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텐서, 스냅드래곤888…칩셋의 왕자는 누구?

구글 최초로 자체 칩 개발, 픽셀6 ․ 픽셀6프로에 적용 ‘스냅드래곤888’, ‘삼성 엑시노스2100’, ‘애플 바이오닉 칩’에 도전

2021-11-01     이보영 기자
사진은 구글 텐서 시스템 온 칩(SoC)를 나타내는 이미지.(사진=디지털트렌즈)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구글이 픽셀6와 픽셀6 프로에 자체 개발한 텐서 실리콘 칩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스냅드래곤 888을 위시한 다른 칩셋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전문가와 업계 테스터들은 텐서와 스냅드래곤888, 삼성의 엑시노스2100 등 명품급 칩들과 성능과 스펙을 꼼꼼히 대조하며 우열을 가리고 있는 중이다. 국내외 기술 관련 매체들과 인플루언서 등의 의견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트라이(3) 클러스터와 8코어 CPU(에지 CPU)를 갖춘 텐서는 다른 경쟁 제품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픽셀6와 픽셀6 프로는 구글의 자체 텐서 칩을 탑재한 최초의 제품들이다. 구글은 앞서 픽셀 6 출시 행사에서, 새로운 텐서 시스템 ‘온 어 칩’(SoC)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구글은 “가장 강력한 모바일 칩셋으로서, 머신러닝(ML) 지식을 적용한 칩셋을 모바일에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과연 이 제품이 퀄컴의 명품인 스냅드래곤 888이나 스냅드래곤 888 플러스, 그리고 애플의 최신 바이오닉 칩과 비교할 때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구로 디지털단지의 한 모바일 부품업체 관계자는 “픽셀 6으로, 구글은 충분히 애플과 맞설 준비가 되어 있고, 그 중요한 무기는 맞춤형 텐서 시스템 온 칩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구글 텐서가 어떻게 퀄컴 스냅드래곤 888과 견줄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 동안 ‘픽셀’이란 이름과는 달리, 구글은 자사의 이 주력 제품에 장착된 카메라 센서를 업그레이드하는데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선 나름대로 향상된 카메라 하드웨어를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텐서 온 칩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구글이 밝힌 새로운 텐서 SoC를 보면, 디자인이나, 코어 수, 전용 보안 기능 등에서 가히 획기적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트라이 클러스터, 8코어 CPU’다. 특히 에지 CPU를 적용한 점도 특징이다. 얄려지기론 대부분의 다른 칩 제조사들과 마찬가지로 구글도 사용자 지정 모바일 실리콘을 설계하기 위해 ARM으로부터 IP를 허가받았다. 텐서는 또 5나노급 디자인을 채택했으며, 2개의 ARM 코텍스-X1 코어, 2개의 코텍스-A76 코어, 그리고 4개의 코텍스-A55 코어 등 8코어 CPU를 장착했다.

이를 근거로 픽셀6 공개석상에서도 구글은 “텐서가 삼성의 엑시노스 2100, 스냅드래곤 888 또는 스냅드래곤 888 플러스 등 다른 경쟁 칩셋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장담했다. 즉 “다른 칩셋들도 텐서처럼 ‘트라이 클러스터’ 설계를 갖추고 있지만, 텐서와는 달리 ARM 코텍스-X1 코어를 하나만 장착하고 있다”고 자사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과연 구글측의 그런 장담 일리가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도 면밀히 비교 검증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구글측이 ‘차별화’의 근거로 드는 것 중 하나는 “ARM의 Cortex-X1 코어 중 하나가 아니라, 2개를 선택함으로써 CPU가 2개의 코텍스-X1 코어끼리 작업 부하를 나눌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인 성능을 발휘한다”는 얘기다. 구글측은 그러면서 카메라를 예로 들었다.

즉 “카메라가 작동할 때는 본래 녹화부터 렌더링, 구글 렌즈 감지, 머신러닝 기능까지 여러 작업이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때 ‘시스템 온 칩’(SoC)의 여러 구성 요소가 조화롭게 작동해야 하는데, 코텍스-X1 코어를 2개 채택함으로써 카메라 하드웨어 외에도 CPU, GPU,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ISP), ML 처리 장치 등이 조화를 이루며 고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만약 단일 성능의 코텍스-X1 코어 1개를 텐서에 고수한다면,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코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워크로드는 최대 용량으로 실행되는 적정 코텍스-A76 코어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지만 그 시간이 지연될 것”이란 설명이다. 반면에 2개의 코텍스-X1 코어는 중간 코어보다 더 높은 효율과 낮은 전력 소비로 동일한 워크로드를 실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전력 효율이 높으면 발열량이 낮아지고, 배터리 백업 효율도 향상된다.

