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와 ‘페일 세이프(fail-safe)’
클라우드는 이미 현대 비즈니스의 필수적인 관계망으로 승격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그것이 21세기의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의 디바이스가 될 것인가. 그건 두고 볼 일이다. 특이점, 곧 기술 발달의 극한(limit)을 넘어 인간 이성이 이해하기 힘들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테크노피아의 경지로 이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조건은 있다. 우리네 삶이 오작동하거나 기업이 실패할 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듀얼 시스템 역할을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른바 ‘페일 세이프’(fail-safe)의 무기가 된다면, 클라우드는 ‘싱귤레리티’로 가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기업에 국한해서 보자. 적어도 스마트한 미래를 생각하는 회사라면 클라우드는 백신과도 같다. 실패에 대한 백신이며, 날아오는 미사일을 철벽처럼 막아내는 ‘아이언 돔’처럼 어떠한 리스크도 극소화하는 것이다. 온프레미스, 프라이빗, 퍼블릭 클라우드 따위의 복합적 경로를 애써 만들어 업무 로드를 분산하는 것도 그래서다. 아예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도 그렇고, 제조업체들이 대체로 퍼블릭 클라우드를 선호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때로 사이버 보안 기능이나, 초자동화, 증강 분석 같은 도구와 화학적으로 섞이면서,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하거나 최선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
물론, 불안 요소도 없진 않다. 데이터가 클라우드에서 유통되면서 다소간의 보안에 대한 걱정도 생겨난다. 때론 거래처 간의 ‘갑’과 ‘을’처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자에게 종속될 위험도 없지 않다. 그 때문에 멀티 클라우드나, 하이브리드한 안전망이 중요해진다. 그렇다고 해도 ‘위기의 최소화를 통한 기업 성과의 극대화’라는, 클라우드 본연의 의미소(素)가 결코 희석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클라우드 시대의 개막 이후 기업 현장은 나날이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고성능의 컴퓨팅 환경과 유연성이 실현되는가 하면, 온프레미스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 프로세스가 진행되곤 한다. 보통 몇 달이 걸리던 워크로드가 며칠 아니면 몇 주로 단축되기도 한다.
흔히들 클라우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파괴적 혁신의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칭송하곤 한다. 이는 고루한 기득권적 태도가 아닌, 유연한 확장과, 경험의 효율적인 재활용, 탄력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란 기대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클라우드에겐 그 보다 더욱 선명한 가치가 있다. 인간이 살다보면, 혹은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겪게될 실패를 최소화하는 논리 회로라는 점이다. 그럴 때면 일상적 삶이나 기업 활동의 서브시스템에 장애가 생겨도, 다른 서브시스템에 의해 정상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최근엔 오류의 최소화와 성과의 극대화, 그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최적화 기술도 일상화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포장과 배포까지 일원화된 클라우드 파운드리가 대세를 이루는 현실이 그런 것이다. 컨테이너를 생성하고 이를 쿠버네티스 클러스터로 배포하는 기술을 이에 접목하려는 노력도 같은 목적이다. 클라우드 파운드리를 쿠버네티스 클러스터에서 효과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자들은 모든 경륜과 경험을 기술로 호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 역시 실패를 최소화하고, 그 피해로부터의 안전한 도피를 욕망한 결과라고 하겠다.
클라우드 또한 비즈니스의 탄생 이래 반복되어 온 시행착오와 상상력이 낳은 산물이다. 온프레미스의 관념 너머에 있는 ‘타자’의 네트워크를 과감히 이식하고 내면화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일종의 휴먼 클라우드이자, 공유를 통한 위험의 분산이다. 그로 인한 가장 큰 효용은 역시 실패에 대한 면역력이다. 두려움없이 코페르니쿠스적 역발상과 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기술이나 기계에 종속되긴 커녕, 그것을 삶을 개선하고 변화시키는 도구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곧 ‘페일 세이프’의 힘이다. 그것은 어떤 성공적인 기술보다 획이 굵은, 클라우드의 문명사적 의미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