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지털화’ 어느 정도길래…자동차용 반도체 ‘대란’
전자식 인젝터‧ADAS‧전기 파워 트레인‧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
세계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들도 일부 생산 라인을 중단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급기야 현대차도 다음 주부터 약 열흘 간 일부 차종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혀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만의 TSMC나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팅용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다보니, 자동차용은 상대적으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게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날로 자동차의 부품과 작동 방식이 날로 디지털화가 되다보니, 반도체의 쓰임새가 급증한 탓도 크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작동방식과 구조, 부품들이 거의 반도체가 필요한 IT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무역연구원이 펴낸 연구보고서에서도 자동차 구동에 절대적인 전장화, 연결성, 자동화 등은 모두 이런 IT기술에 따라 좌우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특히 전자식 인젝터 방식의 전장화를 지향하는 최근의 경향은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늘리고, IT기술의 용도를 날로 늘려가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전장화는 종전의 기계식 캬뷰레터 방식이 아닌, 전자식 인젝터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인 ADAS, 자율주행기술, 전기 파워 트레인,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기능 등은 그 부품의 핵심이 반도체다. 그런 만큼 날로 자동차용 반도체의 수요가 확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장화의 확대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모빌리티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기존의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이들 소프트웨어에 주력하던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연결성’ 역시 차량용 반도체의 부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즉 자율주행을 지향하는 기술발달 속에서 차량 안, 또는 차량들 간의 연결을 시도하다보니 차량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 전자 아키텍처의 첨단화도 가속화되고 있으며, 그 만큼 이에 최적화된 반도체가 많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특히 복잡한 컴퓨팅 작업과 피드백, 유기적인 인터렉션 기능을 위한 칩 집약형 반도체 (SoC. System On a Chip)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서, 방대한 엣지 데이터를 중앙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할수록 반도체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자율주행용 AI 반도체는 더욱 수요가 부족해지고 있다. 특히 NPU(Numeric Processing Unit), 인간의 뇌 구조를 모방해 데이터를 병렬처리하는 뉴로모픽 반도체 등과 같이 차량 자체에서 AI 연산이 가능한 추론용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AI 반도체 기반의 자율주행 칩은 엔비디아, 인텔의 자회사인 모빌아이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에 주력하되, 대만 TSMC 등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을 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한국무역연구원은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나 인포테인먼트 등 고성능,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또 현재 국내 파운드리의 증설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자율주행용 AI 반도체, 그리고 ‘3세대 반도체’로 불리는 실리콘 카바이드(SiC)나 갈륨 니트리드(GaN) 등과 같은 전력 반도체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