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 대신 버추얼 휴먼으로 유튜브 채널 개설?

2021-03-30     윤수은 기자

TV보다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는 이들이 더 많은 요즘이다.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거나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지만 뭐니 해도 유튜브에서 최고 인기는 오락 분야다.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먹방이나 게임, 뷰티 등의 콘텐츠를 통해 높은 수입과 인지도로 新셀럽이 된다. 

그래서일까. 전문직, 직장인 할 것 없이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N잡러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유튜브 채널 오픈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항상 같은 곳에서 막혔다. 유튜브로 돈도 벌고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싶지만 ‘내’가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사람이 등장하는 채널을 좋아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등장하고 싶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마음이랄까.

그런데 지난 26일 막을 내린 국제인공지능대전(AI EXPO KOREA 2021)에서 개인적인 딜레마에 대한 솔루션을 발견했다. AI가 그림도 그리고, 무엇보다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 텍스트를 말하는 동영상이 자동으로 생성되고 있었다. 전시장 한 켠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수한 버추얼 휴먼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언뜻 보면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법한 미모와 ‘사람다운’ 퀄리티였다. 

AI 딥러닝 기술 기반 가상 인격 개발 기업인 에스알유니버스 배지우 대표는 “AI의 뛰어난 학습능력으로 가상 인물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인격과 감정, 지식을 불어넣어 이름과 직업이 있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가상의 인물은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선택하거나 실존 인물을 가상의 얼굴로 만들어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배 대표는 “이미 제작한 영상에서 특정 인물의 얼굴을 필요 시 다른 얼굴로 변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연예계가 학폭, 왕따 이슈로 시끄러운데 이미 출연한 가해자 대신 버추얼 휴먼을 덧입혀 영상을 살릴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그래서일까 “요즘 엔터테인먼트사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고 배 대표는 귀뜸했다. 

에스알유니버스의 버추얼 휴먼

버추얼 휴먼은 이런 AI 엑스포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네 일상 가까이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1만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버추얼 휴먼 ‘루이’다. 버추얼 휴먼 캐릭터와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에서 자체 개발한 루이는 실제 사람의 얼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새롭게 만들어낸 가상얼굴을 사용한 버추얼휴먼이다. 그래서 실존하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합성한 기존의 딥페이크와는 차원이 다르다.

루이는 강릉 여행 브이로그도 찍고, 케이윌의 노래를 커버하는 영상도 올리는 등 기존 유튜버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좀 많이 정교한 가면 같다”,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얼굴”이라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버추얼 페이스에 가까운 형태라 로봇이 사람과 유사해보일 때 느껴지는 거부감인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를 극복했다는 평도 많았다. 

버추얼 휴먼 루이 (출처=루이커버리 유튜브 채널 캡쳐)

물론 버추얼 휴먼이 사람과 구분이 어려울정도로 정교한 타입만 있는 것은 아니다. 3백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릴 미켈라(Lil Miquela)처럼 얼굴과 몸이 모두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버추얼휴먼도 있고, SM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의 AI 아바타처럼 애니메이션 타입도 있다. 

에스알유니버스는 출연자, 카메라, 촬영스태프 등 기존 동영상 제작 방식과 달리 아예 처음부터 AI 방식의 동영상 제작 서비스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B2C, B2B 고객 대상으로 올해 2/4분기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듯 AI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에서 누구나 부캐로 살 수 있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버추얼 휴먼의 시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