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in 일상 ③] ‘민관협력’ K-메타버스, 나아갈 길은?

디지털 뉴딜 2.0서 메타버스·클라우드 등 초연결 신산업 육성 내세워 KoVRA-MOIBA 통합한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22일 출범 이통3사, 5G 기술과 VR·AR 융합으로 메타버스 생태계 시너지 노려 “아바타·XR·디지털 트윈 고도화... 좀 더 실질적 방향으로 업그레이드 필요”

2021-07-28     윤수은 기자

AI 컴퓨팅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지난해 10월 자사 개발자 회의에서 메타버스가 “미래를 창조할 곳“(The metaverse is where we will create the future)이라면서 산업이 운영되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새로운 시대의 미래상으로 메타버스가 떠오르면서 관련 시장도 급성장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늘면서 현실의 경계를 넘어 무한 확장이 가능한 메타버스 세계에서 보내는 시간, 경제 활동이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우리네 일상으로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알아보자. [편집자주]

디지털 뉴딜 2년차, 정부가 초연결 신산업 육성을 천명하고 내세운 첫 번째 분야는 ‘메타버스(Metaverse)’였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뉴딜 1주년을 맞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향후 추진할 디지털 뉴딜 2.0의 주요 정책방향을 지난 22일 발표했습니다. 앞서 디지털 뉴딜 1.0에서는 XR 7대 융합 프로젝트 추진 등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산업을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요.

정부는 이번 2.0에선 VR과 AR를 포함해 각종 실감미디어 기술이 융합된 메타버스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랍니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뉴딜 2.0 전면에 나선 ‘메타버스’
비대면으로 진행된 '디지털 뉴딜 1주년 성과 공유회'에서 이상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뉴딜 지원과장은 "기존의 VR·AR 융합프로젝트를 대거 확대해서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해 나가겠다”면서 “개방형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과 기술개발, 메타버스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 도구 등을 제공해서 자발적으로 생태계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메타버스는 게임·엔터테인먼트 영역을 넘어 혁신적인 사회 생활·업무 플랫폼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 여러 지식 재산권(IP) 사업자와 협력,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 등으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 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현재 6배가 넘는 약 270억달러(약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같은 성장세를 고려해 정부도 지난 5월18일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민간이 주도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여러 서비스가 개발·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민관 협력 체계인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는데요. 

얼라이언스에는 이동통신 3사 및 현대자동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 ENM, 지상파 방송국 등 기업 17곳과 한국VR·AR산업협회 등 유관 기관 등 30곳이 참여한다 합니다. 

얼라이언스는 참여기업과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메타버스 산업과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포럼 ▲메타버스 시장의 윤리적, 문화적 이슈 검토 및 법제도 정비를 위한 법제도 자문그룹 ▲기업간 협업 통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발굴·기획하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정부는 얼라이언스에서 제시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방안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뒤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 혁명으로 하나의 큰 기업이 독점하는 공간이 아닌 여러 기업과 주체가 함께 공존하며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민간 주도의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이 의미가 크며 협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가상과 현실이 연결된 환경에서 여러 경제·사회 활동이 이뤄지는 메타버스의 활성화와 국내 업체가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주도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KoVRA-MOIBA 통합한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출범
지난 22일에는 VR·AR 대표 사업자 단체인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KoVRA)와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MOIBA)가 메타버스 산업 발전 및 관련 기업의 협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두 협회를 통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를 설립하는 데 합의하는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양 협회는 통합 협회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빠르게 통합을 마무리하고 올해 말까지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에 문호를 개방, 회원사를 확대해 메타버스 산업을 대표하는 협회를 설립할 계획이랍니다.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는 앞으로 메타버스 관련 다양한 기업의 참여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의 혁신 프로젝트 발굴과 사업화 지원 등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KoVRA 신수정 회장은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 설립을 통해 VR·AR 등 메타버스 관련 기업에 더 많은 사업 기회·정보를 제공해 국내외 경쟁력 강화 및 산업 활성화를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OIBA 고진 회장은 “이번에 출범하는 협회가 민간 메타버스 사업자의 역량을 결집해 콘텐츠(C)-플랫폼(P)-이동통신(N)-부품·장비(D) 업체 간 협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새로운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통3사, 5G 기술과 VR·AR 융합으로 메타버스 생태계 시너지 노려
한편 메타버스 시장을 둘러싼 이동통신 3사의 경쟁 역시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최근 메타버스 사업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국내외 관련 업체들과 연합을 결성하는 등 신산업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입니다.

통신사가 보유한 5G 기술과 VR·AR 기술을 접목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 (제공=SK텔레콤)

우선 SKT는 이통 3사 중 자체 플랫폼과 스튜디오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SKT는 지난 14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를 새롭게 출시했는데요. 이프랜드는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 먼저 출시되고, 추후 단계적으로 iOS 및 VR 디바이스 오큘러스 퀘스트 OS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혀갈 계획입니다. 

