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앱스토어에 개방’…애플 규제법안에 미국 내 ‘시끌’
애플 의회 로비 치열…언론도 '과잉규제' vs '독점 방지' 논쟁
현재 미 하원 법사위원회에 상정된 글로벌 기업에 대한 일련의 독점 규제 법안들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애플에 대해 타사 애플리케이션도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독점 방지를 위한 강력한 규제를 가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더욱 그렇다.
특히 이는 미국 뿐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 등과 같이 자국 IT관련 산업에서 거의 절대적인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내 산업계와도 일종의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지난 주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일련의 독점 금지 법안을 제출했는데, 이 법안 중엔 애플이 iOS에 타사 앱 스토어를 허용하고 사용자가 선택한 소스에서 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도 들어있다. 이런 조치는 앞서 포트나이트 제조사인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상대로 낸 개별 소송에서 요구한 것으로 마침내 입법 현안으로까지 부상한 것이다.
아직 의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당연히 애플로선 이 법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일련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팀 쿡 CEO는 낸시 펠로시 의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법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할 정도로 강력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다음날엔 애플은 자체적으로 (타사의 앱 설치와 접근을 막아온) 앱스토어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16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법안을 저지하기 위한 애플의 로비는 비단 의회에 그치지 않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 역시 알게 모르게 다양한 방식으로 애플의 ‘하소연’이 먹혀들고 있는 듯한 낌새다. 그 중 <블룸버그> 등은 아예 노골적으로 애플을 편들고 있다.
이 매체는 의회의 규제 입법 움직임을 전하며 “미국의 가장 귀중한 회사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규제 기관과 의원들은 애플의 사업 관행을 단속하고 모바일 플랫폼의 근본적인 작동 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애플사의 주위를 돌고 있다.”고 사실상 애플의 ‘딱한 사정’을 이해하는 듯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그 회사(애플)는 그 동안 사용자들의 사생활과 보안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방어해왔다. 그들의 주장을 신중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
만약 그들이 옳다면, 정부가 제안한 해결책들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며 애플을 편들고 나섰다. 이 매체는 또 “애플은 iOS에서 타사 앱스토어를 허용하는 것은 보안과 사생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애플의 입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그 동안 스마트폰에는 암호에서 은행 계좌, 친밀한 건강 데이터, 연락처 세부 정보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개인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앱스토어 리뷰 과정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앱을 설치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전반적인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안드로이드의 27%, 윈도우 PC 39%가 멜웨어에 감염된 바 있는데 비해 애플 iOS는 1.7%에 그쳤다는 노키아의 보고서를 예를 들며 “알파벳사의 구글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외부 소스의 앱 설치를 허용하는 반면 애플은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애플의 (타사 앱 접근에 대한) 철저하게 통제된 액세스에는 이점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 대한 반박도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또 다른 매체의 관련 기사 맥락을 보면 ‘애플의 독점적 이익’의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즉, 멜웨어 감염 통계 자체도 완전히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며, 설사 그렇다고 해도 그런 리스크를 무릅쓰고 타사 앱에 대한 개방을 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더 큰 공익’이 있다는 반박이다.
더욱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을 이유로 한 그런 폐쇄적인 애플의 방침은 결국 자신들의 특혜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진짜 이유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 중 어느 것도 애플이 무료 이용권을 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즉 스포티파이 테크놀로지 SA의 음악 스트리밍 앱과 같은 출중한 경쟁 제품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애플 뮤직과 같은 자체 서비스를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다.
또 사용자들에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일각의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애플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그들의 웹사이트에서 더 저렴한 외부 구매 옵션과 연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었다.
그럼에도 애플 옹호론자들은 “아이폰 사용자 10억 명 이상이 애당초 애플의 폐쇄적인 통합 플랫폼에 만족하면서 구매한 것”이라며 “운영체제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면 멀웨어, 피싱 또는 기타 사회공학적 악용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철저히 통제된 애플의 앱 생태계를 일방적으로 해체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국은 “전면적인 독점 금지 정책을 계획하고 있는 정책 입안자들은 과잉행동을 조심해야만 선의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