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ATW ‘올해의 항공사’ 선정…세계 최고 항공사 등극
대한항공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항공사에 올랐다. 글로벌 항공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에어 ‘트랜스포트 월드(Air Transport World, 이하 ATW)’의 ‘올해의 항공사 (Airline of the Year Award)’에 선정된 것.
대한항공의 이번 올해의 항공사 선정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항공사들이 최악의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과 맞물려 더 특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여객기가 대부분 멈춰서있는 상황으로 인해 항공사들은 영업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인력 구조조정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굳건하고 유연한 리더십, 임직원들의 헌신과 열정, 생각의 전환을 통한 항공화물사업 집중 전략 등 타개책 들이 어우러지며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흑자 행진을 지속하며 코로나19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또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결정하며 한발 앞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의 행보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대한항공이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서도 순항을 하고 있는 배경은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전략적 판단을 내리며 당면한 위기를 헤쳐나가는 리더십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핵심 부서를 거치며 폭 넓은 식견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아온 최고경영자인 조원태 회장, 대한항공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으며 항공산업 부문의 최고 전문가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한 우기홍 사장의 리더십의 조화는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이 화물사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대한항공이 보유한 대형 화물기단 덕분이다. 2016년 항공화물 시장 침체 당시 대한항공은 이 대형 화물기단 숫자를 줄이려고 했지만 조원태 회장이 당시 경영진을 설득해 기단 숫자를 유지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결정이 지금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첨병이 되고 있는 것.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한 ‘역발상’ 전략도 조원태 회장의 아이디어다. 지난해 3월 여객기 대부분이 공항에 발이 묶이자, 조원태 회장은 임원 회의에서 이들 유휴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고 주문했다. 이와 같은 주문은 우기홍 사장을 통해 구체화돼 화물수요 유치와 비용절감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결정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경영 부문 뿐만 아니라 임직원 모두를 하나로 묶기 위한 소통 노력도 빼 놓을 수 없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중국 우한 교민을 수송하기 위한 전세기를 운항하게 됐을 때 불안해할 운항·객실승무원들을 위해 직접 전세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전세기 운항 직후 직원들에 대한 감사, 소회, 국적항공사로서의 책임 등을 격의없고 소탈한 방식으로 사내 소통게시판에 게시하면서 말 뿐만이 아닌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최고경영자라고 평가받기도 했다.
내부 소통에 있어서 우기홍 사장의 역할도 작지 않다. 특히 우기홍 사장은 코로나19 이후 노조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회사의 현실적 어려움과 현안을 설명했고 이에 따라 노조도 휴업에 기꺼이 동참하며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또 우기홍 사장은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며 국내 항공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와 같이 임직원들을 아우르는 공고한 리더십이 대한항공을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항공사들은 닫혀버린 하늘길 때문에 영업 악화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로부터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십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온 암울한 결과다.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에 1분기 56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항공화물사업 집중 전략을 펼치며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이와 같은 항공화물사업 집중 전략은 주효했다.
2분기부터 1485억원, 76억원, 1388억원의 영업흑자를 잇따라 내며 2020년 총 2383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한 것. 이런 분위기는 다음해에도 이어졌다. 2021년 1분기에도 1245억원의 영업흑자를 달성했다. 코로나19 이후 네 분기 연속으로 영업흑자를 달성한 항공사는 대한항공이 유일무이하다.
대한항공의 항공화물 전략은 공급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것에서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여객기 운항이 급감해 화물공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벨리(Belly, 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줄어든 상황에서 23대에 달하는 대형 화물기 기단을 십분 가동해 가동률을 전년 대비 25% 이상 높인 것.
뿐만 아니라 유휴 여객기를 ‘화물전용여객기’ 활용하는 한편 국내 최초로 여객기의 좌석을 떼어 내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공급력을 늘렸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대한항공이 여객기에 화물만 실어 나르는 ‘화물전용여객기’를 운항한 횟수는 총 9천회에 달한다. 월 평균 550회를 훌쩍 넘는 수치다.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늘어날 것을 대비한 선제적 조치도 빛을 발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코로나 백신 등 의약품의 항공 운송 전문성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국제표준인증(CEIV Pharma)을 취득했다. 또한 9월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전담 태스크포스 팀을 운영하며 코로나19 백신 수송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백신 제조사별로 수송 조건이 다르다는 점도 십분 감안해 다양한 온도 맞춤 서비스 제공을 위한 콜드체인 강화 및 시설 장비 보강 등에 중점을 뒀다.
이와 같이 공급확대과 수요유치를 동시에 타겟으로 삼은 다층적 화물사업 전략이 글로벌 화물시장 상황과 맞물리면서 현재의 대한항공의 호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차근차근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데는 임직원들의 희생과 헌신도 빼 놓을 수 없다.
코로나19 기간동안 대한항공은 50% 이상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휴업에 동참했다. 이와 같은 비용절감 노력은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지난해 영업흑자를 기록할 수 있던 이유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국내 재직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8~9천명의 직원이 휴업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50% 이상의 직원들이 휴업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빈틈없이 업무를 이어나가고 있는 배경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업무 환경 구축이 큰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은 2019년 7월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및 협업 소프트웨어 도구 모음인 ‘G-스위트’(G-Suite)로 사내 업무 시스템을 바꾼바 있다. 갑작스럽게 발발한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의 업무 환경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더군다나 과거 승객과의 대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항공산업의 업무적 특징도 이와 함께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항공이 앞서 도입한 G-스위트는 코로나19가 만들어준 언택트(Untact) 시대의 업무 효율성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이를 토대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소통과 유연한 근무를 할 수 있게 됐고, 회사 내의 수평적 문화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신속한 코로나19 방역 대응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8월부터 통합 방역프로그램인 ‘케어 퍼스트(Care First)’를 선보이며 빈틈없는 방역 조치를 하는 한편 고객들에게 여행 단계별 방역 활동을 종합적으로 안내해왔다. 이와 같은 다양한 노력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게다가 무인 탑승수속 및 셀프 백 드롭 등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한항공의 방역 노력은 세계적 평가 및 컨설팅 기관인 스카이트랙스(Skytrax)로부터 코로나19 안전 수준이 최고 수준이라는 5성 인증을 받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제 당면한 코로나19라는 위기 대응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항공시장의 주도권 선점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이미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에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만약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아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시장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는 ‘회생불가 기업(Failing Company)’이었다는 분석이다. 인수 결정이 없었다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아시아나항공의 항공 네트워크도 공중분해됐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두 개의 국내 네트워크 항공사 체제로는 장기적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를 유지시켜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태계를 보존하고 일자리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결국 이와 같은 결정은 대한항공이 향후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해, 생존을 넘어 글로벌 항공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의 임직원들도 이와 같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결정을 위해 헌신했다. 지난 3월 유상증자를 통해 3조3천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했다. 여기에 임직원들이 우리사주로 약 5천억원에 가까운 규모로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임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헌신과 로열티를 방증한다는 시각이다.
대한항공은 다양한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앞서 언급한 유상증자 이외에도 기내식기판사업을 매각했고 지속적으로 보유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번 ATW 올해의 항공사 선정을 기점으로 글로벌 항공업계에서의 위상을 한층 더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의 원활한 인수·합병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
특히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선결조건인 기업결합심사를 마무리짓기 위해 각국 경쟁당국에서 접수된 요청을 성실히 이행하고 협조해나갈 예정이다.
[애플경제 이광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