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은 지금…인터넷뱅크 맞서 ‘디지털 금융’ 올인

신한은행, 테크 기업에 투자 ‘디지털 플랫폼’ 구축 국민은행, 무인 디지털점포, 알고리즘 담보 평가 등

2021-09-23     전윤미 기자
사진은 국민은행이 개설한 무인 디지털 점포.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인터넷뱅킹 토스뱅크 출범을 앞두고 시중은행들도 각기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한, 국민, 우리, 하나은행 등 메이저급 은행들은 나름의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무인 점포, 알고리즘에 의한 대출과 고객업무 등 디지털화를 서두르고 있다.

신한은행, 테크 기업과 합자 ‘디지털 플랫폼’ 구축

신한은행의 경우는 디지털 플랫폼 전문업체인 더존비즈온과 합자, 이 회사가 보유한 기업 실시간 회계 및 상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발굴, 개척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6개월 전부터 이를 위해 TFT를 구성했으며,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금융가에선 “양사의 지분 결합은 국내 대표 시중은행과 디지털 전환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는 ICT 전문기업의 메가 제휴란 점에서 핀테크 등 금융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응한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단순 서비스 연계가 아닌 BaaS (Banking as a Service, 서비스형 뱅킹) 차원의 금융상품이나 ICT 관련상품을 공동 개발하고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어 주목을 끈다. 또한 “이를 계기로 디지털 기반의 사업화 지원, 전략적 투자, 신사업 등이 논의되고 있다”는게 신한은행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우선 기왕의 금융솔루션이나 금융서비스를 더존비즈온의 기업용 플랫폼에 접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에 특화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직접 은행지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완전 비대면으로 통장을 개설하거나, 대출을 신청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 금융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또 “더존비즈온이 혁신 금융 서비스로 선보인 ‘매출채권 팩토링’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서로 간의 금융 및 비금융 데이터 연계도 추진한다.”면서 “이를 통해 어음제도를 개선하고 오직 상거래에 기반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상 제1금융권의 중저금리 자금 지원을 크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신한은행의 움직임은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대표 금융사와 ICT 선도기업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통해 많은 편익을 제공받던 리테일 시장에 비해 소외돼 있던 중소기업 시장으로 디지털 전환이 확대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신한은행의 코멘트도 그런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가에서도 이에 대해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핀테크 등 신기술 기반의 ICT 역량에 신한은행의 강력한 금융 서비스 역량을 접목할 경우 강력한 기업 전용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알고리즘으로 대출, 무인 디지털 점포 등

신한은행 못지않게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이 은행은 그 동안 허인 은행장 개인의 ‘디지털 금융’에 대한 의지로 인해 다양한 금융 디지털화를 꾀하며 인터넷은행 등에 맞서왔다. 특히 최근엔 여의도 지점 등에 24시간 365일 무인 디지털 점포를 개설, 언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금융서비스 측면에서도 강력한 디지털화를 꾀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선보인 차세대 담보 평가·심사 시스템인 ‘KB스담스담’이다. 새로 만들어진 KB스담스담은 ‘스피드(Speed) 담보, 스마트(Smart) 담보’의 줄임말로 KB국민은행이 새롭게 구축한 알고리즘(Algorithm) 기반의 담보 평가 심사 시스템이다.

KB스담스담을 활용하면 은행 직원이 부동산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부동산 대장 등 공적 장부를 전자 열람만으로도 알고리즘 기술을 통해 해당 부동산의 물건 구분, 평가 방법 및 가치 산정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기존 KB국민은행 부동산 담보 평가 프로세스는 △부동산 공적 장부 열람 △물건 및 공적 장부 일치 여부 검증 △물건 구분 및 용도 분류 △가치산정 △평가 완료 5단계로 이뤄졌다. 그러나 KB스담스담은 △부동산 공적 장부 열람 △가치산정 및 완료의 2단계로 프로세스가 줄어들어 연립·다세대주택의 담보 평가 시 최대 4영업일 정도 걸리던 업무 처리 시간이 5분 이내에 가능해졌다.

기존 담보 평가·심사 관련 업무는 많은 부분이 은행 직원의 수기 전산 거래으로 이뤄졌다. 이번 KB스담스담 도입을 통한 업무 자동화로 이전과 비교해 영업점 직원의 업무 처리 시간이 단축, 신속한 금융 지원이 가능해진다.

최근 현장 업무의 효율화와 대고객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도 IT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 영업을 통해 영업방식을 혁신한 ‘창구없는 영업점’이나, 디지털영업부와 AI의 관점에서 은행의 모든 업무를 재설계하는 AI통합센터(AICC)도 그런 것들이다.

이에 따르면 디지털영업부는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없게 한다. 최근 2년 이내에 영업점을 방문한 이력이 없는 고객 1만6천여 명의 ‘디지털 고객’을 대상으로 전담직원이 맞춤형 금융컨설팅을 제공한다. 디지털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신한 ‘쏠(SOL)’에 전용 페이지인 ‘My Care’ 페이지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고객별 맞춤 케어 메시지, 유용한 금융 콘텐츠, 개인별 추천 상품 등을 전담 직원과 편리하게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금융권의 ‘디지털화’ 노력은 국내외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새롭게 인터넷뱅킹업이 확장되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으로 읽히고 있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각기 ‘디지털 리더십’을 내세워, ‘빅테크 플랫폼’ 기반의 금융 생태계에 대한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사업자 중 처음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기왕의 AI 인프라와 핵심기술의 내재화를 이루고, 이를 통해 AI 경쟁력을 강화하며 AI 인프라 핵심기술을 은행 전반에 스며들게 하는 등 디지털 금융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는게 금융가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