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시대... ‘모듈화’가 되는 직업은 사라질 것”
책 ‘AI 임팩트’ 펴낸 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연세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애플경제 윤수은 기자]
인공지능(AI)이 세계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될 것임을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에 필적할 AI는 어떻게 출현할까? AI가 우리 일자리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업&경제연구소장이자 연세대 경영대학원 이주선 교수는 “모듈화가 가능한 직업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물론 대체되는 새로운 일자리도 무수히 나오겠지만 과거만큼 좋은 일자리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새 책 ‘AI 임팩트’(굿인포메이션) 출간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다. 책은 ‘인공지능의 정체와 삶에 미치는 파장’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미래와 우리의 삶에서 가장 관심사가 되는 일과 일자리, 생산성과 경제 성장, 소득 분배, 무역 그리고 이의 기반이 되는 시장과 정부에 미치는 인공지능의 파장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다음은 이주선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인공지능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10년 후 AI가 바꾼 세상의 모습은 어떻게 그리고 계신지요.
AI의 고도화는 이미 변곡점을 지났다고 봅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추월하는 시점을 특이점이라고 하는데요. 미래학 석학 레이 커즈와일은 2029년 사람의 지능에 필적하는 AI가 출현하고, 2045년에는 사람을 능가하는 초지능이 나타나는 특이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5년 이내 ‘초인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고요. ‘특이점에 언제 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견해 차이를 보일 뿐, 이런 시기가 오리라는 것에는 거의 모두 동의하고 있죠.
학계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서 비상한 관심을 가지는 실질적인 이유는 AI의 ‘와해성 기술’ 때문입니다. 커즈와일이나 머스크의 주장처럼 앞으로 10년 내에 실현된다면 현재 예상되는 위험과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서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은 금세기 중반 이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고요. 이에 우리는 이 와해기술이 가진 기술혁신의 이익과 초래할 위험에 대한 균형적인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현재의 인공지능이 여전히 초보 단계에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시리즈가 바둑과 스타크래프트 대전에서 사람 지능과 대등하거나 월등한 역량을 보였잖습니까. 다만 여전히 ‘게임’이라는 특정한 환경 하에서의 불확실성을 다루고 있거든요. 많은 변수와 환경을 가진 현실세계에서 사람의 지능역량을 가지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상당히 멀다고 판단됩니다.
Q 사람들이 AI에 대해 가지는 두려움 중 하나는 딥러닝을 통해 순식간에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고, 또 사람의 참여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란 점 때문인데요.
사람의 지능에 필적하는 범용인공지능(AGI) 시스템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딥러닝이 알려진 것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게 아닙니다. 딥러닝은 데이터를 준비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며, 학습결과에 대한 검토와 개선을 하는데 사람이 매우 광범위하게 개입해야 해요.
또, 사람은 다양한 환경에서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현재 AI는 협력보다 한 개 또는 몇 개 분야에서 월등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으로 개발되고 있어요. 이러한 한계로 인해 ‘딥러닝만으로는 AGI 제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고요. AI가 사람의 지능이 발달하는 과정과 지능의 특성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모사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으면 AGI가 실현될 것으로 봅니다.
Q AI 경제 시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분명한 건, 불확실성이 심각한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죠.
AI를 지배하는 사람이 되자 라고 교육 슬로건을 내걸 수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없겠죠. 물론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배우는 일은 중요합니다. 초중고 교육 과정에 인공지능 커리큘럼을 넣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만 장기적으로 그게 과연 효과적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어’를 아는 사람, 좀 더 기술적으로 표현하자면 온톨로지를 이해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서도 다를 거고요.
지금은 ‘scientific hype(과학에 대한 과대광고)’같이 여겨지는 것에도 아이들을 최대한 노출시켜 유연한 사고를 만들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부모의 역할은 질문자거든요. 당장 아이들이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도록 하는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자라온 아이들은 AI가 주도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속도도 월등하게 빠를 거라고 믿습니다.
Q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빠르게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우리가 AI 법적·윤리적 문제를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팬데믹이 아니었어도 AI 기술 발전 추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코로나19가 AI 기술 강화를 촉진한 건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직장에 모이지 않으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재택근무를 해보니 비용도 절감되고 일이 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정말로 출근이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된 거죠. 게다가 일하는 사람들이 자꾸 감염되는 리스크를 피하려다보니 기계로 대처하는 솔루션이 나온 거고요.
우리가 AI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공지능 사회에 대한 순응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봐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영화에 나오는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있거든요. 기계가 사람의 할 일을 다 잡아먹을 거다, 라는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인공지능 채택이 늦어진다면 결과론 적으로 기업이 혁신에서 살아남을 기회를 자꾸 줄이게 되는 거죠.
인공지능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그러한 정보가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AI가 고도로 발전되면 가장 직격타를 맞을 직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컴퓨터만 가지고도 가깝게 일을 할 수 있는 지식적인 직업들은 없어질 거예요.
