍된 사례 등이다.

그는 “그러나 비즈니스 중심의 애플리케이션을 갖춘 마이크로소프트와, ‘현실과 같은 메타버스(real-world metaverse)’ 플랫폼을 서둘러 구축하려는 나이앤틱사 같은 사례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장삼이사들이 메타버스에 대해 더 많이 언급하며 떠들고 있다고 해서 (메타버스)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나아가서 그는 “비록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정신이 팔려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며 “예를 들어 가상화폐나 토큰과 같은 블록 체인 기술과 비교해보라. 이것들은 그 가치가 의심스러운 구석도 없지 않지만, 아무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들을 주류 (실물 교환) 세계로 끌어안기 위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비교했다.

메타버스는 이에 비해 기술 엘리트나 빅테크들이 뚜렷한 대중적 공감대나 실체도 없이 앞장 서서 일종의 선언적 수사만을 남발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사포프는 “만약에 빅테크들이 오늘이라도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더 이상 얘기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기업들의 세련된 홍보와 광고가 없다면, 과연 내일에 누가 그 단어를 입에 떠올릴 것인가 의문이다”라고 했다. 자칫 메타버스도 왕년의 3D TV의 전철을 밟을지 알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