이프랜드의 이용 사례도 적극 창출하고 있는데요. 지난 3월에 순천향대와 협력해 국내 최초 메타버스 입학식을 선보였고 7월에는 고려대와 MOU를 통해 메타버스 기반의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올해 고연전 응원을 메타버스 캠퍼스에서 하게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 혼합현실(MR) 제작소인 '점프스튜디오'를 열었는데요. 고품질 3차원(3D) 홀로그램을 만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5G 통신 콘텐츠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K-팝 스타들과 협업해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점프 스튜디오의 볼류메트릭 3D 캡쳐 기술로 아이돌 디지털 휴먼 콘텐츠를 제작해 점프 AR 플랫폼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버추얼 프로덕션 전문 스튜디오 비브스튜디오스(ViveStudios)와 사업 협력 및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전진수 SKT 메타버스CO(컴퍼니)장은 "앞으로 버추얼밋업 및 디지털 휴먼 등 SKT의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들과 비브스튜디오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국내외 기업들과의 연합을 맺는 동시에 정부와의 민관협의체에도 참여하는 연합 투트랙 전략으로 메타버스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KT는 지난 6월 2일 대한민국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관련 ICT 기업들과 '메타버스 원팀'을 결성했습니다. 메타버스 원팀은 KT 외에도 VR과 AR, MR 관련 사업을 하는 딜루션, 버넥트, 코아소프트, 위지윅스튜디오, 스마일게이트스토브 등 9개 기업과 국내 VR·AR 기업 연합체인 한국VR·AR산업협회가 참여합니다. 

KT는 메타버스 원팀 참여 기업들과 논의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 확대와 기술 발전, 서비스 및 콘텐츠 발굴에 나서며 구체적인 전략은 향후 밝힐 계획입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 출범한 글로벌 5G 콘텐츠 연합체인 ‘글로벌 XR 콘텐츠 통신사 얼라이언스’, 통칭 ‘XR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사를 맡고 있습니다. 

XR얼라이언스는 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 테크놀러지, 캐나다·일본·중국의 이동통신사 벨 캐나다, KDDI, 차이나텔레콤, 캐나다·프랑스의 실감 콘텐츠 제작사 펠릭스 앤 폴 스튜디오, 아틀라스 파이브 등의 참여하에 출범했고, 최근 버라이즌·오렌지·청화텔레콤, 트리거가 합류하며 총 7개 지역 10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XR얼라이언스는 먼저 360도 3D로 촬영한 우주 공간을 VR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지난해 10월과 올해 5월 각각 공개했고, 현재 두 번째 프로젝트의 기획에 돌입했다. 차기 콘텐츠는 세계 유명 공연, 동화, 애니메이션 영역을 다룰 것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VR과 AR 콘텐츠를 균형 있게 선보이며 XR 산업의 고른 성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미니 인터뷰]

아바타·XR·디지털트윈 고도화

더 실질적 방향 업그레이드 필요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 

Q 2021년 가장 핫한 키워드인 ‘메타버스’, 어떻게 정의하십니까?
사실 메타버스는 2003년 세컨드 라이프라는 3차원 아바타가 활동하는 소셜 게임으로 한차례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가 최근 재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그래서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때 정의할 때 (과거 관심을 받았던) 2006년에 사용했던 메타버스 4가지 시나리오를 보편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2020년대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어색하고 맞지 않습니다.

2006년에 정의된 메타버스의 4가지 시나리오를 2020년대 용어를 통해 메타버스 2.0, 디지털 X로 재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 라이프 로깅(일상의 디지털 기록화; 소셜미디어) → 아바타(DIGITAL ME), ▲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 → XR(확장현실, DIGITAL REALITY), ▲ 미러월드(현실의 디지털 복제) →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말입니다.

2020년대의 용어로 재정의한 메타버스의 속성인 아바타, XR, 디지털 트윈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도 높았었고, 지금 역시 높은 상황입니다.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용어에만 집착한다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꺾일 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투자가 되어야 할 아바타, XR, 디지털 트윈이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메타버스라는 용어보다는 그 본질적 속성인 ▲ 아바타 UX ▲ XR 기술 ▲ 디지털 트윈으로 고도화시켜, 현재의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좀 더 실질적 방향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것입니다.

Q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서 앞으로 등장할 신산업으로 어떤 게 있을까요?
무엇보다 메타버스 생태계가 제대로 활성화되려면 5G가 제대로 구축이 되어야 합니다. 메타버스 관련 부품 및 기기가 아이폰 UX 수준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인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나 서비스들의 경우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나 시각특수효과(VFX) 스튜디오에 가서 찍고 보정해야 합니다. VR산업과 동반하는 HMD 기기의 경우 오큘러스가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오큘러스 퀘스트 2가 현재 400달러 수준으로 나쁘진 않습니다. 다만 HMD가 대중화되려면 기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플러스 수준으로, 가격은 오큘러스 레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메타버스 영역 중 앞으로 가장 유망한 분야를 전망해 본다면요?
사람들의 관심도를 나타내는 구글 트렌드를 보면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바타는 MZ 세대의 소통 방식인 만큼 성장하는 부분이 있을 거고요. XR의 경우 기반안은 만들어졌습니다. 아이폰이 결과적으로 ‘일반화’된 것처럼 XR도 미래에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 트윈은 과거부터 존재해왔고, 미래에도 이어지겠지만 아직 시장 조성이 안 됐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놓고 봤을 때 XR이 미래의 메타버스를 가장 크게 바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