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 이래서 매우 위험하다”
지난 8년 간 절반이 등록 폐지, 거래소도 매월 ‘둘 중 하나’가 폐쇄 자본시장연구원, 최초로 실증 자료와 계량화 통해 ‘위험’ 경고 ‘눈길’
자본시장연구원이 실증과 계량화를 통해 암호화폐 혹은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치밀하게 분석해 관심을 끌고 있다.
그 동안 가상자산 ‘광풍’의 위험성이 늘 지적되어 왔지만, 실제로 수리분석과 통계, 국내외 실증 자료를 통해 이처럼 과학적으로 그 위험도를 측정한 경우는 처음이어서 주목을 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은 ‘자본시장 포커스’를 통해 “지난 8년 3개월 동안 전세계 가상자산거래소에 8950개의 가상자산이 신규 등록됐고 이중 약 40%가 등록 폐지됐으며 등록 폐지 가상자산의 90.5%가 3년을 넘기지 못하였다”면서 다양한 분석기법을 통해 그 위험성을 입증했다.
그는 일단 암호화폐나 가상화폐, 암호통화, 디지털통화 등의 이름보단, 가상자산(virtual asset), 암호자산(cryptoasset), 디지털자산(digital asset)이라는 용어가 맞다고 주장한다.
즉 “화폐나 통화의 기능을 수행하는 가상화폐, 암호통화, 디지털통화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다. 그에 따르면 신규 등록 후 5년 이상이 경과된 등록 폐지 가상자산도 많다.
이 연구위원은 주로 코인마켓캡닷컴이 2013년 4월부터 매주 집계해 발표하는 가상자산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 현황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6월 27일 기준으로 전 세계 채굴가능 가상자산 수는 453개, 비채굴ㆍ선채굴 가상자산 수는 채굴가능 가상자산 수의 11배에 이르는 4989개에 달한다.
또 이 기간에 매월 평균 205.7개의 거래소가 신규 등록되고 99.3개가 등록 폐지됐다. 그야말로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무더기로 문을 닫곤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도 그 만큼 많을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등록이 폐지되고 사라진 가상자산의 생존기간을 보면 더욱 그 위험도를 실감할 수 있다. 채굴가능 가상자산의 평균 생존기간은 2년이 채 안되는 21.5개월, 비채굴과 선채굴 가상자산의 평균 생존기간은 1년을 조금 넘는 14.1개월로 계산된다.
특히 등록 폐지 가상자산의 90.5%가 만 3년을 못 넘기고 그 중 절반은 1년이 채 안돼 없어지곤 한다. 물론 나머지 10% 가운데는 등록 후 5년 이상 지난 경우도 있지만 그 수는 미미하다는게 조사 결과다.
이 대목에서 이 연구위원은 채굴가능, 비채굴, 선채굴 가상자산을 명료하게 구분,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채굴 방식으로 발행되는 가상자산이 채굴가능 가상자산이다.
또 “비채굴 가상자산은 자신의 분산원장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 전자지갑 보유자에게 그 가상자산을 판매해 유효화하는 방식으로 발행되고 선채굴 가상자산은 발행인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거나 후원받을 목적으로 그 가상자산을 미리 판매하는 방식으로 발행된다”고 개념을 정리했다.
또 “비채굴 또는 선채굴 가상자산의 발행은 토큰 판매(token sales)라고도 불린다”고 정의했다.
그런 위험성을 반영하듯, 가상자산의 가격도 급상승과 급락을 반복해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 달러로 환산한 전세계 가상자산 전체의 달러가치는 2017년 초부터 2018년 초까지 급격하게 상승하다가 이후 다시 급격하게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공식 선언된 2020년 3월 이후부터는 유례 없이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21년 5월 초에는 사상 최고치인 2조5439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다시 2021년 6월까지는 급격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매매 방식의 변화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즉 가상자산 거래가 본격화된 초창기에는 고객간의 매수도 거래를 상대매매 방식으로 중개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경쟁매매 방식으로 중개하기 때문이다.
채굴가능 가상자산이 비채굴이나 선채굴 가상자산보다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조건 채굴하는 가상자산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규모가 클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 연구위원의 분석에 의하면 2017년부터 발행된 비채굴ㆍ선채굴 가상자산 수가 채굴가능 가상자산보다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굴가능 가상자산 전체의 달러가치가 비채굴ㆍ선채굴 가상자산의 달러가치보다 많았다.
그러나 1일 거래대금에선 이와 달랐다. 채굴가능 가상자산보다 조금 적거나 비슷했던 비채굴ㆍ선채굴 가상자산의 1일 거래대금은 2021년 초반부터 양상이 달라진다.
즉 채굴가능 가상자산의 1일 거래대금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18일 비채굴ㆍ선채굴 가상자산의 1일 거래대금이 최고 수준인 3725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같은 날 채굴가능 가상자산의 1일 최고 거래대금인 2291억달러보다 1434억달러나 많은 금액이다.
또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대목은 특정 가상자산의 시장 점유율이다. 이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수가 계속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10개가 가상자산 전체의 달러가치와 1일 거래대금의 8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또 상위 100개로 확대하면 가상자산 전체의 달러가치와 1일 거래대금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몇 개의 가상자산이 전체 시장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한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자산 전체의 달러가치는 지난 5월에 2조5349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고 1일 거래대금도 지난 4월에 6016억달러까지 기록했다.
그러나 조사가 마무리된 지난 6월27일 기준으로 가상자산 전체의 달러가치는 1조4372억달러까지 하락했고 1일 거래대금은 1516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그야말로 ‘널뛰기’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가상자산 전체의 달러가치와 거래대금의 대부분은 비트코인 등 소수의 몇몇 가상자산에 의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비채굴ㆍ선채굴 가상자산이 이미 가격이 높게 형성된 채굴가능 가상자산의 거래대금을 앞지르며 가상자산의 가격변동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파악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가상자산의 가격이 2020년 하반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위험성과 투기성을 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투자에 앞서) 그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