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버지’ 한 마디에 울고 웃는 코인?

2021-05-11     윤수은 기자

자칭 ‘도지파더’(Dogefather) 일론 머스크의 한마디 말에 하루만에 30%가 빠졌다가 올랐다가 난리가 났다.

도지코인(DOGE) 이야기다. 도지코인 가격변동이 머스크의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 출연보다 더 재미(?)가 있었다면 과한 말일까.

머스크가 8일(현지시간) 미국 코미디쇼 SNL의 호스트로 출연한다는 소식에 지난 몇 주 동안 도지코인은 크게 상승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방 전 프리뷰 홍보 사진에도 출연진들과 도지를 합성해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를 한껏 올려놨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머스크가 출연한 직후 가격이 떨어지면서 이날 최대 29.5% 하락하며 한때 49센트를 밑돌았다.

도지코인은 개발자들이 비트코인 투자 광풍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삼아 만든, 밈(Meme, 일종의 ‘짤’) 기반의 암호화폐다. 발행량이 무제한이라 투자가치가 적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1만2840%나 폭등했다.

물론 이러한 광풍의 배경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도지코인을 홍보한 머스크의 공이 크다.

머스크는 방송 후반부에 '도지코인의 아버지'로 등장해 도지코인을 다시 한 번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머스크는 사회자가 "도지코인 가격이 오르냐"고 묻자 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뜻의 "투더 문(To the Moon)“이라고 답했다.

그런 머스크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도지코인의 가격은 방송 이후 계속 하락세였으나 다음 날 도지를 사용하는 ‘투더 문’의 실제 계획이 발표되면서 반전이 이뤄졌다.  

9일(현지시간) CNBC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2022년 1분기부터 도지코인을 달에서의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의 '도지-1 미션 투더 문(DOGE-1 Mission to the Moon)' 계획을 발표했다.

톰 오키네로 스페이스 X 영업 부사장은 "'도지-1 미션 투더 문' 계획이 지구 궤도를 넘어서는 암호화폐 적용을 입증하고 행성 간 상거래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도지코인은 지난 밤 548원까지 하락했지만, 스페이스X의 '도지-1 미션 투더 문' 계획 발표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10일 오후 4시 26분 현재 도지코인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664원에, 코인마켓캡에서는 0.548달러에 거래 중이다.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코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농락하고 있다고도 말한다. SNL에 출연하기 전 가상자산 투자는 신중해야 하지만 도지코인은 크립토의 미래라고 트윗을 날렸으면서 방송에 나와서는 도지코인을 ’허슬(hustle, 사기)‘이라고 태연하게 말했으니 말이다. 

어떤 이들은 도지코인을 기축통화에 대한 대안으로 끌어올리려는 머스크의 큰 그림이라는 분석도 있다. 머스크는 도지에 대해 지난 2월 “장난삼아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만일 미래의 화폐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재미있으면서 아이러니한 결과”라고 했다.

지난 4월 1일 그의 트위터를 통해 스페이스X가 '문자 그대로‘ 도지코인을 달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당시는 만우절 장난으로만 치부됐지만 이제는 실제가 됐다. 

(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쳐)

도지코인을 둘러싼 소동의 중심은,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이다. 언뜻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윗 정치‘를 연상케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한 줄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요동치던 시절, 각국의 경제‧환율 담당자들은 물론 세계의 시선이 매일 트럼프의 트윗을 팔로잉했다.

두 사람 다 SNS를 통해 센티멘트를 자극하는 데는 고수라고 생각한다. 스타일만 조금 다를 뿐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권의 규제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도지코인러들은 당분간 밈 문화와 가상 자산 시장을 잘 이해하는 기업가의 트윗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산시장에 참여한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할 필요가 있다.  

도지코인의 태생이 장난스럽다고 해서 여기에 투자한 사람들의 트레이딩이 장난은 아닐 터. 게다가 도지코인에 대해 우주의 첫 번째 밈이자 크립토가 목표라는 일론 머스크의 가장 최근 트윗을 두고 마냥 ’장난‘이라고 치부하기도 힘들다. 어찌되었든 기업가의 최대 목표는 이윤 추구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