애초 구글은 스냅드래곤 765G 칩셋을 사용한 픽셀5 또는 픽셀4a 5G의 경우 카메라를 사용하는 동안 심각한 발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사용자 지정 CPU 아키텍처는 이론적으로 Pixel 6와 Pixel 6 Pro가 자원을 더 최적으로 할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구글 텐서는 1개 대신 2개의 코텍스-X1 코어로 올인하는 방식을 택한 반면, 정작 최소 3세대 구형 미디엄 코어를 사용하고 있어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비해 스냅드래곤 888과 엑시노스 2100은 텐서에 배치된 코텍스 A76보다 상대적으로 더 효율적인 코텍스 A78 기반의 중간 코어를 사용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 이유를 아직 구글은 내놓지 않고 있다.

구글 텐서는 또한 20코어 GPU와 삼성 5G 모뎀을 사용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즉 조정된 CPU 디자인과 함께 구글 텐서는 엑시노스 2100과 동일한 말리-G78 GPU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게임 성능을 제공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20코어 그래픽 프로세서”라는게 회사측 얘기다. “GPU가 픽셀 5의 GPU보다 370% 더 나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물론 실제 그런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는 그래픽 벤치마크를 실행하고 게임을 테스트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어야 알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 가운데 일부 업계 관계자들과 인플루언서들은 “구글 텐서는 퀄컴 모뎀을 선택하는 대신 대부분의 시장에서 5G 기능을 삼성 엑시노스 5123 모뎀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구글 픽셀 6와 픽셀 6 프로에 삼성 모뎀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다만 엑시노스 모뎀은 ‘Sub-6GHz’ 및 ‘mmWave 5G’ 주파수를 모두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픽셀 6은 특정한 ‘반송파 잠김 변종’만이 이들 두 가지 유형의 5G 주파수를 모두 지원한다. 반면에 ‘잠금 해제’된 모델은 ‘Sub-6GHz’ 5G만 지원할 뿐, mmWave 5G를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에 대해 구글 측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구글 텐서는 보안 측면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용 보안 칩인 2세대 타이탄 M2를 채택했는데, 이는 구글 픽셀 3부터 프리미엄 픽셀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는 1세대 타이탄 보안 칩의 후속 제품이다. 구글은 “새로운 보안 칩은 전자파 분석, 전압 결함, 심지어 레이저 결함 주입까지도 포함한 물리적 공격 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격이나 암호와 PIN과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자신한다. 또 텐서 보안 코어(Tensor Security Core)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민감한 작업을 독립적으로 실행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CPU 기반 하위 시스템이다.

구글은 또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작업을 클라우드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 스마트폰 자체에서 실행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는게 원칙이다. 그래서 퀄컴이나 다른 경쟁사보다 높은 전력 효율을 제공하기 위해 맞춤형 실리콘을 구축하지 않았다. 또 새로 개발된 텐서는 최적화된 CPU 외에도 픽셀 6 및 픽셀 6 Pro에서 AI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하기 위한 전용 TPU(일반적으로 NPU 또는 신경 처리 장치)를 갖추고 있다. 즉 스마트폰 자체에서 머신러닝 모델을 실행하도록 설계되었다.

구글이 ARM 코텍스-X1 코어 2개가 아닌 맞춤형 SoC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전력 효율을 높이고 발열 관련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장시간 더 많은 양의 열이 발생하면 결국 성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코어 2개를 통해 픽셀5 등 기존 구글 스마트폰과 달리 신형 픽셀6 스마트폰은 4K 동영상 캡처 등 일상적인 작업을 실행하면서 발열 가능성이 적다는 설명이다. 이는 스냅드래곤 888과 엑시노스 2100도 초기 성능 향상을 보완하기 위해 열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점을 고려한 것이다.

구글이 이처럼 자체적으로 텐서 칩셋을 개발, ‘사용자 지정 SoC’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즉 스마트폰 세계에서 잃었던 지배력을 되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디지털트렌드’나 ‘IT프로포털’ 등 해외의 기술 매체들도 비슷한 시각이다. “이미 삼성, 애플, 화웨이 등 대형 스마트폰 브랜드가 커스텀 칩셋을 자체 만들고 있으며, 중국 오포도 커스텀 칩셋을 제작 중”이라고 전제하며, “(텐서 개발 등과 같은) 이 모든 것은 구글이 스마트폰 산업에서 다시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