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세계 PC시장 ‘폭발적 수요’
백신 공급, 현장 복귀 등 원인, “아직은 낙관하기 일러” 신중론도
‘코로나19’가 장기회되고 백신이 적극적으로 보급되면서 전세계적으로 PC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시적”이라거나, 반대로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등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단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비록 부침은 있겠지만, 월스트리트와 세계 주요 PC 제조업체들은 PC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종래의 원격 업무나 비대면 활동 대신 사무실로 복귀하는 등의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PC판매고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인 PC메이커인 델의 한 임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특별한 ‘유턴’ 상황이 있지 않는 한 현재의 폭발적인 수요는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해 아직은 섣불리 단언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의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폭발적 수요는 생각하는 것보다 단발적일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런 조짐은 진작부터 감지되어왔다. 일반 대중이 재택근무를 늘리고, 온라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노트북을 대거 구입하고, 가정 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하드웨어를 구입하면서 PC 수요가 급증했다.
리서치업체 IDC에 따르면 전 세계 PC 출하량은 2021년 1분기에 전년 대비 55% 증가했으며 2020년 4분기에 26%나 증가했다.
PC 제조업체들은 “가정과 기업들이 1인당 더 많은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일상 생활 습관에 (PC가 필수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역시 “연말까지 PC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델사 등 업계의 예측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PC는 그 동안 기술 부문에서 거의 진척이 없는, 가장 비혁신적인 분야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산업 출하량 역시 지난 10년 중 7년 동안 변동이 없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노트북이나 태블릿PC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만큰은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는 비판이다.
그렇다보니 “PC 시장은 한때 침체 일로였던 시대로 쉽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즉 개인용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게 그 이유다.
조만간 실용화될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11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상당한 개선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운영 체제가 기술적 업그레이드 사이클을 촉진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는게 비관론자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따지고 보면 폭발적인 컴퓨터 수요 역시 앞으로 몇 달 안에 사그러들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에 따르면 가을이 되면 각급 학교가 대면 수업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정용 PC 구입이 필요하지 않다. 직장인들도 실제 사무실로 돌아오는경우가 많아지면서 기업들이 비대면 원격 근무를 위해 직원들이 컴퓨터를 사도록 지원하는 경우도 사라질 수도 있다.
특히 하드웨어 구매의 속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복적인 수익을 내는 구독 소프트웨어와 달리, 소비자나 직장인들은 새 컴퓨터를 구입하면 3-4년 동안 다른 컴퓨터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최근의 폭발적 수요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주문이나 수요가 이제 매출 증가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수요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이미 상당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것도 그런 징후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각종 쇼핑 과련 웹사이트에서 PC 시스템에 대한 할인 행사가 전에 없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뱅크오브아메리카 신용카드 데이터가 전자제품 카테고리 지출이 3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에서 지난달 20% 감소로 둔화된 것도 그런 방증의 하나라는 얘기다.
“즉 전자제품이 곧 컴퓨터와 같은 시장 흐름을 같이한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분명 전자제품 대신 레저나 아웃도어 등 실외 경험을 위한 지출로 전환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반대의 징후도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 노트북 제조업계 현장에선 이미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고객들의 주문이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날로 증가 추세인 수요로 인해 금년 하반기에도 공급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공급을 초과하는 과다한 주문과 예약과는 달리, 날로 상승하는 IC부품가로 인해 제조 원가도 상승 일로를 달리고 있다. 이에 금년 하반기부터는 노트북 생산업체나 공급과 유통 관련 업계 모두 실질적인 수익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손실 국면으로 돌아서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태블릿PC 역시 늘어나는 수요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 세계 태블릿 출하량은 계절적 요인 및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3% 증가했다.
그럼에도 최근의 IT칩 물량 부족으로 공급 물량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상황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수요 증가 덕분이기도 하지만, 2021년 상반기엔 분명 IT칩 부족사태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메이커들이 2020년 4분기 출하량을 크게 증가시킨 점이 작용한 결과다.
예를 들어 애플의 10.2인치 아이패드도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2020년 4분기 전체 태블릿 출하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현재 세계 PC 시장은 HP, 델, 인텔, 삼성 등이 주도하고 있다. 또한 머큐리 리서치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PC 데스크톱 시장의 약 80%를 인텔 프로세서가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애플의 맥킨토시와 AMD(Advanced Micro Devices Inc)는 프로세싱 파워는 뛰어나지만, 시장 점유율은 크게 낮은 상태여서,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시장 낙관론자들은 “세계인의 삶이 디지털 영역으로 점점 더, 영구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PC 판매는 계속해서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평소보다 더 (현장과 실물에) 가까운 곳으로 돌아오면서 컴퓨터 판매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증거가 많이 나왔다.”고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