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요? 연금 대신 ESG 펀드죠”

올 하반기 글로벌 경기, “골디락스 국면 진입” 저탄소경제전환을 장기 성장 테마로 풍력 포함 신재생 에너지·수소·중대형전지 관련주에 비중 확대

2021-07-27     윤수은 기자

“리테일 시장에서의 ESG 펀드에 대한 관심도는 아직 높아질 여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시장 경제 체제의 원칙을 지키고 합법적인 책임을 다하며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야말로 지속가능하며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를 가능케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특히 노후 대비를 위한다면 환경·사회 책임 경영과 좋은 지배구조 확산을 통한 지속가능한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 연금보다 낫다."

2021년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뭐니 해도 ‘ESG’다. 특히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ESG 펀드로의 순유입이 지난해부터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 초부터 ESG에 대한 관심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정책 발표 등과 함께 상승하며 ESG를 고려하는 것이 당위성을 넘어 의무화되는 추세다. 기존에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ESG 펀드 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의 기여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이에 <애플경제>는 ESG 펀드 전문가인 박소영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이사를 만나 앞으로의 ESG 시장 상황 및 투자 전망 등을 들었다. 

박소영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이사는 국민연금과 스위스 투자은행인 롬바르드 오디에(Lombard Odier)를 거치며 장기적 투자관점을 체화했다. 현재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지속성장기업펀드’를 2013년부터 운용해오고 있는 ESG 전문 펀드 매니저다. 박 이사의 지속성장기업펀드는 올해 상반기 국제 ESG 평가기관 중 하나인 모닝스타에서 한국 ESG 펀드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ESG를 제대로 반영한 펀드 Top 3에 속했다. 또한 운용 개시 이후 펀드수익률(이스트스프링운용, 7월 20일 기준)은 102.5% 상승해 61.3% 상승한 코스피를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 성과 달성 중이다. 

박소영 이스트스프링 자산운용 이사

Q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ESG 펀드 역사가 깊다고 들었다. 타 ESG 펀드와의 차별화된 점에 대해 말씀해 달라.

ESG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들은 900여 개 이상으로 어떤 종목을 선택하는지가 운용사별 경쟁력의 차이라고 본다. 이스트스프링의 ‘롱 텀 인사이트 포럼(Long Term Insight Forum)’은 2012년부터 9년 이상 160여 개의 주제를 다뤄온 고유 플랫폼이다. 이스트스프링은 롱 텀 인사이트 포럼에서 5년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구조적으로 변화할지 고민하고 변화에 적응하고 선도적으로 준비한 기업들에 선제적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 매해 내가 운용하는 펀드 수익률에 크게 기여한 톱 3 종목은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한 이스트스프링의 주총 의안 반대 비율은 최근 3년 평균 10.2%로 업계 평균 3%보다 높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이사회 구성 등의 사안에 중점 분석을 하며, 핵심 투자 기업들의 경영진과 기업의 장기 비전 및 주주로서 기업에 기대하는 점 등 건설적인 소통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 

책임투자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이자 진정한 장기투자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ESG를 고려한 책임투자는 투자 제약이 아닌 장기적 리스크 관리와 변화에 대한 대응능력 함양이라고 판단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트스프링의 ESG 펀드 전략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ESG와 펀더멘털 팩터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회사 고유의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해 좀 더 안정적인 초과 수익률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Q 현재 시장에서 ESG 평가 기준은 얼마나 표준화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국내 ESG 평가기관으로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3개가 있는데 점수산정 방법이 제각각이다. 이에 같은 기업이라도 평가기관별로 다른 ESG 평가가 나올 때도 있다. 기업별로 발표하는 ESG 데이터의 표준화도 필요하나 기관별로 제공하는 ESG 데이터의 표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로벌 ESG 평가 표준화까지 내다본다면 최소 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Q ESG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무늬만 ESG’ 펀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좋은 ESG 펀드를 고르는 팁이 있다면?

지속가능보고서 등 ESG 등급을 산정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 제공에서 대기업들이 유리한 입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ESG 펀드들도 대기업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 일반 액티브 펀드와의 차별성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진정한 ESG 펀드를 고르려면 무엇보다 ESG 펀드에 대한 매니저의 철학과 이를 펀드에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에 수동적인 투자를 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하고, 기업이 ESG 차원에서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며 적극적인 ESG 투자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Q ESG 투자를 하고 싶어도 대상 종목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연초 이후 다양한 기업들에 ESG 관련 부서가 신설되면서 올 상반기에 처음으로 일부 대기업들의 ESG 전략 발표가 있었다. 매출 성장과 수익성 등의 실적에만 초점을 맞춘 투자자와의 소통에서 나아가 기업들이 ESG 관점에서 현주소에 대한 인지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매우 의미 있다. 따라서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각 기업들이 어떤 ESG 전략을 제시하는지, 그것이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는지 판단해보며 기업의 전략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디지털 전환(DX)과 맞물려 귀사의 ESG 전략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디지털 전환으로 온라인펀드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ESG 액티브 ETF 출시를 계획 중이다. 저탄소 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들을 포함한 테마형 ETF를 통해서 액티브 시장에서 패시브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에 대한 대응을 할 계획이다. 최근 액티브 ETF 시장은 미국에서 ARK(아크) 인베스트먼트의 ARK Innovation(아크 이노베이션) ETF가 시장을 선도하며 지난해부터 급성장했다.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 성과 달성이 가능한 액티브 펀드와 낮은 보수의 ETF의 제도적 장점을 결합해 향후 ESG 액티브 ETF도 다양한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2021년 하반기 금융시장 및 ESG 투자 전망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올해 하반기는 쏠림현상의 정상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 우려 중 경기과열, 금리 급등, 유가 급등 모두 현실화 되지 않았다. OPEC+ 합의 후 유가가 빠지고 금리도 조정받고 있다. 미국의 경기가 2분기를 정점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하반기도 5% 이상의 성장으로 미국의 잠재성장률 대비 높은 수준이며, 유럽과 신흥국이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미국을 캐치업하면서 글로벌 경기는 골디락스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시장은 작년 기저효과를 제외해도 제조업 수요가 강하고 수출이 견고하다. 기업들의 낮은 재고 수준과 소비 회복 추이 감안 시 공급차질 이후 설비투자 사이클의 장기화가 유효하다고 판단되며 이는 자본재 수출국에 우호적으로 IT, 자동차, 전자부품 등 실적 개선 여력이 높은 업체들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연초 이후 저탄소경제전환을 장기 성장 테마로 잡고 풍력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 수소, 중대형전지 관련주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고 비중 확대를 하고 있다. 비재무적 ESG 요소와 핵심 재무지표들을 결합한 스크리닝 시스템을 적용하여 대규모 비용을 수반할 수 있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ESG의 체질 개선과 재무성과 개선이 동반되는 기업을 선별하여 안정적인 초과 수익률 창출을 위해서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