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스캔들’, 모두 주커버그가 시킨 일”…
내부 고발자 호겐, 미 의회 증언대 ‘폭탄선언’ 10대 유해 콘텐츠 방치 등 “주커버그의 결정” “그저 수익에 연연, 방치”, 창업 이래 최대 위기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페이스북 스캔들’이 연일 글로벌 톱뉴스가 되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이 모든 책임이 결국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에 있다는 미 의회 증언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5일(미 현지시간) 최초의 페이스북 비리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호겐은 이날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주커버그가 안전보다는 (수익에 골몰해) 바이러스성 게시물을 더 많이 올릴 것을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호겐은 애초 <월스트리트 저널>에 페이스북의 범죄 조직 연계, 10대 청소년 유해 콘텐츠 방치 등의 내부 문서와 정보를 전달한 당사자로 알려져있다. 그 때문에 호겐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던 날 거의 모든 외신들이 이를 생중계하다시피 하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날 호겐은 상원 청문회에서 시종 폭탄선언을 이어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페이스북이 지속적으로 사용자들의 행복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해왔다. 그 뒤엔 최고 의사결정자인 주커버그가 있다”고 증언한 대목이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서 호겐이 폭로하면서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페이스북의 이른바 다운스트림 MSI(Meaningful Social Interactions), 즉 ‘의미있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란 이름의 공익적 피드백 시스템이었다. 이는 애초 수많은 사용자들의 의견이나 콘텐츠가 더욱 활발하게 조회나 공유를 통해 서로 전달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애초 이는 선의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이 커졌다.
이날 호겐도 “다운스트림 MSI는 문제가 많은 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MSI는 어떤 것이 퍼질 수 있는 시기를 예측하고, 많은 조회, 공유 및 의견을 얻는다. 그런 다음 해당 콘텐츠를 더 많은 사용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이것은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흔히 유용하지도 않은 콘텐츠나, 진실성이 없는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에 기반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래서 온갖 가짜뉴스나 정보, 그리고 10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유해 콘텐츠 등을 무분별하게 유통시키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순기능보다는 사회에 끼치는 역기능이 더 많은 셈이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도 “페이스북의 시민 팀(Civic Team)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약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이 다운스트림 MSI에 지금처럼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행태를 멈추면,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그러나 페이스북은 특정 주제에 한하거나, 특정 국가에서만 (MSI 비중을 줄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청문회에서 호겐은 그러나 “CEO인 주커버그가 이런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MSI를 제거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는 무엇보다 회사의 수익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용자들이나 더 많은 콘텐츠를 끌어들일수록 수익이 창출되고, 관련된 업무를 맡은 사람들에게도 별도의 상여금이나 성과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MSI는 페이스북에겐 일종의 ‘화수분’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 이유로 주커버그는 온갖 악성 콘텐츠와 정보가 어지럽게 난무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MSI를 축소하긴 커녕 그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는 증언이다.
청문회 증언대에 나선 호겐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선거 이슈에 초점을 맞춘 페이스북 시민 청렴 팀의 제품 관리자였다. 그러나 1월 6일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하는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 그녀의 팀을 해산시켰고, 4월에 직장을 그만두었다. 페이스북과 주커버그의 경영 방침에 시종 부정적이었던 점 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될 만한 대목이다.
물론 이같은 호겐의 주장은 일단 확실한 증거로 뒷받침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요 외신들은 일단 그녀의 주장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다만 <마셔블>이나 AP, <블룸버그> 등의 별도 인터뷰 요청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당분간 직접적인 언론과의 대면은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호겐이 애초 <WSJ>에 제공한 내부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 신문이 보도한 후속 기사에 따르면 주커버그의 사주나 직무유기가 확실시 되고 있다. 호겐은 “시민 팀이 주커버그에게 ‘더 많은 국가나 지역에서 MSI 다운스트림을 축소하거나 없앨 것”을 촉구했으나, 외면당했다는 얘기다.
호겐은 “마크(주커버그)는 MSI 축소나 폐지 등과 같은 건의와 요청을 받았지만, 작년 4월 다운스트림 MSI를 제거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그가 왜 축소나 폐지를 하지 않았는지, 그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회사 수익이나 직원들의 상여금과 MSI가 긴밀한 관계가 있어 그런 것 아니냐”는 청문위원들의 질문에는 “페이스북 직원들은 애초 그들이 (성과에 따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회사에 남거나 퇴사한다. MSI를 축소 내지 폐지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너스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확답했다.
이런 증언이 나오면서 페이스북은 물론, 창업자 주커버그도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호겐은 청문회에 이어 유명 탐사 프로그램인 ‘60 Minutes’에서도 자신이 <WSJ>기사에 사용된 유출된 문서의 출처라고 밝히는 등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