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제조' 굴기... “한국의 위기이자 기회”

미국 내 제조역량이 가장 앞선 인텔, 연방 정부는 인텔과의 협력이 필요 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의 이익률 개선이 예상되는 TSMC와 삼성전자 

2021-03-23     윤수은 기자

코로나19로 심화된 반도체 쇼티지로 '제조' 부문에 대한 미국의 경각심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에 지난 2월 11일 SIA(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제조 및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발송했다. 이에 미 상원에서 정부가 반도체를 포함한 미국 핵심 기술에 투자하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총 1000억달러 규모이며, 이 중 반도체 부문은 약 2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제조 설비 확충과 후공정에 200억달러, 반도체 관련 R&d에 5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미국은 사실상 반도체 '제조' 굴기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대해 23일 SK증권 김영우 연구원은 “미국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인건비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이다. 산업 인프라도 주(State)마다 천차만별로, 경쟁국들 대비 불리한 생산여건을 갖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공동화는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제공=SK증권)

미국의 나스닥을 살펴보면 인텔, 퀄컴, AMD, 엔비디아 등 쟁쟁한 기업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은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인텔,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뿐이다. 

중국이 미국에게 공격당하며 속절없이 무너졌던 부문은 반도체 설계가 아닌 생산이다. 그러나 미국의 공격은 동맹 논리에 기초함과 동시에, 미국이 보유한 IP를 사용한 중국의 위탁생산(Foundry)를 규제하는 방식이었다. 네덜란드의 ASML이 EUV 장비를 중국 기업에 수출하지 않거나, 대만의 TSMC가 하이실리콘(Hi-Silicon)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중단한 것이 미국의 성공 요인이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미국도 대만이 봉쇄된다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길이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려면, 미국은 적극적인 지원책을 통해 서플라이 체인을 자국 내에 건설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경제를 외치며 연방정부 차원의 보조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매우 유사한 형태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현 시점 미국 내 공장을 보유한 미국의 기업 중 가장 진보된 파운드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인텔이다. 결국 주 단위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제공 시 인텔의 주요 팹이 위치한 곳에 혜택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인텔이 제조 경쟁력을 상실하더라도, 대만의 TSMC 공장이 아닌 미국의 TSMC 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공=SK증권)

또한 미국의 반도체 팹 유치 정책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삼성전자와 TSMC는 더욱 적극적인 장기 투자 계획을 만들 전망이다. 이익률 증가의 효과는 전적으로 파운드리 사업만을 영위하는 TSMC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인텔과 TSMC는 미국의 정책적인 지원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되며,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설비투자(Capex)는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파운드리 특성상 후공정 업체들의 미국 내 Capex도 급증하며,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이 구축될 것”이라며 “조금만 길게 보면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미국 내 신규팹 유치도 예상되는 현 상황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분석했다.