즉, ‘모듈화’가 진행되는 직업은 다 사라질 겁니다. 예를 들면, 회계사 같은 직업이죠.
인공지능이 너무 잘 할 수 있어요. 게다가 컴퓨터에서 소프트웨어만 갈아 끼우면 되니 한계비용(marginal cost)이 거의 '0'가 되어버려서 인간은 경쟁 자체가 안 되죠.
그렇다면 허드렛일은 어떻게 되느냐? 하면 당분간은 사람이 담당하리라고 봅니다.
정원사와 같은 비구조화된 일의 대체는 상당히 오래 걸릴 것으로 봐요. 이런 직종의 사람을 대체하려면 기계를 새로 만들어서 배치해야 하는데 그럼 한계비용 절감이 어렵죠. 게다가 2017년 기준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회계사가 30달러, 정원사가 8달러입니다. 절약할 수 있는 임금이 정원사보다 회계사가 3.5배 이상 높으니 회계사 업무 자동화 인센티브가 훨씬 더 높겠죠.
다만 지금까지는 저임금을 기계로 대체하려는 추세가 강했습니다만 앞으로 좋은 직업이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 사라질 가능성이 있어요. AI의 고도화로 인해 사람들의 일자리는 2025년까지 약 4억개 정도 없어질 것이란 리서치 결과가 있는데요, 이는 전 세계 일자리의 15% 정도로 조사됐습니다.
대신 그것보다 더 많은 ‘예전에 없던’ 일자리들이 양성될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요. 문제는 그 일자리들이 과거만큼 좋은 일들이냐에 대해 묻는다면 그건 아닐 거라는 게 제 의견입니다.
Q 기술적 진보로 인해 대량 실업과 소득 양극화는 피할 수 없다고 보는데요.
AI 발전과 관련해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위한 해결방안으로 보편적 기본소득(UBI)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인공지능 기술의 영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미 정책 대안 가운데 하나로 UBI를 토론해 오고 있었고요.
그런데 기본소득 방안의 심각한 단점이 뭐냐 하면 실행에 드는 재원이 엄청나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조차 1년에 모두 1만불 씩 지급하는 UBI를 위해서는 기존 근로소득세를 거의 2배 이상 인상하고, 개인소득세를 50% 가까이 올려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거든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두 번째 단점은 UBI 도입으로 인해 실업보험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는 감소되겠지만 기존 프로그램으로 유지시켰던 실업자 가계의 소비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은 포기해야 합니다.
또, UBI가 기업가정신과 기술혁신을 고무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그럴듯하지만 그 증거가 거의 없어요. 미국 알래스카주, 노르웨이, 중동 걸프만 지역 일부 산유국들은 원유 판매에서 발생하는 재원을 이용해서 이미 대부분 국민들에게 UBI와 유사한 형태의 소득이전 프로그램을 시행 중인데요. 이 지역들에서 기업가정신과 혁신이 다른 지역들보다 고양된 증거는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UBI가 고무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기업가나 투자자가 더 많은 위험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해야 하는데, 오히려 UBI는 받는 사람들의 이런 인센티브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기에 정당화가 어렵죠.
이에 지금 현재 기본소득의 도입은 ‘넌센스’라는 게 제 의견이고요. 다만 AGI가 광범위해지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그 땐 달리 고민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반면 AI가 발전함에 따라 인간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은 자신의 목적 달성에 맞는 지능적 존재가 되는 것이 최종 도착지가 될 것인데요. 그렇게 되면 거의 모든 일상을 AI가 의사결정을 하고 사람이 실행자가 되는 시대로 변모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AI 고도화 이후에도 인간을 필요로 하는 ‘좋은’ 일자리가 과연 무엇일지는 인간조차 예측하기 힘든 지경에 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성직자처럼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직업은 계속 인간의 영역일 것이라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물론 성직자의 경우 단기로는 대체될 수 없겠지만 향후 성직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 하는 것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어요.
AI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 모든 것을 다 잘하는 존재가 된다면 그게 종국에는 ‘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의견도 전합니다.
Q AI 고도화에 따른 한국 경제의 전망 및 정책방향에 대한 이주선 교수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디지털화와 인공지능화가 대외경제에 초래할 파급효과는 무역과 해외직접투자에 관련되어 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계시장에서의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해 정부가 시행해 온 기존 정책들에 대한 대대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입니다. 제조업체들 가운데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정책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분야에서 스타트업으로 신기술을 개발 또는 응용하거나 기존 사업에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산업정책의 양태를 전환하는 것이 더 우월한 전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기술의 대전환기이고, 전환의 신속성은 선도자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이죠.
또한 AI 관련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데 장애가 되는 제도적 요인들과 규제들을 신속하게 개선해 나가는 것도 현시점에서 당면한 과제입니다. 특히 데이터의 원활한 이용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적절한 개인정보 보호와 동시에 고려하는 세부 조정된 정책 및 규제 대안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제도적 인프라의 신속한 완비는 결국 세계적인 기술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쟁력의 핵심 토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