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소송 ‘합의', 한국 업계에 주는 영향은?

“한국 배터리산업에 긍정적”

2021-04-12     윤수은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2년간 이어 온 전기차 배터리 분쟁을 끝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배상금 2조원으로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LG와 SK는 11일 공동 합의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총액 2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소송들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출처=애플경제 DB)

LG와 SK측은 "한미 양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친환경 정책에  공동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ITC는 양사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LG의 승리로 최종 결정하고 SK에 10년간 배터리 부품 수입 금지 제재를 내렸다.

SK는 약 3조원을 투자해 미 조지아주(州)에 배터리 공장 두 개를 짓고 있다. 대부분의 부품은 한국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수입 제재가 확정될 경우 미국 생산을 못하게 돼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SK가 LG에 지급하는 배터리 소송관련 합의금은 2조원으로, 현금 1조원은 2021~2022년에 걸쳐 지급될 예정이다. 로열티 1조원은 2023년부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매출액의 일정 비율이 지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의 이번 합의는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 브랜드 이미지 타격 등을 양사 모두 우려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합의하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적극적인 중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는 양사 간의 합의를 종용해 왔으며, 지난 11일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종료를 앞두고 미국 USTR 대표와 LG에너지솔루션 및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영상회의를 통해 최종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EV 배터리 수요 전망 (제공=KB증권)

11일(현지시간)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두 배터리 제조업체간의 합의를 청정에너지 일자리 창출과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전기차의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대한 승리라고 선언했다.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이 EV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을 빼돌렸다고 판결하고, SK에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지난 두 달간 SK이노베이션은 ITC 결정이 기각되지 않으면 2600여명을 고용할 수 있는 26억달러 규모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비롯한 사업을 철수하겠다며 거부권 행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ITC 결정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결정 시한은 60일이다.

만약 소송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SK이노베이션의 공장 건설을 허용하기 위해 ITC를 제압해야 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폭스바겐과 포드는 새로운 배터리 공급 업체를 찾아야 했을 것인데, 이는 모델 출시를 지연시키고 EV 수요 증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분쟁 해결 실패는 조지아에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앗아갔을 수도 있고, 신차 판매의 약 2%를 차지하는 조지아 EV 시장을 위협했을 수도 있다고 CNBC는 보도했다. 

KB증권 백영찬 연구원은 “금번 소송 합의는 한국 배터리 산업에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 금번 합의를 통해 배터리 증설과 사업확장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 장기간의 소송 불확실성 종료를 통한 EV 배터리 수주 확대가 가능하며, ▲ 소송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조원 합의금 지급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2021~2022년 예상 EBITDA는 각각 2조6000억원, 3조9000억원 수준이다. 또한 2021년 SK IET(2차전지 분리막 전문 자회사) IPO 및 자회사(SK루브리컨츠 등) 지분매각 등을 통해 2조원 내외의 현금유입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