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셀럽’ 유감

2021-04-25     박경만 주필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을 오가며 걸핏하면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호명되는 요즘이다. 머스크가 어느날 갑자기 트위터에 “아들 주려고 도지코인이라는 걸 내가 좀 사뒀다”라고 하는 순간, 도지코인은 무려 10배나 뛰었고 ‘도지코인 열풍’이 일었다. 애초 우리 돈 5원짜리도 안되는 농담꺼리에 불과했던 도지코인의 화려한 반란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하긴 머스크와 테슬라가 암호화폐 시장에 연거푸 불을 지른 적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교활하다고 할까. 잊을 만하면 트위터나 클럽하우스를 통해 ‘불기둥’을 지피곤 했다.

지난 1월에도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에 $bitcoin을 태그하면서 비트코인은 급등했고, 2월엔 테슬라가 1조6천억원어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SEC(美증권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10% 넘게 뛰었다. 클럽하우스에서도 머스크의 비트코인 예찬론은 암호화폐 투자 교범으로 참여자들을 설레게하며, 시장을 출렁이게 했다. 그 덕분이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개당 8천만원까지 치솟은 비트코인 몸값도 머스크의 이런 제스추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5원짜리 도지코인이 졸지에 300~400원으로 뛰어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 ‘의도’다. 어떤 행위보다 앞선 행위로서의 표현은 그저 예고나 다짐, 의지 정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표현에 앞서 이미 어떤 행위가 이뤄진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단순한 선험적 훈시가 아니라, 다분히 계산된 행위이자 의도의 불순함을 의심해볼 만도 하다. 내심 그런 의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머스크는 번번이 암호화폐를 “살께”가 아니라 “사두었다”고 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내가 사뒀다”고 함으로써 값을 끌어올렸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사둔 다음에 대중에게 공표하고 값이 폭등한 후 팔아치운다면 엄청난 차익을 얻을게 뻔했다. 정작 머스크가 폭등 장세에 팔아치웠다는 증거는 없어 두고 볼 일이긴 하다.

물론 오해일 수도 있다. 아무려면 세계적인 거부(巨富)인 일론 머스크가 ‘좀스럽게’ 몇푼 더 벌려고 암호화폐로 ‘장난’치는 것은 아닐거라고 믿고 싶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SEC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정작 테슬라의 경우를 보면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변동성이 큰 회사의 현금 가치가 하락할 때를 대비해 헤징할 수 있는 암호화폐로 저장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머스크나 테슬라의 배부른 탐욕이라고 섣불리 단언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폭등장세에서 보인 일련의 행태들을 보자면 그다지 의롭게 보이진 않는다.

하긴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샌더스 모리스 해리스’의 조지 볼 회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서, 효과적 헤지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최고”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상원이 천문학적 재정부양책을 통과시켰던 지난 2월 즈음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투자자들 이익을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인 것 같아 충분히 분별있는 행동이란 생각도 든다. 트위터를 처음 만든 잭 도시는 비트크인을 참으로 선하게 사용한 케이스다. 지난 달 그는 자신이 세상에 처음 내놓았던 트위터를 NFT로 경매에 올렸다. 당시 예상 낙찰가가 250만 달러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경매 직전에 이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머스크나 조지 볼, 잭 도시, 이들은 ‘셀럽’의 주역들이다. 영어 ‘셀러브리티(Celebrity)’를 줄인 ‘셀럽’은 따라하고 싶은 유행을 이끄는 유명인사를 말한다. ‘거름지고 장에 가는’ 격으로 셀럽의 일거수일투족 소비 행태는 대중에게 큰 영향을 끼치므로, 많은 기업체들이 셀럽을 이용한 마케팅이나 광고를 진행하기도 한다. 머스크 등이야말로 ‘셀럽’ 중의 셀럽이다. 그런 만큼 이들은 소비 대중에 대한 도덕적 책무까진 몰라도, 최소한의 신중함과 성찰은 있어야 할 것이다. 암호화폐 세계의 일부 일탈된 본능을 경계하고, 투자와 투기를 분별할 메타스토리를 전파하는, 그런 성찰 말이다. 그런 품격있는 신중한 성찰이야말로 진정한 ‘셀럽’의 자격이 아닐까 싶다. 그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